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한 동네에서 사람이 죽으면 그 마을에서 일어난 모든 나쁜 일은 그가 한 것이다.”
이 속담에 대해선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하나는 죽은 이에게 모든 죄를 떠넘기고 산 사람들은 평화와 화해를 구한다는 뜻, 그리고 다른 하나는 죽은 사람만 억울하다는 뜻이다.
이는 죽음과 고인에 대한 한국 정서와는 사뭇 다르다. 조금 과장하면 우리는 사람이 세상을 떠나면 거의 성인 반열로 올린다. 그의 모든 잘못을 따지지 않고 묻어 버린다. ‘망자를 욕되게 하지 말라’는 타박과 함께 정치적 필요에 따라 때로는 영웅으로 신격화하기도 한다.
누구에게나 공과가 있고, 사적 영역에 묻어 둘 것과 공적 부문에서 따져야 할 것이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아르헨티나 태생의 첫 비(非)유럽권 출신 교황으로 ‘가난한 이들을 위한 성자’ ‘개혁가’로 이름을 얻었다. 그러나 동성애 옹호 등에 대해 좌파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는 중요한 문제다. 그가 가톨릭 수장임에도 신의 창조론을 거스른다는 뜻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남과 여로 창조되었다. 신의 천지창조의 화룡점정이다. 서로 사랑하고 자식을 낳아 번창하라는 게 성서 창세기의 핵심 교리라는 건 신자가 아니라도 상식으로 통하는 이야기다.
그래서 ‘동성애’는 신에 대한 가장 대표적이고 원색적인 저항이 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개인적으로 이를 선호하거나 옹호할 수 있다. 그러나 신과 기독교를 믿고 신도들을 이끄는 신분으로서는 그럴 수 없다. 사도들의 사도인 교황이 신에 대해 정면 도전하는 이율배반적 태도를 보인 셈이기 때문이다. 약자 보호와 동성애 옹호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동성애’는 없다. 동성 간의 우정과 동성 간의 성(性)적 행위가 있을 뿐이다. 이 둘은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다. 전자는 정신적 사랑이고, 후자는 육체적 욕망의 표현이다. 후자를 ‘동성애’라는 이름으로 미화·포장하는 것은 잘못이다. 인류의 기본 질서를 흔들려는 불순한 자들의 언어교란 전술에서 나온 의도된 용어다. ‘민주주의’ 만큼이나 ‘동성애’도 이 전술에 의해 오염된 언어의 대표적 사례다. 교황은 진보라는 이름으로 신의 핵심적 가르침을 외면한 건 아닐까.
21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종했다. 그의 선종을 추모하는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교황의 마지막 길에 신의 은총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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