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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은 “코스피 5000 시대”를 열겠다고 말했다. 주식시장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려 기업 가치를 높이고 국민 부를 증대시키겠다는 비전을 밝힌 것이다.
그러나 현실을 들여다보면 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코스피 5000의 진짜 의미는 부동산 편중을 줄이고 자본시장을 정상화하는 것”이라며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에게 “코스피 주가순자산비율(PBR)을 아는가”고 물었다. 구 부총리는 여기 대해 “10 정도 아니냐”고 답해 기재부 수장이 시장 현황조차 제대로 모른다는 비판을 받았다. 설령 10이라는 목표치를 말한 것이라 해도 실제 한국 기업의 평균 PBR은 1에도 못 미치며, 일본도 오랜 침체에서 벗어나 이제 막 1을 넘어섰다. 단숨에 10을 달성하겠다는 발상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더 큰 문제는 정책과 입법이 기업 경쟁력 제고보다는 정치적 이해에 따라 움직인다는 점이다. 대표 사례가 ‘노란봉투법’과 ‘상법 개정’이다. 노동조합의 파업으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줄이고 소액주주의 권한을 강화하는 조치는 겉으로는 권익 보호처럼 보이지만 기업에는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실제로 법 통과 직후 인공지능(AI)·로봇주가 급등했는데, 이는 기업들이 인건비 리스크와 파업 변수에 대응해 자동화에 더 투자할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된 결과다. 겉으로는 노동자의 권리 범위를 넓히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일자리를 줄이고 자동화 속도를 앞당기는 셈이다. 결국 피해는 청년 세대가 떠안게 된다.
민주당은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소액 주주의 권리를 확대하고 대주주의 권한을 줄이는 2차 상법 개정안을 일방 처리한 데 이어 다음 달 정기국회에서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3차 상법 개정’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자 재계에서는 “앞으로 권리 강화를 요구하는 소액 주주와의 소송·분쟁이 빈발하게 됐다”며 “최소한의 균형조차 실종된 입법”이라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 그동안 기업들이 꾸준히 요구해 온 배임죄 개선이나 자유로운 경영 활동을 위한 제도 보완은 외면한 채 연이은 상법 개정으로 투기 자본이나 연금의 입김만 더 커져 경영권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다.
결국 말과 행동이 따로 노는 정책이 문제다. 대통령은 주주 친화 정책을 약속하지만 막상 국회에서는 기업의 발목을 잡는 법안이 통과된다. 이러한 정책 불일치와 시장 왜곡은 결국 기업 투자를 위축시키고, 청년들의 일자리 기회를 잠식한다.
청년들은 주식시장 활황을 통해 자산을 불리고 싶어도 기업의 불확실성과 규제 강화로 국내 시장은 매력이 줄어든다. 해외로 눈을 돌리는 현상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
실제 국세청이 26일 공개한 ‘해외금융계좌 신고 실적’에 따르면 올해 해외 주식 계좌는 1992명이 총 48조1000억 원을 신고했다. 전년 대비 신고 인원은 335명(20.2%), 신고액은 24조5000억 원(103.8%) 증가했다. 특히 법인의 주식 신고 금액이 전년 대비 23조1000억 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피 5000은 단순한 지수가 아니라 기업들이 안정적 제도와 혁신 환경 속에서 성장할 때 이룰 수 있는 목표다. 지금처럼 정치가 시장 위에 군림하고 법과 제도가 기업 자율성을 억누른다면 결코 이 목표치에 도달할 수 없다. 청년들이 원하는 것은 허황된 약속이 아니라 일할 기회와 미래에 대한 확신이다.
기업이 자유롭게 투자하고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주주·기업·노동자가 모두 함께 나아갈 길이다. 정치가 경제를 이용하지 않고, 경제가 정치로부터 자유로워질 때 비로소 코스피 5000은 현실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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