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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당초 20년 만의 의장국 행사로 주목받았으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가능성이 커지면서 ‘외교 격전지’로 부상하고 있다. 미중 양국 정상이 한국에서 마주 앉는다면 지난 2019년 일본 오사카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이후 6년 만의 미중 회담이 된다.
18일 외교가에 따르면 조셉 윤 주한미국대사대리는 전날 한미동맹재단·주한미군전우회 주최 콘퍼런스 기조연설에서 “한미 양국 대통령은 경주 APEC에서도 만날 것”이라고 언급했으며, 트럼프 대통령 방한을 기정사실화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도 같은 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주최 간담회에서 동일한 질문을 받고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APEC 참석 전망에 힘을 실었다.
시 주석의 방한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이날 베이징에서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과 회담한 뒤 “시 주석이 참석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실제 왕 부장의 10월 방한이 추진되면서 시 주석 방한의 사전 조율 성격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성사될 경우 시 주석은 2014년 이후 11년 만에 한국을 찾게 된다.
APEC 무대는 단순한 경제 협의체 회의가 아니라, 자유무역과 보호주의를 둘러싼 미중 양국의 치열한 외교전이 벌어질 무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최근 수년간 미국의 통상 압박, 특히 반도체와 첨단 기술 분야 제재를 ‘경제적 봉쇄’로 규정하며,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과 연대해 다자무역과 개방 경제 질서를 강조해왔다. 실제로 중국 관영매체들은 “한국과 중국은 경제 세계화의 최대 수혜자”라며 양국이 함께 보호주의에 맞서야 한다는 메시지를 꾸준히 발신하고 있다. 이는 경주 APEC에서 한국을 파트너 삼아 미국의 ‘중국 견제 구도’를 흔들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산업 협력 강화를 통해 미국 제조업을 재활성화하겠다는 의지를 앞세우고 있다. 그는 특히 조선업·에너지 공급망 분야를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한국이 가진 세계적 경쟁력을 미국 경제 회복과 연결 지으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조셉 윤 주한미국대사대리 역시 한미동맹이 단순한 군사안보 차원을 넘어 경제·기술 협력까지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미동맹은 이제 새로운 위협과 현실에 맞춰 변화해야 한다”며 “조선업·에너지 공급망 등에서 협력 강화를 통해 미국 제조업을 살리고, 해양 능력을 보강하며, 양국의 동반 성장을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한국 조선업계가 LNG 운반선·초대형 원유 운반선 등 세계 시장에서 70% 가까운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한국이 반도체·배터리·에너지 전환 기술에서 핵심적 위치를 점하고 있다는 현실을 겨냥한 것이다. 미국은 한국의 기술과 생산력을 끌어와 ‘리쇼어링(제조업 본토 회귀)’과 공급망 안정화라는 자국 의제를 달성하려 하고, 한국은 이를 통해 대미 수출 확대와 일자리 창출을 도모할 수 있다는 계산이 맞닿아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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