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프로농구(NBA) 올 시즌 최고령 선수는 로스앤젤레스 레이커스 소속의 르브론 제임스다. 1984년생으로 40세다. 야구·골프와는 달리 격렬한 스포츠인 프로농구에서는 환갑을 넘긴 고령에 속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코트를 누비고 있다는 것은 자기 관리에 철두철미했다는 얘기다. 2024~25시즌에도 4872만8845 달러(약 658억 원)의 연봉을 받는 걸 보면 여전히 제임스의 효용가치가 높다는 증거다.
제임스가 고교 졸업후 2003년 NBA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1순위로 만년 약체이던 클리브랜드 커벌리어스로 지명된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은퇴한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62)과 구분하기 위해 그에게는 NBA데뷔 때부터 ‘킹(King)’이라는 애칭이 붙었다. 그가 NBA 코트를 밟았을 때 조던은 이미 역사 속으로 자라진 뒤였다. 둘의 맞대결을 볼 수 없었던 게 농구팬으로서 아쉬움으로 남는다.
제임스는 고향 팀 클리블랜드의 첫 우승을 이뤄 줄 선수로 팬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리그 MVP를 연속으로 수상할 정도로 기량은 군계일학이었지만 팀 우승과는 거리가 멀었다. 제임스는 거듭된 우승 도전 실패 끝에 마이애미 히트로 이적하며 두 차례 챔피언을 차지할 수 있었다. 마이애미에서 4년을 보낸 뒤 다시 클리블랜드로 복귀해 팀을 4년 연속 파이널 진출로 이끌었고, 특히 2016년에는 팀 우승이라는 클리블랜드의 오랜 숙원을 풀어 주었다. 이후 2018년 LA 레이커스로 이적해 2020년 우승하며 세 곳의 팀에서 우승의 영예를 누리는 진기록을 만들었다.
만 20년 동안 코트를 누비면서 NBA 득점에 관한 기록은 다 깨뜨렸다. 35년간 이어져 오던 카림 압둘 자바(미국)의 역대 NBA 최대 득점(3만8387점)을 2023년 2월 마침내 경신했다. 제임스는 현재 4만474점을 기록 중이다. 득점 부문에서는 전인미답의 기록을 계속 세우고 있는 셈이다. 조던은 3만2292점으로 역대 5위다. 206cm·110kg의 제임스는 빅맨에 속하지 않지만 리바운드를 따내고 득점을 노리는 포지션인 스몰 포워드로서 매 시즌 2000득점을 올렸다는 계산이 나온다. 꾸준한 기량을 과시하며 유일무이하게 통산 4만 득점 외에도 1만 리바운드 및 1만 어시스트 기록을 보유 중이다.
코트에서는 화려했지만 제임스의 어린 시절은 불우하기 그지 없었다. 아버지의 얼굴도 모르는 채 성장한 제임스는 세 살때 미용실을 운영하던 외할머니가 숨진 뒤에는 구걸로 입에 풀칠했다. 20살도 채 안 된 미혼모였던 그의 어머니는 친척도 없이 아들 제임스를 키우기가 매우 힘들었다. 여덟 살 때까지 무려 12번이나 이사하느라 밥 먹듯 전학을 다녀야 했다. 의붓 아버지는 경제적으로 무능했고 마약 거래로 감옥을 수시로 들락거리는 등 제임스 모자에게 가장 역할을 해 줄 수 없는 사람이었다.
초등학교 때 미식축구부 친구의 아버지 프랭크 워커는 제임스에게 구세주였다. 주택관리국에서 일하던 워커는 세 자녀와 함께 제임스를 키웠고, 제임스 가족에게 임대 주택을 주선해 줬다. 제임스는 이후 안정적인 생활 속에 모범생으로 바뀌었다. 그는 제임스가 농구에 엄청난 재능을 갖고 있다는 걸 알고 본격적으로 농구를 배우게 했다. 제임스 인생의 은인은 바로 워커였다.
몸이 쑥쑥 자라며 제임스의 기량도 날로 성숙해 고난도의 덩크슛을 성공시킬 정도가 되었다. 이미 초고교급 수준이었고 3년 연속 오하이오주의 ‘미스터 배스킷볼’ 로 선정되었을 정도로 싹수가 보였다. 제임스는 고등학교 때부터 NBA의 관심을 받았다. 당대 최고 선수이던 코비 브라이언트나 조던도 제임스의 기량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오하이오주 ‘미스터 배스킷볼’ 3회· 전미 ‘미스터 배스킷볼’ 2회·전미 올해의 선수상 2회라는 말도 안 되는 업적을 세운 게 고3 때의 일이다. 친구들은 모두 대학에 진학했지만 제임스는 어머니를 더 이상 고생시키지 않으려고 2003년 신인 드래프트에 참가하며 NBA 역대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으로서의 길고도 먼 여정을 시작했다.
리그 최고령임에도 펄펄 나는 활약을 펼치는 데는 나름의 노력이 있었다. 그는 식습관을 바꿔 체중 관리를 통해 무릎과 하체 부상을 방지할 수 있었다. 상대 선수의 압박을 견뎌 내기 위해 20년 넘게 균형 훈련과 자기관리를 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2024~25시즌을 앞두고 은퇴하려던 그의 계획은 미뤄졌다. 20살의 장남 브라우니가 LA 레이커스에 입단해 NBA 역사상 최초로 부자가 같은 팀 동료가 됐기 때문이다. 어렸을 적 아버지 얼굴도 모르고 성장한 제임스의 아들 사랑은 유별나다. 대학에서 평범한 선수였던 브라우니가 ‘아빠 찬스’로 모두가 선망하는 ‘NBA 취업’에 성공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23일(한국시간) 개막하는 올 시즌에 이들 부자가 어떤 활약을 보여 줄지 흥밋거리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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