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근칼럼] 돌아온 트럼프가 바꾸고 있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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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근 필진페이지 + 입력 2024-11-15 06:30:56

2024년 미국 대선은 예상대로 도널드 트럼프의 완승으로 끝났다. 예상대로 끝났다 함은 미국의 대통령 선거에 관한 기왕의 정치학 이론들이 역시 타당한 것으로 증명되었다는 뜻이다.

미국 시민이 투표할 후보를 결정하는 제1의 변수는 경제 상황이 좋아졌는가 그렇지 않은가의 여부다. 선거 때마다 나타나는 구호 “당신의 형편은 4년 전보다 나아지셨습니까?”는 바로 민생 문제가 대통령 당락의 결정 요소임을 말해 준다. 특히 이번 대선은 미국 국민이 자신들의 경제 상황이 좋아졌는지의 여부를 체험으로 비교할 수 있는 두 인물의 대결이었다.

현직 부통령인 카멀라 해리스 집권 4년은 바로 앞선 대통령 트럼프 재임 시절과 비교할 때 경제적으로 너무나도 상황이 나빴다. 미국 보통 시민이 주유소에 갈 때마다, 그리고 먹거리를 사러 갈 때마다 그들은 물가가 너무 올랐다는 사실에 짜증을 내지 않을 수 없었다.

두 번째 결정 요인은 미국의 정치 및 사회가 올바른 방향을 향하고 있는가의 여부다. 해리스의 미국은 남자 수영선수가 자신을 여자라며 여자수영경기의 금메달을 싹쓸이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세월이 되었다. 하필이면 지난 부활절을 성전환자의 날로 선포, 미국 인구의 3분의 2가 넘는 기독교도들을 분노하게 만든 사람이 바로 조 바이든 대통령이다. 그는 더 나아가 성전환자를 용감한 사람들이라고 추켜세웠다.

여자가 된 남자 수영선수 때문에 만년 은메달 신세가 된 진짜 여자수영 챔피언인 라일리 게인스는 2024년 대선을 ‘공화당과 민주당의 싸움이 아니라 정상(Sane)과 광기(Insane)의 싸움이며 도덕(Moral)과 악(Evil)의 싸움’이라며 절규했다. 미국 국민의 단 21%만이 나라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응답했으며 79%가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응답했다.

미국 대선에서 외교 정책은 그다지 중요한 변수는 아니지만 지난 70년 이상 초강대국이었던 미국이 현재와 같은 초라한 모습이 된 것은 미국 시민을 우울하게 만들었다. 전 세계의 부랑자 국가들이 바이든의 미국을 조롱하고 있는 모습은 강한 지도자를 선출하도록 미국 국민을 자극했을 것이다.

트럼프가 당선되자마자 놀라운 일들이 벌어졌다. 주식이 최고가를 쳤고 비트코인도 대폭 값이 올랐다. 대단히 공세적이었던 중국이 미국과의 평화 공존을 원한다고 말했고, 러시아는 즉각 대화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한다. 달러의 지위를 약하게 만들려던 유럽연합(EU)은 러시아가 아닌 미국에서 가스를 수입하겠다고 말했고, 하마스 지도자들을 보호해 주던 카타르는 그들을 추방하기로 했다. 불법입국자들이 미국의 남부 국경을 향해 떼지어 행군하는 것을 못 본 척했던 멕시코 정부가 모종의 행동을 취하기 시작했다. 미국으로 향하던 불법 이민 행군단의 규모가 갑자기 절반 미만으로 줄어들었다.

북한은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에 대해 숨을 죽이고 있는 것 같다. 많은 한국 국민이 생각하듯 트럼프가 김정은과 친하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북한이 숨죽이고 있을 리 없다. 트럼프는 평양으로부터 기차로 며칠씩 달려와 베트남 하노이 회담장에서 미국과 대화하려던 김정은과 일이 잘 진행되지 않자 회담장을 박차고 나가 그대로 미국으로 떠났던 인물이다. 김정은을 상대국 국가원수로 취급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트럼프가 보기에 김정은은 ‘꼬마 로켓맨(Rocket Man)’일 뿐이다.

11월13일 때마침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을 정말 최악으로 무시하는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을 국무장관으로 지명했다. 루비오는 2018년 6월 싱가포르 회담 직후 트럼프가 김정은에 대해 덕담하는 것을 보고 “김정은에게 아부해서 좋은 거래를 하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는 절대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처럼 ‘재능있는 인물’은 아니다. 아버지와 할아버지로부터 가업을 물려받은 괴짜로 민주주의 국가였다면 선거를 통해 유기견(버려진 개)을 잡는 사람의 조수로도 당선될 수 없는 못난 인물이다”고 말했다. 김정은, 앞으로 신경 좀 써야 하겠다.

트럼프의 방위비 요구를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방위비가 아니라 ‘주한미군 주둔 비용 분담금’이 맞는 말이다. 미국 측 계산에 의하면 주한미군 주둔 비용은 대략 년 35억 달러이며 2023년 한국은 10억 달러 정도를 분담했다.

2023년 한국은 1128억 달러(147조 원)의 유류를 수입했다. 트럼프 1기 평균 국제유가가 바이든 재임 기간보다 34% 저렴했으니 이를 미래에 대입하면 우리는 앞으로 년 383억5200만 달러(약 50조 원)씩 유가를 절감할 수 있다. 트럼프가 막말식으로 요구한 돈 100억 달러를 다 준다 해도 283.5억 달러(약 37조 원)가 남는 장사가 되겠다. 우리가 100억 달러 낼 수도 없다. 왜냐하면 우리가 분담금을 다 낸다 하더라도 주한미군 주둔 비용 총액이 35억 달러 정도니까. 미국 측은 절반을 우리가 내길 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