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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숙은 손가락을 이용해 머리칼을 대충 쓸었다. 단발로 자란 머리카락을 양 갈래로 나눠 묶어 보았다. 그때 달칵, 문 여는 소리가 들렸다. 권지호가 양손 가득 먹을 것을 들고 콧노래를 불렀다. 목욕탕에서 나온 희숙을 보자 권지호는 놀라서 손에 들고 있던 쇼핑백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정말 교복을 구해 왔네? 권지호는 신발을 벗는 둥 마는 둥 방 안으로 뛰어들었다. 희숙의 교복 위로 봉긋 솟은 가슴을 스치듯 만지더니 두 번째와 세 번째 단추를 풀었다.
변태섭이 희숙을 대하는 태도와 권지호의 태도는 달랐다. 변태섭은 희숙의 가슴이나 엉덩이·아랫도리를 보면 호흡이 가쁘고 눈빛이 달랐다. 권지호는 서두르는 법이 없었다. 희숙의 몸을 미술관 작품 보듯 찬찬히, 침착하게 바라봤고 때론 손으로 얼굴부터 엉덩이까지 손가락 등으로 쓸어내렸다.
권지호가 단추 두 개를 풀자 열린 교복 사이로 가슴이 노출됐다. 희숙이 맨 위 단추까지 풀려고 하자 권지호는 희숙의 손을 저지했다. 노노, 그러지 마. 그대로 있어 봐. 권지호는 차마 속으로 손을 넣어 희숙의 팬티를 아래로 내렸다. 권지호는 희숙의 손을 잡고 침대로 이끌었다.
“일본 포르노 보면 코스튬 놀이가 나오잖아. 궁금했거든. 자기가 이렇게 교복 입고 있으니 여고생과 하는 기분이 드네.” “그래서 좋아요?” 희숙의 질문에 권지호는 짧게 생각하고 역시 짧게 답했다. “별로. 뭐 그렇다고 내가 도덕적이라는 얘기는 아니고.”
권지호는 희숙에게 팔베개를 내밀었다. 교복 어디서 났어? 그냥 궁금해서. 희숙은 권지호 쪽으로 돌아누워 권지호의 가슴팍에 얼굴을 묻었다. 제 거예요. 제가 입던 거. 권지호 팔에 힘이 들어갔다. 희숙을 꼭 안았다. “코끼리 보온병 줬다고 진짜 특별한 이벤트를 마련했네. 다음엔 코끼리 밥솥 줄게.” 희숙이 고개를 들어 권지호를 바라보자 권지호는 큰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그거 주면 뭘 해 줄지 궁금한데? 농담이야, 농담. 그런데 일본인들 말야, 정말 웃기지 않니? 포르노 보면 뭐 저런 종족이 다 있나 싶어. 인간의 본능에 아주 충실하지. 코스튬 놀이, 밧줄로 꽁꽁 묶기, 여자 목에 개 줄 걸고 바닥을 기어다니게 하질 않나, 몸에 촛농 떨어뜨리며 고통스러워하는 거 보질 않나. 거시기도 쪼매난 놈들이 게임처럼 섹스해. 서양 놈들은 방망이만 한 물건 가지고 재미없게 하는데 일본 놈들은 립스틱만 한 물건 가지고 재밌게 하더라. 아주 볼거리가 풍부해서 좋아, 동양인 정서엔 일본 야동이 딱이지. 아, 그런 눈으로 쳐다보지는 마, 나 그렇게까지 짐승 짓은 안 한다고. 일본에 가면 뭐가 많은지 알아?”
“뭔데요?”
“서점하고 성인숍. 독서량이 세계 1·2위야. 동양에서 노벨상 가장 많이 받은 나라가 된 게 우연은 아니지. 지적 욕구와 성적 욕구가 충족되면 무슨 결과가 나오겠어, 상상력과 창의력이지. 일본 놈들 코끼리 밥통 만들면서 졸라 섹스했을 거야. 여자들 오르가즘 느끼게 하는 방법이 뭘까 고민하는 놈들이 고장 안 나는 밥통은 연구 안 했겠어?”
[글 박선경 일러스트 임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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