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전용기 취재는 기본권 아닌 특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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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연방법원, AP 소송 기각 "회복 불가한 피해 입증 못해"
멕시코灣→미국灣 명칭변경 행정명령 거부 매체 취재 제한

임명신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2-25 17:16:17

▲ 24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이 브리핑룸에 "Gulf of America"(미국만灣), 큰 붉은 글씨로 "VICTORY"(승리)라고 쓰인 동남부 해안 지도 화면을 띄웠다. 대통령 행정명령에 따라 명칭이 변경됐음에도 AP통신은 기존 '멕시코만'을 유지하기로 해 대통령 집무실·전용기 취재를 거부당했다. AP가 '제한 해제 가처분' 신청을 했으나 이날 법원에서 기각됐다. AFP

미국 백악관으로부터 일부 취재 제한을 당한 AP통신이 법적 대응에 나섰으나 일단 좌절됐다. 워싱턴DC 지방법원 트레버 맥패든 판사가 24일(현지시간) 취재 제한을 해제해달라는 AP 측 가처분 요청을 기각했다고 미 매체들이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행정명령에 의해 '멕시코만'(灣)이 '미국만'(Gulf of America)으로 변경됐으나 AP가 이를 따르지 않으면서 벌어진 일이다.

AP는 21일 수지 와일스 비서실장과 테일러 부도위치 공보·인사 담당 부비서실장, 캐롤라인 레빗 대변인 등 백악관 고위 당국자 세 명을 향해 취재제한 조치를 풀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이 가처분 단계에선 백악관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맥패든 판사는 "AP가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봤음을 입증하지 못했다"고 가처분 기각 이유를 설명한 뒤 소송 심리를 "열린 마음으로 신속하게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맥패든 판사는 트럼프 집권 1기 때 임명된 인사다.

트럼프가 취임 당일인 지난달 20일 멕시코만의 명칭을 미국만으로 바꾸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지만 AP에선 400년 이상 공식 통용돼 온 멕시코만을 유지하기로 했다. 이에 백악관은 AP기자의 대통령 집무실(오벌오피스)과 전용기(에어포스원) 출입을 금했다. AP는 이번 소송을 내면서 백악관의 취재 제한을 "위헌적인 언론통제 시도"로 규정하며 "AP의 뉴스 생산과 편집권 독립에 대한 공격은 미 수정헌법1조의 핵심을 위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백악관은 "오벌오피스·에어포스원이란 대통령의 개인적 업무 공간이자 전용기"라며 이들 공간에선 모두에게 헌법적 권리가 적용되진 않는다고 맞섰다. 이날 법원의 가처분 기각 판단이 나오자 백악관은 즉각 'AP 통신을 상대로 한 트럼프 백악관의 승리에 관한 성명'을 발표해 "처음부터 우리가 말했듯이, 오벌오피스와 에어포스원에서 미국 대통령에게 질문하는 것은 언론인에게 주어진 '특권'이지 '법적 권리'가 아니다"라고 재확인했다.

백악관은 이어 "가짜뉴스 책임을 묻기 위한 우리 정부 결정을 지지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언론에 전례 없는 수준의 접근 권한을 계속 부여할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역사상 가장 투명하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날 백악관 브리핑룸 스크린엔 "Gulf of America"라고 적힌 미 동남부 해안 지역 지도와 큼지막한 붉은 글씨의 "VICTORY"(승리) 화면이 떠 있기도 했다.

미국의 연합통신(Associated Press) 격인 AP는 뉴욕에 위치한 미 최고(最古) 최대 통신사다. 1846년 5월 몇 개의 신문사와 방송국의 협동조합 형태로 설립돼 세계적인 미디어로 성장했다. 현재 미국 내 1500여 개 신문사가 조합원으로 함께하며 전 세계발(發) 뉴스를 위해 110여개국 280여 지국의 약 3700명 직원이 매일 기사 2000여 건·영상 5만여 건·사진뉴스 100만여 건을 쏟아낸다. 조합 형태라 특정 세력에 논조가 장악될 가능성은 적다지만, 전 세계 언론지형이 전반적으로 좌경화된 가운데 'AP의 독립성'에 특별한 평가를 하긴 어려워 보인다.

임명신 기자 imms@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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