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동훈 대표는 ‘당원 게시판’ 논란 정면 돌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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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자중지란’ 사태 해결할 장본인
침묵이나 핵심 비낀 변명은 의혹만 키워
가족 연관 있다면 정치적·도의적 책임져야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4-11-26 00:02:01

최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당원 게시판 논란을 놓고 작심 발언한 내용이 관심을 끌고 있다. 25일 한 대표는 문제 제기하는 사람들이 대개 ‘명태균 리스트’ 등 다른 이슈에 관련되어 이를 덮으려 당대표를 공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하지만 이는 해당 논란을 지켜보는 국민의 의혹을 해소하기엔 너무나 동떨어진 해명이다. 이미 논란은 한 대표의 가족이 관련됐는지 아니면 명의가 도용된 것인지를 밝혀야 하는 지점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논란의 발단은 한 대표와 그 가족 명의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비난하는 글이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다수 올라온 것이 발견된 사건이다. 일부 언론과 유튜버들이 이를 두고 당내 여론 조작 의혹을 제기하면서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 대표는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시간을 끌어 왔다. 그러다가 이번에 입을 열었으나 논란의 핵심을 비껴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한 대표는 당 게시판은 익명의 공간이며 그 공간에서 “당대표든 대통령이든 강도 높게 비판할 수 있다”면서 누가 비판 글을 썼는지 밝히라는 건 자유민주주의 정당에서 있을 수 없는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한 대표의 말은 틀린 것이 아니다. 당 게시판에 익명으로 비판 글을 쓰는 것은 법적으로 전혀 하자가 없으며 그에 따른 법적 책임을 져야 하는 일도 아니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서 논란이 되는 부분은 ‘대통령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는 내용’에 있는 것이 아니라 ‘누가’ 그런 글을 ‘어떤 의도’에서 올렸느냐는 것이다.

한 대표와 그의 가족 명의의 글 중에는 윤 대통령과 김 여사를 강도 높게 비판·비난하는 글이 포함되어 있다. 이 글들이 한 대표와 그 가족이 쓴 것이라면 여당 대표로서 당을 ‘자중지란’의 사태로 몰고 간 데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고, 만일 명의가 도용된 것이라면 그에 따른 수사에 착수해야 할 것이다.

이번 의혹이 불거지면서 국민의힘 내에서는 친윤(친 윤석열 대통령)계와 친한(친 한동훈 대표)계의 계파 갈등이 노골적으로 가시화됐다. 문제는 이것이 당내 계파 갈등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사법리스크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을 위기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구원자’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한 대표를 옹호하는 친한계가 주적으로 삼는 것은 윤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 중 어느 쪽이냐고 묻기도 한다. 민주당과 이 대표는 ‘이재명 살리기’에 올인해 다수당 폭거를 일삼아 입법권을 남용하고 이재명 재판 관련 판·검사 탄핵과 대통령 탄핵 시위 등 사방에서 압박을 가해 오는데, 국민의힘은 보수 여당으로서 이에 강력한 대응은커녕 당내 계파 싸움으로 시간과 전투력을 낭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논란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한 대표가 이 사건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 것이냐는 것이다. 한 대표가 논란에 대해 정면 대응을 하지 않는 한, 국민의힘 내부의 갈등은 계속될 것이다. 특히 여권 내에서 ‘이재명 구속’을 위한 단합이 필요한 상황에서 당의 자중지란은 가장 큰 악재가 될 수 있다.

만약 이번 사건이 한 대표 가족의 개입에 의한 것이라면 한 대표는 정치적·도의적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국민의힘 대표로서 특히 가족과 관련된 문제가 불거졌을 때 한 대표는 이를 명확히 해명해야 할 의무가 있다.

정치는 검사의 자리와 다르다. 정치는 사람들의 신뢰 위에 세워지는 것이며, 그 신뢰를 잃는 순간 정치인은 더 이상 국민의 대변자로서의 자격을 갖추기 어렵다. 한 대표가 정치인으로 전환하면서 국민에게 약속한 것은 공정과 정의였다. 이제 그는 자신의 약속을 행동으로 증명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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