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개인투자자들에게 키움증권은 특별한 이름으로 다가온다. 2000년 지점 하나 없이 온라인으로 출발한 키움증권은 낮은 수수료와 홈트레이딩시스템(HTS) ‘영웅문’을 앞세워 개인투자자를 끌어모으며 국내 주식 위탁매매 시장에 돌풍을 일으켰다. 영웅문은 무협지에 등장하는 강호의 고수들처럼 치열한 주식시장에서 투자자들이 날카로운 매매 기법을 구사해 승리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지은 이름이다. 키움증권은 프로야구단 네이밍 스폰서십에서도 ‘키움 히어로즈’라는 이름을 사용하며 ‘영웅’이라는 브랜드를 각인시켰다.
그러나 개인 투자자의 주식 위탁매매(브로커리지)에 집중된 성장 방식은 시장 변동성이 커질 때마다 리스크라는 암초를 드러냈다. 2023년 CFD(차액결제거래) 사태와 영풍제지 미수금 사태 등을 겪으며 문제점이 노출됐고 2024년 1월 엄주성 대표가 구원투수로 나섰다. 엄 대표는 취임 이후 내부통제를 강화하는 동시에 기업금융(IB)·자산관리·퇴직연금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며 키움증권의 새로운 성장 기반을 다지는 데 주력했다.
그의 일상은 여의도 본사와 가까운 곳에서 시작된다. 엄 대표의 주거지는 서울 동작구 상도동의 ‘힐스테이트 상도센트럴파크’다. 직주근접의 편리함을 누리면서도 단지 주변을 감싼 상도근린공원의 녹지를 통해 도심의 소음과 매연에서 한발 비켜설 수 있는 환경을 갖췄다. 변화무쌍한 금융시장에서 수익과 리스크의 균형을 고민하는 경영자가 주거에서도 업무의 효율성과 일상의 안정성을 함께 고려한 것이다.
투자의 영웅들이 모이는 곳
키움증권의 출발점은 기존 증권사들과 달랐다. 2000년 1월 키움닷컴증권으로 출범한 키움증권은 같은 해 5월 온라인 위탁매매를 시작하며 지점 없는 100% 온라인 증권사라는 새로운 길을 개척했다. 당시 증권업계에서 오프라인 영업점은 고객을 확보하는 핵심 수단이었지만 키움증권은 이를 과감히 없애고 낮은 수수료와 온라인 거래 시스템을 앞세웠다.
대표적인 무기는 HTS ‘영웅문’이었다. 단순히 거래 시스템을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개발 단계부터 고객 의견을 반영했다. 프로그램을 업그레이드할 때마다 고객으로 구성된 모니터링 클럽을 운영했고 출시 이후에도 VOC(Voice of Customer)를 통해 이용자 의견을 받아들였다. 개인투자자들이 원하는 기능을 빠르게 플랫폼에 담아내면서 키움증권은 온라인 투자 문화확산과 함께 성장했다.
이후 키움증권은 온라인 투자자문과 데이터 기반 맞춤형 고객관리(CRM) 시스템을 도입하고 기업 인수합병(M&A) 펀드, 해외주식 온라인 직접거래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2007년에는 키움닷컴증권에서 현재의 키움증권으로 사명을 변경했고 국내 주식 투자자 5명 중 1명이 이용할 만큼 대규모 고객 기반을 구축했다. 총 개설 계좌 수도 1200만 개를 넘어선 키움증권은 2005년 이후 20년 연속 국내 주식 위탁매매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하지만 브로커리지 중심의 성장 방식은 시장 환경이 급변할 때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한계를 품고 있었다. 특히 2023년 차액결제거래(CFD)와 영풍제지 미수금 사태가 잇따르면서 키움증권의 리스크 관리 체계가 도마에 올랐다. 회사는 당시 두 사건으로 총 5490억 원의 충당금을 적립했고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과 황현순 전 키움증권 대표가 연이어 자리에서 물러나는 등 리더십 공백까지 겪은 바 있다.
위기의 순간 등판
이런 상황에서 구원투수로 낙점된 인물이 엄주성 대표다. 1968년생인 엄 대표는 서울 금천구 시흥동에 있는 시흥고등학교를 거쳐 연세대학교 응용통계학과를 졸업했다. 1993년 9월 대우증권에 입사해 기획실과 영업추진부 등을 거쳤으며 기업공개(IPO)를 담당하는 주식인수부에서 약 7년간 근무했다. 기업의 가치를 분석하고 숫자를 통해 성장 가능성을 판단하는 업무에서 두각을 보였다.
이후 2007년 6월 키움증권 PI(자기자본투자)팀으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 소규모로 출발한 PI 조직은 이후 투자운용본부로 확대됐고 엄 대표는 약 14년간 투자운용본부를 이끌었다. 구조화 상품에서 시작해 주식과 채권, 장·단기 대체투자 등으로 투자 영역을 넓히면서도 안정적인 운용 성과를 이어갔다는 평가를 받았다. IPO 과정에서 기업의 실사와 밸류에이션을 꼼꼼히 들여다본 경험이 투자운용 과정의 리스크 관리로 연결됐다는 평이다.
키움증권 내부에서도 리테일과 기업금융(IB), 전략기획, 투자운용 등 다양한 업무를 맡았다. 전략기획본부장을 거친 뒤 2024년 1월 대표이사 사장에 선임됐다. 당시 이사회 역시 약 30년간 금융투자업에 몸담으며 여러 분야를 경험한 점과 키움증권에서 경영진으로 활동하며 쌓은 전문성을 대표 선임의 배경으로 꼽았다.
