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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가 어렵다. 실물 경기 하락과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관세 폭탄 등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복합 위기 상황이다. 이런 때일수록 정부와 정치권은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에 힘써야 한다.
예컨대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은 재개정이나 폐기돼야 할 ‘악법’이다. 13일 국회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를 추가하고 이사가 직무를 수행할 때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주주 권익 제고에 방점이 찍힌 법안이다.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상장회사는 전자주주총회의 병행 개최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상법 개정안은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의무를 규정한 것이 핵심이다. 이사가 ‘충실’해야 하는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했다. 이사의 경영 활동이 회사뿐만 아니라 소액주주들을 위하기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중장기적 설비투자를 위한 정상적인 의사결정까지 소송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아 우리 기업들은 미래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과감한 의사결정을 내리기 어려워진다.
여기에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해야 하며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조항을 추가했다.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와 ‘보호의무’를 동시에 명시하면서 이사의 의무를 강화한 것이다. 민주당은 이 법안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핵심인 기업지배구조의 후진성을 탈피하고, 침체된 한국 주식 시장을 살리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의 상법 개정안은 이율배반적이기에 철회해야 마땅하다. 기업 의사결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주식시장 활성화에 기여한다고 주장하지만 오히려 정상적인 기업 활동을 가로막아 시장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게 불 보듯 훤하기 때문이다.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많은 기업은 소송 남발과 해외 투기자본의 공격에 시달릴 게 우려된다. 행동주의펀드들의 과도한 배당 요구·경영 개입·단기적 이익 추구 행위 등이 빈번하게 발생할 게 불 보듯 훤하다. 결과적으로 기업 경쟁력이 크게 훼손되고 이는 우리 증시의 밸류 다운으로 이어질 것이다. 결국 기업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되어야 고용 창출 등 경제 회생에 탄력을 받을 게 아닌가.
민주당의 무리한 상법 개정안은 한국 기업들을 글로벌 투기자본의 먹잇감으로 전락시킬 수 있다. 이 또한 비판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는 배경이다. 최근 ‘성장 우선주의’를 목표로 친기업 정책 기조를 내세웠던 이재명 대표의 행보에 대한 진정성 논란이 커지고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상법 개정안은 21일 정부로 넘어왔다. 정부로 이송된 법률안은 15일 이내에 공포하거나 재의를 요구해야 한다. 4월5일이 ‘데드라인’이다. 재의요구권 행사 여부는 통상 국무회의에서 결정한다. 4월1일 정례 국무회의가 분수령이다. 물론 그 이후 임시 국무회의를 여는 방법도 있다.
마침 헌법재판소 탄핵소추 기각으로 24일 직무에 복귀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7일 경제 6단체장을 만나 상법 개정안에 대한 입장을 들었다. 경제 6단체장들은 한 권한대행에게 상법 개정안의 재의요구권 행사를 요청했다. 한 대행은 이를 마땅히 수용하길 바란다. 상법은 경제 쪽에서 보면 헌법과 비슷한 것인데 ‘이걸 바꿔서 새 국면으로 들어가자’는 것이 지금 상황에서 적절한 것인가 하는 회의론이 강하기 때문이다.
기업과 소액 주주가 상생하려면 100만 개가 넘는 일반법인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상법 대신 2400개의 상장 법인에만 적용되는 자본시장법을 개정해야 한다. 한덕수 대행은 상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고, 민주당은 재계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 발의된 법안을 철회하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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