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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 들어 미·북 대화가 수면 위로 떠오르며 ‘코리아 패싱’이 화두에 올랐다. 통미봉남(通美封南·미국과 통하고 남한은 봉쇄한다.)식의 대북 정책에 반복적 정책 실패를 거듭해 온 한국에서는 북한의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이 절실한 때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은 북한은 최고지도자·후계자 역할을 절대시하는 ‘군주제적 스탈린주의 체제’로서 김정은 지도력을 낱낱이 해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 사회에서는 김정은이 언제부터 후계자로 내정되었는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그의 지도력을 과소평가해 왔다”라고 단언했다. 김정은의 군부·경제개혁 과정을 분석하고, 핵·미사일 개발을 급속도로 고도화한 과정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 ‘코리아 패싱’ 위험 극복 첫걸음을 디딜 수 있을 것이라는 의미다.
2일 정성장 센터장은 서울 종로구 세종연구소에서 진행된 스카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김정은의 리더십과 정책을 오해하는 것이 한국의 대북정책 실패로 이어지고 있다고 단언했다. 김정은 리더십에 대해 정 센터장은 “김정은이 김정일보다 더 공포정치에 의존하고 있다는 평가도 사실과 다르다”라며 “김정은은 핵심 고위 간부들에게 상당한 권한을 위임하여 군부 개혁·경제개혁에급속한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를 끌어냈다”라고 했다. 이어 “김정은이 2011년 집권 초기에는 김일성과 김정일의 후광에 의존했으나, 2017년 이후부터는 독자적인 정통성을 구축하며 ‘수령 김정은’으로 자리 잡았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김정은은 철저한 현실주의적 사고를 하는 지도자로, 필요할 때 상대방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하지만 전략적으로 이익이 없다고 판단되면 기존 약속을 무시하는 냉정한 태도를 보인다”라며 김정은 통치 스타일에 대한 정한 재평가가 필요함을 역설했다.
김정은 통치 스타일을 집중 분석한 정 센터장의 최근 저서 『우리가 모르는 김정은』 (한울엠플러스·2024)를 통해 북한 최고지도자의 정치·전략을 본격적으로 해부했다. 그는 미국 망명 김정은 이모부 리강과 이모 고용숙을 2021년 3월에 만났다. 이 책에는 김정은에 대해 국내에 알려지지 않은 내용을 소상히 담겼다. △김정은의 성장 과정 △후계자 내정 시점 △권력 장악 방식 △공포정치 △경제·군사 정책 △대미 전략 및 김정은 이후 김주애 권력 승계 가능성까지를 포괄적으로 다뤘다.
책에 담긴 핵심 주제는 ‘김정은의 후계 구도’이다. 국내 언론에 알려진 20대 초반의 나이 보다 훨씬 어린 나이에 김정은이 김정일 후계자로 자리매김했이 새롭게 드러난 사실이다. 리강은 정 박사에게 1992년 김정은의 8세 생일에 50세였던 김정일은 핵심 측근들 앞에서 “내 후계자는 정은이다”라고 밝혔음을 증언했다. 김정일은 당시부터 자신을 닮은 김정은을 지속해서 후계자로 내세웠고, 김정은의 형 김정철은 후계 구도에서 배제했다고 봤다.
같은 맥락에서 김정은의 장녀 김주애가 2022년 11월 9세 나이로 등장한 것도 당연한 맥락에서 4대 권력세습의 정당성을 인정했다는 것이다. 정 센터장은 2010년생 아들이 있다는 정보는 잘못 알려졌을 것이라고도 했다. 정 센터장은 근거로 2018년 문재인 대통령과의 판문점 회담에서 김정은이 문재인에게 “나도 딸이 있다”라고 언급한 점에 주목했다. 만약 아들이 있었다면 “나도 자식이 있다”라고 했을 것이라는 것이다. 김주애가 이미 후계자로 내정 됐을 것이라는 의미다.
‘밀덕(밀리터리 덕후) 김정은·김주애 부’에 주목한 정 센터장 “김정은은 거의 매일 새벽 4~5시까지 자지 않고 컴퓨터로 군사 지식을 보고 있다”며 “한국도 개발하지 않은 극초음속 순항 미사일이나 핵잠수함 등에 이어 군사 정찰 자산까지 개발 후 과시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맥락 때문”이라고 했다. 그 “김주애도 마찬가지로 밀덕으로 알려졌으며, 군사 관련 해박한 지식과 흥미를 어린 나이부터 보인 것으로 안다. 김정은은 김정일이 그랬던 것처럼 일찌감치 자신을 닮은 김주애를 후계자로 낙점 찍은 것”이라고 밝혔다. 계속해서 “약 170cm 신장에 140kg에 달하는 초고도비만 환자 김정은은 고혈압·당뇨 등 필연적 건강 문제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으며 이 때문에 김주애를 일찌감치, 4대 권력 세습자로 낙점하여 핵을 중심으로 한 군사 초강대국으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북한 통치 스타일에 정 센터장은 ‘공포의 균형을 토한 대북정책’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김정은을 상대하기 위해 남북한 간 공포의 균형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으며, 이는 대한민국의 핵무기 보유 보장과 연결된다는 논리다. 그는 “김정은을 상대하기 위해 남북한 간 공포의 균형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으며, 이는 대한민국의 핵무기 보유와 관련이 있다”며 “김정은은 정권의 존망과 같은 극단적 상황 이전에는 결코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나, 한국에 핵무기가 없으면 북한이 재래식 무기의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핵 버튼을 누를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계속해서 실현 불가능한 ‘비핵화 평화’라는 목표를 추구할 경우 ‘코리아 패싱’ 위험뿐만 아니라 북한의 가중하는 핵 무력 위협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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