加·멕시코 "마약·국경 단속 강화" 성의 표시… 美 '숨고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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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강공책 먹힌 셈… 25% 관세부과 '한 달' 유예

임명신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2-04 17:54:33

▲ 3일(현지시간)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미국의 고율관세 부과가 '한 달' 유예됐다. 그 이틀 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예고한 대로 1일부터 이들 두 나라에 25%, 중국에 10%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상태였다. 세 나라 모두 망국적인 불법입국·마약 문제에 책임이 크다는 게 트럼프의 인식이다. 로이터

▲ 미국발 고율 관세로 위기에 봉착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지난 9년 내내 반(反)도널드 트럼프의 한 사람이던 그는 극심한 지지율 추락 속에 지난달 사임 발표 후, 10월 이전에 총선으로 후임자가 나올 때까지 자리를 지키는 중이다. AFP

▲ 작년 취임한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도 미국발 고율 관세에 바짝 긴장했다. 멕시코는 미국행 중국산 제품들의 경유지 내지 제조지 세탁처로 큰 혜택을 누렸으나, 미 불법이민·약물 유입 관련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AF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25% 관세 부과’를 일단 ‘한 달’ 미룬다고 밝혔다. 캐나다·멕시코가 마약 및 불법이민자의 선제적 차단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동·서 양쪽에 대서양과 태평양, 남북으로 같은 체제이거나 위협을 줄 만한 강자가 아닌 이웃과 국경을 맞대고 있어 세계 최상의 안보 위치를 자랑해 왔지만 이런 통설이 지난 20여년간 크게 무너졌다.

미국은 대외·대내적으로 더이상 안전하지 않다. 트럼프의 2015년 저서 ‘불구가 된 미국’에 그 내막이 잘 정리돼 있다. 이는 사업가·방송인이던 트럼프가 정치에 입문하게 된 배경 설명이자 출사표였다. 트럼프의 이번 강경책이 먹히고 있음은 분명하다. 1일 중국에 고율 관세를 부과한 대통령 행정명령 서명에 ‘경제(물가) 악영향’을 내세운 반발이 나오긴 했으나, 미국 사회를 망가뜨린 불법 마약 및 밀입국에 깊이 관련된 대표적 두 나라의 태도가 확연히 달라졌다.

트럼프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밀입국자에 섞인 폭력단조직원·밀수업자·인신매매범, 그들과 함께 흘러든 다양한 불법 마약들이 미국의 치안과 공중보건에 심대한 위해임을 거듭 강조했다. 그가 일찍부터 주장해 온 내용이며 이 문제의 국민적 공감대가 2024 대선 트럼프 압승으로 이어졌음을 아무도 부인 못한다. 특히 트럼프는 “멕시코의 마약밀수조직(DTO)이 다국적 카르텔과 협력·공모해 비밀활주로·해상로·터널·육로 등을 오가는 인간 운반책을 통해 미국 내에 마약을 유입시켰다”며 “DTO가 멕시코 정부와 ‘묵과할 수 없는’ 협력관계에 있다”고 적시했다.

북부 국경을 접한 캐나다 관세 부과 이유도 마찬가지다. 트럼프 행정명령엔 펜타닐과 마약성 진통제 합성 실험실을 운영하는 멕시코 카르텔의 존재가 캐나다에 증가했다고 지적돼 있다. 중독자들이 흐느적대며 걷는다 해서 별칭 ‘좀비 마약’인 펜타닐의 폐해는 너무나 심각했다. 작년 압수된 캐나다발(發) 펜타닐이 멕시코를 통해 넘어온 양보다 적었지만 950만 명을 죽음에 이르게 할 규모이며, 미국 측 협조 요청에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한 캐나다 정부가 상황을 악화시켰다는 게 이른바 ‘관세폭탄’의 명분이다.

이에 멕시코와 캐나다 정상이 앞다퉈 국경수비 강화를 통해 미국으로의 마약 및 밀입국 유입을 미리 차단하겠다는 약속을 내놨고, 트럼프가 일단 수용한 모양새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이 오전 트럼프와의 통화에서 멕시코군(軍) 1만 명을 국경에 투입하겠다고 하자 이틀 후 전격적인 관세 유예 조치가 내려졌으며,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역시 이날 오전 오후 두 차례 트럼프와 통화한 끝에 한 달을 벌었다.

반(反)트럼프 좌파 지도자의 한 사람인 트뤼도의 정치적 몰락이 새삼 눈길을 끈다. 당선인 입장의 트럼프에게 미국 편입된 캐나다의 주지사를 하라는 소리를 들었고, 역대 최악의 지지율 속에 지난달 사임을 공표한 후 조기총선에서 후임자가 나올 때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런 가운데 트뤼도는 국경단속 강화를 위해 13억 달러 투자, 요원 1만 명 투입, 펜타닐 차르(전권 특임) 임명, 마약카르텔의 테러리스트 지정 등의 방안을 트럼프에게 제시함으로써 겨우 숨을 돌렸다.

앞서 케빈 해셋 미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이날 CNBC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고율 관세 부과 결정이 ‘마약 전쟁’이라며 캐나다가 이를 ‘관세 전쟁’으로 오해한다고 꼬집었다. 캐나다와 멕시코 정상 모두 하나같이 트럼프의 진의를 이제야 파악한 듯 움직이는 셈이다. 한편 북미·중미의 이웃국가인 이들의 관계성이란 마약과 밀입국 문제 해결로 간단히 풀릴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조만간 무역수지 조정이 필요할 것에 주목한 시각이다.

‘미국·멕시코·캐나라 협정’(USMCA)으로 묶여 있어 보복 내지 맞불조치를 주고받을 경우 서로에게 타격이겠지만 미국 의존도 높은 멕시코와 캐나다 경제에 더 치명적이다. 셰인바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대(對)멕시코 무역적자 폭을 줄이고자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트럼프에게 전했다고 알렸으나 향후 과제가 녹록치 않다. 근년 중국산의 제조지 세탁 등 대미수출 기지 역할로 비약적 성장을 이룬 멕시코로선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할 것이다. 대미무역 흑자국인 캐나다의 고민 또한 쉽게 사라리지 않을 전망이다.

임명신 기자 imms@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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