대표 취임 직후 엄 대표가 가장 먼저 손댄 곳은 수익 확대가 아니라 리스크 관리였다. 기존 리스크 관리 체계를 재정비하고 리테일비즈 분석 기능을 확대하는 한편 자회사 리스크와 내부통제를 통합 관리하기 위한 조직을 신설했다. 현업과 리스크 관리, 감사가 서로 견제하는 3중 위기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이상 거래 패턴을 사전에 탐지할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했다.
위기관리서 1조 클럽 진입
취임 이후 그는 실적으로 리스크 관리 역량을 입증했다. 키움증권은 2025년 연결 기준 영업이익 1조4882억 원, 순이익 1조1150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35.5%, 순이익은 33.5% 증가했다. 영업이익이 2년 연속 1조 원을 넘어선 데 이어 순이익까지 처음으로 1조 원을 돌파하며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거뒀다. 올 상반기에도 연결 기준 영업이익 1조4102억 원, 당기순이익 1조1580억 원을 기록하며 반기 만에 1조 클럽을 달성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거뒀다. 국내외 증시 활성화에 따른 위탁매매 수수료 증가와 함께 IB 부문에서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인수금융 등의 거래를 주관한 것이 실적에 힘을 보탰다. 이런 성과에 힘입어 지난해 엄 대표의 보수총액은 7억9593만 원으로 알려졌다.
2025년은 사업 구조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었다. 키움증권은 2025년 11월 금융위원회로부터 발행어음 인가를 받으며 국내 다섯 번째 초대형 IB로 올라섰다. 발행어음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첨단산업과 벤처기업 등 모험자본 공급에 활용한다는 전략도 세웠다. 첫 발행어음 상품은 출시 일주일 만에 목표액 3000억 원이 모두 판매됐다. 당시 키움히어로즈 야구단 주장 송성문 선수(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소속 메이저리그 선수)가 기간형 상품 첫 번째 가입자로 이름을 올렸다. 브로커리지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기반으로 성장해온 키움증권이 이제 기업금융과 자본시장으로 사업의 외연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개인 고객 기반을 활용한 자산관리(WM) 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키움증권은 올해 500조 원 규모의 퇴직연금 시장에 본격적으로 명함을 내밀며 기존 주식 투자 고객을 장기 자산관리 고객으로 확보하는 락인(Lock-in) 전략을 펼치는 중이다. 여기에 인공지능(AI) 기반의 포트폴리오 관리와 스마트 투자정보 서비스를 고도화하며 주식 거래 플랫폼에서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직주근접과 평온함 추구
금융투자업계 대표의 하루는 빠르게 움직이는 시장과 함께 시작된다. 키움증권 본사가 자리한 여의도와 이동 거리를 고려하면 주거 선택에서도 직주근접은 중요한 요소다.
엄 대표가 선택한 곳은 서울 동작구 상도동의 ‘힐스테이트 상도센트럴파크’다. 여의도와 도로 기준 5~7km 거리에 불과해 물리적으로 가까운 데다 지하철 7호선 숭실대입구역이 인접해 있어 주요 업무지구로의 접근성이 뛰어나다.
주거 공간은 전용면적 118.1759㎡로 약 35.75평이다. 총 1559세대 규모의 대단지이지만 전용 118㎡는 239세대에 그쳐 단지 내에서도 희소성이 있는 대형 평형에 속한다. 2012년 입주한 단지로 대단지 규모와 역세권, 녹지 환경을 함께 갖췄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자연환경이다. 단지 주변은 상도근린공원과 맞닿아 있으며 공원은 국사봉(해발 약 179m)으로 이어지는 야트막한 산 지형을 이룬다. 상도동 특유의 지형 때문에 단지 주변에 완만한 경사가 나타나지만 그만큼 숲과 녹지를 접할 수 있다.
이 같은 입지는 도로와 주거지가 바로 맞닿는 일반적인 도심 아파트와 달리 녹지가 완충 공간 역할을 한다. 공원의 숲이 도로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매연을 걸러주는 자연적인 방음벽이자 필터 역할을 하고 있다. 금융시장의 소음과 변동성을 가까이서 접하는 증권사 대표에게 출퇴근 이후 한적한 주거 환경은 또 다른 의미를 줄 수 있는 대목이다.
자산 가치의 변화도 주목할 만하다. 엄 대표는 2019년 12월 해당 주택을 13억5000만 원에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올해 5월 동일 면적 호실이 20억500만 원에 실거래되면서 약 6억5500만 원(48.5%)에 달하는 가치 상승을 이뤄냈다.
엄 대표의 경영 행보를 살펴보면 ‘확장’과 ‘관리’라는 두 단어가 동시에 보인다. 그는 온라인 브로커리지라는 키움증권의 강점을 유지하면서도 발행어음과 IB, 퇴직연금, AI 기반 자산관리 등 새로운 성장축을 확보했다. 과거 위기에서 드러난 취약점은 내부통제 강화로 보완하고 있다.
그의 주거지에서도 이러한 특징을 볼 수 있다. 여의도와 가까운 상도동에 터를 잡아 출퇴근의 효율성을 확보하면서도 상도근린공원이라는 녹지 공간을 통해 도심의 소음과 매연에서 한발 떨어진 환경을 택했다. 편리함만 좇거나 자연만을 택한 게 아니라 업무와 휴식 사이의 균형을 찾은 선택으로 읽힌다.
안팎의 균형을 잡은 엄 대표의 리더십 아래 대한민국 자본시장의 영웅(hero)들을 이끄는 키움증권이 앞으로 어떤 성장의 지평을 열어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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