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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대적 인수합병(M&A) 방어냐, 순환출자용 지분 처분이 탈법 행위냐?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가 최윤범 회장 측의 승리로 끝났지만 순환출자를 놓고 설왕설래가 끊이지 않고 있다. 고려아연은 1월23일 열린 임시주총에서 순환출자 구조를 통해 대주주 영풍의 투표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고려아연 해외 자회사(손자회사) 썬메탈코퍼레이션(SMC)은 3일 영풍 주식 매입과 관련해 MBK·영풍 측의 적대적 M&A를 방어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제개혁연대는 SMC의 영풍 지분 취득이 공정거래법상 순환출자 규제를 회피하기 위한 탈법행위이므로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즉각 조사에 착수해 시정조치를 해야 한다고 논평했다.
경제개혁연대는 SMC의 영풍 지분 취득이 상법 문제 외에도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영풍 지분 취득으로 단순 출자 관계에서 순환출자 고리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공정거래법 제22조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하는 국내회사에 대해 순환출자를 형성하는 계열 출자를 금지하고 있다. 금지 대상이 국내회사의 계열 출자에만 한정돼 국외 계열사인 SMC의 영풍 주식 취득은 공정거래법 제22조 위반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경제개혁연대는 탈법행위를 금지한 공정거래법 제36조와 탈법행위의 유형 및 기준을 정한 공정거래법 시행령 제42조 위반에는 해당될 여지가 높다고 지적했다. 시행령 제42조 4호는 ‘자기의 주식을 취득하거나 소유하고 있는 계열회사의 주식을 타인의 명의를 이용하여 자기의 계산으로 취득하거나 소유하는 행위’를 탈법행위의 한 유형으로 규율하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고려아연이 자기의 주식을 취득ㆍ소유하고 있는 계열회사 영풍의 주식을 타인인 SMC의 명의를 이용해 자기의 계산으로 취득하거나 소유하는 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순환출자는 최윤범 회장의 지배권 유지가 사실상 유일한 목적으로 가공 자본을 통한 지배력 유지 또는 확장을 막기 위해 이뤄졌으므로 순환출자를 금지하고 있는 공정거래법의 입법 취지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는 논리다.
경제개혁연대는 “이번 고려아연 건을 통해 국외 계열사를 통한 순환출자가 총수 일가의 지배권 유지 또는 확장을 위해 이용될 수 있음이 명확히 확인됐다”며 “국외 계열사 포함 상호출자와 순환출자’를 금지하기 위한 공정거래법 개정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의할 단계가 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SMC는 해외 사업 축소·구조조정·분할 매각 등의 기업 가치 훼손을 막고 사업 운영의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한 결정이며 주식회사로서 이사회 의결을 거쳐 합리적인 재무적·사업적 판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SMC는 MBK·영풍이 해외 제련 사업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을 들어 적대적 M&A가 성공할 경우 SMC의 사업 규모가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SMC에 필수 전력을 공급하는 고려아연의 호주 내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 차질이 생길 경우 호주 제련소의 경쟁력이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MBK·영풍이 M&A에 성공할 경우 기존 제련 사업뿐만 아니라 신재생에너지 등 신사업까지 위축될 우려가 있어 SMC뿐만 아니라 호주 내 정·재계 및 지역사회에서도 강한 우려를 표명해 온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SMC는 이번 영풍 주식 매입이 투자 측면에서도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최씨 일가로부터 약 30% 할인된 가격에 주식을 매입한 만큼 가격적인 메리트가 상당하다는 것이다. 특히 영풍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1~0.2배 수준으로 저평가된 상태이며, 최근 소액주주연대 및 행동주의 펀드 등이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 친화 정책을 요구하면서 주가 상승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SMC는 “MBK·영풍이 무차별적인 소송과 고발을 남발한 뒤 결과와 상관없이 사법 리스크를 부각시키는 주장을 이제는 멈춰야 한다”며 “고려아연의 미래를 위해 상생의 길을 함께 모색할 것을 진심으로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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