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 초월했던 백남준, 지하에서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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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현 기자페이지 + 입력 2015-01-29 00:01:17

지난 2006년 오늘(29일) 비디오아트의 선구자로 알려진 예술가 백남준이 눈을 감았다. 그로부터 꼭 9년이 지난 오늘 그의 대표작 ‘다다익선’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경기도 과천시 국립현대미술관 램프코어에 설치된 이 작품은 지난 1988년 건축가 ‘김원’의 설계로 서울올림픽을 기념해 설치됐다. 개천절을 상징하는 모니터 1003개로 구성된 다다익선은 프랑스 파리 퐁피두센터에 1982년에 설치된 ‘삼세기’와 더불어 백남준의 멀티미디어 설치작업 완결판이라고 평가받는 작품이다.

이 작품에 쓰인 모니터 1003대 중 300여대의 모니터가 현재 고장이 난 상태며 이를 두고 복원할 것인지 보존할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여론은 “고장을 방치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거세게 반발했고 지난 26일 국립현대미술관은 “오는 광복절까지 보존수복작업을 마치겠다”고 해 논란을 일단락 지었다.

7월까지 보수를 완료하고 광복절에 맞춰 정식으로 일반에 공개하겠다는 윤남순 국립현대미술관장 대행은 “모니터가 단종 된 탓에 구하기가 쉽지 않다”며 “그나마 큰 모니터는 어느 정도 확보했으나 작은 모니터가 문제다. 부족한 모니터는 베트남 등 동남아로 수출된 것들을 알아보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같은 국립현대미술관 측의 발언은 그들 스스로도 작품보존에 대한 의지와 생각이 전혀 없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과 다름없다. 더구나 30여 년 전 TV로 만들어진 작품을 두고 그들은 제품의 전시에만 신경을 썼을 뿐 이 작품의 보존과 향후 처리를 두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는 말이 된다.

TV와 같이 전자제품의 경우 해마다 신제품이 쏟아지고 부품이 바뀌며 또 단종되는 것을 반복한다. 이는 지극히 자연스럽고 또 상식적인 현상이다. 이제 와서 “부품이 없다”, “단종 됐다” 등의 핑계를 대면서 베트남에 수출된 제품을 찾아보겠다는 미술관 측의 발언은 그들 스스로 전혀 대비가 없었음을 고백한 것과 다름없다.

뜻있는 전문가들은 이번 현대미술관의 ‘다다익선’ 논란은 국내 문화재에 대한 관리 소홀이 여실히 드러난 사건이라고 꼬집었다. 과거의 유물만 문화재로 인식하는 우리의 태도가 확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지적이다.

국내 문화재를 총괄 담당하는 문화재청은 설립목적에서 ‘문화유산의 보존과 가치창출로 민족문화 발전에 기여한다’고 홈페이지에 명시했다. 문화유산의 창조적 계승·발전으로 세계일류 문화국가를 실현한다는 문화재청의 업무범위는 현대의 문화가 아닌 과거의 유물에 국한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의 우리 문화재가 후대의 유물이 된다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 우리가 현재 문화재라고 일컫는 작품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백제금동대향로, 금관총 금관과 같이 미적 아름다움을 추구한 예술품도 있지만 농악, 자기, 건축물 등 생활과 밀접한 것들도 적지 않다.

다시 말해 지금 우리가 즐겨듣는 음악과 건축물 그리고 다양한 작품들 하나하나를 소중히 가꿔야 할 ‘후손들의 문화재’라는 사실이다. 또한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그들의 시대에 이르러 무엇이 소중한 문화재로 여겨질 지 지금의 우리로써 알 수 없는 만큼 사소한 것 하나도 소홀해서는 안 된다.

이제 단순히 오래된 것만이 문화재라는 인식을 벗어나 현존하는 우리를 대변할 수 있는 유·무형의 모든 것들이 문화재라는 인식을 갖고, 이를 보다 소중이 가꿀 수 있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한 때다.

김도현 dh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