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노·초는 '아프리카색'… 20여개국 國旗 "우리도 에티오피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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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년 식민지 면한 독립국 영향… 풍요의 땅·종교 자유·저항의 피 상징

임명신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2-03 16:56:38

▲ 아프리카 여러 나라들의 참조가 된 에티오피아 국기. 20여개국이 국기(國旗)에 초록·노랑·빨강을 사용하면서 이들 3색을 '범(汎)아프리카 색'이라 부른다. 식민지역사의 공감대가 녹아 있다. 연합뉴스

초록·노랑·빨강이 '범(凡)아프리카 색'으로 통한 게 된 것은 아프리카 여러 나라 국기에 쓰이면서다. 대륙의 서부 세네갈·카메룬, 동부 에티오피아, 남부 짐바브웨·모잠비크 등 20개국 이상의 나라들 국기에 이들 3색이 들어가는데 그 배경에 에티오피아가 있다. 3000년 역사의 에티오피아는 1936∼1941년 이탈리아 점령기 외엔 유럽 열강의 지배를 받지 않았다. 그에 대한 아프리카인들의 선망이 국기 제정 때 표현된 셈이다.

에티오피아는 3000년 전 솔로몬왕과 사랑을 나눈 시바여왕의 땅이기도 하다. 그들의 자손 즉 유대인 후예라고 주장하는 까만 피부색 사람들이 지난 수십년 몇 번에 걸쳐 현대 이스라엘로 귀환한 바 있다. 에티오피아 제국은 1896년 아드와 지역을 침공한 이탈리아에 대승을 거두고 이듬해 메넬리크2세가 직사각형 모양의 빨강·노랑·초록이 포함된 국기를 제정했다. 이후 몇 차례 에티오피아 국기 수정 속에서도 기존의 3색은 유지됐다. 각각 풍요로움·땅·희망(초록), 종교적 자유·평화(노랑), 억압에 맞서 싸운 사람들의 피(빨강)를 뜻한다.

2차 세계대전 종식 이후 3색은 여러 아프리카 국기로 퍼졌다. 1957년 3월 가나가 사하라사막 이남에서 처음으로 독립국이 될 당시, 가나 초대 수상이자 대통령인 콰메 은크루마는 에티오피아의 저항 역사에 고무돼 자국 국기에 초록·노랑·빨강을 넣기로 결정했다. 현재 에티오피아와 가나 국기가 흡사하며 색깔 배치만 다르다. 이어 기니·말리·카메룬·토고·코모로·부르키나파소·세이셸 등이 하나하나 독립한 뒤 같은 3색으로 국기를 만들었다.

한편 케냐·말라위 국기엔 빨강·초록·검정색이 들어간다. 검정은 자메이카 태생 인권운동가 마커스 가비가 1920년 세계흑인지위향상협회(UNIA)를 창설하면서 '흑인을 상징하는 깃발'을 주장한 것의 영향이다. 55개국 회원을 거느린 아프리카연합(AU)의 엠블럼 하단에 빨강 동그라미가 7개 그려져 있다. 해방을 위해 흘린 피를 의미한다. 아프리카인들의 공감대란 피식민의 아픔인 것이다.

임명신 기자 imms@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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