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은 소멸성과 무형성, 은유성으로 점철된 고도의 예술이다. 무대예술을 통해 구현될 때 도드라지는 특성이자 타 예술 장르와 구별되는 춤의 본질이기도 하다.
예술로 범주를 확장해서 보자면 예술의 핵심은 ‘창작’이다. 창조 과정을 통해 배태된 숭고한 미의 산물이다.
분석미학을 연구한 미국의 비평철학자 비어즐리에 따르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형성되는 발명적 양상과 직접적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선택하거나 혹은 이를 거부하는 비평적 양상들이 교차하는 창조활동에 대해 언급했다.
창조와 재창조, 해석과 재해석의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만 하는 예술의 속성을 선명하게 보여 주는 대목이다. 신체 언어로 미적 속성을 오롯이 드러내야 하는 춤이라면 두말할 나위가 없다.
순간성이 강한 춤은 기록 면에서 취약한 부분이 있다. 특히 전통춤의 경우는 역사와 삶, 문화의 지층으로 퇴적된 예술의 나이테 그 자체다. 전통창작춤일 경우에는 경계의 모호함으로 인해 창작물이냐 문화유산이냐 라는 구분짓기에 대한 고민이 생길 여지가 크다. 특히 창작자의 저작권으로 내밀하게 들어오면 따져야 할 지점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저작권법은 저작자의 권리와 이에 인접하는 권리를 보호하고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을 도모함으로써 문화 및 관련 산업의 향상·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 법령에서 정의하는 ‘저작물’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말하고 ‘저작자’는 저작물을 창작한 자를 말한다.
저작권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저작재산권과 저작인격권이다. 전자에는 복제권·공연권·공중송신권·전시권·배포권·대여권·2차적 저작물작성권 등이 있다. 후자에는 공표권·성명표시권·동일성유지권 등이 포함된다. 사안이 발생했을 경우 꼼꼼히 따져 봐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춤의 경우 크게 이슈된 케이스가 있다.
2018년 1월, 이매방 유족 측은 한국저작권위원회를 통해 이매방(1927~2015) 예능보유자의 ‘삼고무’ ‘오고무’ ‘장검무’ ‘대감놀이’ 등 4개 작품에 대해 저작권을 등록했다. 이로 인해 유족 측과 우봉 이매방춤보존회 간 법적 분쟁이 발생했다. 최근 관련해서 법원의 화해권고 결정이 내려졌다.
이 사건은 저작권무효소송이 아니라 ‘저작권침해 금지 가처분’ 건이다. 법원의 결정사항 요지를 보자면 다음과 같다. 4개 작품은 고(故) 이매방의 창작물이고, 유족은 이에 관한 저작권을 승계한 저작권자라고 했다. 원칙적으로는 해당 작품에 대해 저작권자의 동의가 필요함을 부연했다.
하지만 결정문에서 이 작품들을 이용할 수 있는 사안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작품 이용 사안만 국한해서 보자면, 첫째 저작권법 제29조(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아니하는 공연·방송)의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둘째 보존회가 연 1회 주최 또는 주관하는 공연으로 실연하는 경우, 셋째 유족의 동의가 있는 경우 등이다.
특히 춤의 형식이나 전통춤으로서 4개 작품과 실질적으로 유사하지 않다면 이를 자유롭게 이용(명칭 사용 포함)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번 결정은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을 가지며 재판상 화해는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있음을 적시하고 있다.
홍기원 교수는 ‘예술창작에서 저작권법 적용의 한계에 대한 이론적 고찰’이란 학술논문에서 예술가에게 저작권은 자신의 창작성을 공식적·법률적으로 확정하는 것과 창작에 대한 경제적 가치를 담보하는 제도로서의 유용성이 있다고 봤다.
하지만 예술 개념의 불확정성은 저작권의 법률로서의 안정성을 취약하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고 언급했다. 저작권법의 한계가 근본적으로는 예술 정의의 불확정성에 있다고 보는 저자는 예술과 저작권법의 정의에 대해 문제가 되는 표현과 아이디어의 이분법, 예술에 대한 새로운 정의의 문제가 대두될 때라고 보고 있다.
특히 예술가의 경제적 권리확보 수단으로서 저작권의 불완전성을 성찰해야 한다는 대목은 춤 현장에서 상기해야 할 지점이기도 하다.
저작권 전문가와 무용학자의 견해를 일부 인용하자면, 우선 저작권의 영역 설정은 정책적 판단의 문제이므로 창작자 권리를 내세워 저작권 영역을 넓게 잡으면 오히려 창작 활동이 위축될 소지도 있다는 점이 부각된다.
또 하나는 ‘최종실류 소고춤’이 저작권 등록 이후 전통무용 현장에서 사라진 것처럼 미래유산 보존 전승에 대한 고민 또한 필요하다는 점이다.
저작권법의 취지와 목적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저작자의 권리 보호와 더불어 궁극적으로는 문화예술의 발전 도모에 집중해야 한다. 춤, 특히 전통춤(전통창작춤)일 경우는 더할 나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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