서울 24º
습도 80%
수원 24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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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28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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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직한 의료 공급 체계는 국민이 필요로 하는 의료 서비스가 적기에 지속적으로 제공되는 것을 기반으로 한다. 우리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우리나라는 단기간 내에 전 국민 대상의 건강보험을 시행했고, 우수한 의료 인력과 의료기관 등 의료 자원을 빠른 시간 내에 확충해 양호한 건강 성과를 달성했다. 그러나 수도권·대도시로 의료 자원이 집중되면서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도시와 농어촌 간 의료 접근성·사망률 등 건강 수준 격차가 존재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국민 중심 의료 개혁 추진 방안’에 따르면,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인구 1000명당 필수 의료 전문의 격차가 4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왜곡된 보상 체계, 의료 사고 리스크 등으로 필수의료 기피가 심화되는 가운데 지역 주민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수도권의 인구 1000명당 필수의료 전문의 수는 평균 1.86명인 반면, 비수도권 평균은 0.46명에 불과했다.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응급의학과·심장혈관흉부외과·신경과·신경외과 등 대표적인 8개 필수과목 전문의 수를 집계한 결과다.
시·도별로 보면 서울이 3.02명으로 가장 많고, 경기가 2.42명이다. 그 밖의 지역은 모두 1000명당 의사 수가 1명 미만이었다. 그나마 가장 많은 부산이 0.81명이었고, 대구(0.59명), 인천(0.55명), 경남(0.42)명이 뒤를 이었다. 세종이나 제주 등은 심장혈관흉부외과, 신경과, 신경외과 등에서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0명으로 집계됐다.
인기과에 비해 낮은 경제적 보상, 과중한 업무 부담, 의료사고 리스크 때문에 필수 의료 기피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데, 절대 수가 부족한 필수의료 전문의마저 수도권에 집중되고 있다. 누구나 ‘삶의 질’과 정주 여건 등을 중시할 수밖에 없다 보니 무작정 지방으로 가라고 등을 떠밀 수도 없는 노릇이라는 것이다.
또 다른 원인은 의료 인프라와 의료진이 특정 지역에 편중됨으로써 만들어지는 악순환이다. 의사가 부족한 지역에 근무하게 되면 당직이나 진료 부담이 훨씬 늘어나기 때문에 의사들도 의료진이 충분한 수도권으로 향한다. 예컨대 지역에서 흉부외과 전문의로 일하는 의사의 경우 흉부외과 전문의가 혼자이다 보니 매일 24시간 당직 상태여서 집에서 쉬다가도 응급 환자가 발생하면 바로 병원으로 달려가야 하는 처지다.
환자들 또한 수술을 해야 할 때 수준 높고 더 많은 의사가 있는 수도권 대형 병원으로 향한다. 이 때문에 수도권 대형 병원 주변에는 지역에서 올라온 환자들이 지낼 수 있는 ‘환자 방’이라는 숙박시설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지역 환자 유출로 인한 경제적 비용도 연간 최대 4조6000억 원에 달한다.
한국의 고령화 진행 속도와 만성질환 유병률 증가세를 고려할 때 현 의대 정원이 유지되면 향후 의료 수요 대비 의료 공급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정부가 중·장기적으로 공공의료 인력 확충을 위한 정책을 펴지 않는 한 우리 사회가 이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이를 정책의 우선순위에 놓고 추진해야 한다.
공공의료 부문이 지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필수 의료와 일반 입원을 포함하는 2차 의료까지 책임지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지방 소멸이라는 화두가 대두될 정도로 향후 인구·사회경제적 변화와 질병 구조 변화, 보건의료 환경 변화 등이 급박하게 진행되고 있다. 정부가 의료계와의 논의를 통해 시대 변화에 부응하는 보건의료 인력 수급과 양성 정책을 세워야 할 때다.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미래에 대비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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