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산불 대책 ‘국가안보’ 차원에서 대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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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늑장 대응·미숙한 대처가 피해 키웠다는 비판
기후변화 따른 이상기후로 산불 대형·일상화 추세
환경단체 등 반대로 산불 진화에 필요한 ‘임도’ 부족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3-31 00:02:02

역대 최악의 산불로 기록되는 이번 화마(火魔) 같은 피해를 미연에 방지하고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이 시급하다. 경북 의성에서 일어난 산불을 시작으로 순식간에 동시다발로 이곳저곳에서 대형 산불이 일어나며 경상도 전역을 휩쓸었다. 이로 인해 소중한 인명 피해가 발생하고 주민들의 삶의 터전이 잿더미가 됐다.

불가항력적인 자연재해이긴 하지만 당국의 늑장 대응, 미숙한 대처가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풍향 등으로 불길의 진로를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는데도 미리 주민들을 대피시키지 않다가 뒤늦게 재난문자를 한꺼번에 보내 혼란을 키운 점도 지적된다. 불길이 임박해서야 대피 명령을 받은 탓에 한밤중 혼란스러운 탈출 길에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한다.

문제는 기후변화에 따른 이상기후로 산불이 대형화·일상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근래 미국 등에서도 대형 산불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게 이를 증명한다. 산림청 통계에 따르면 숲이 지난 20년 전보다 3배나 빽빽해졌는데 산불 발생에 대비한 임도 등 대비가 부족한 현실이다. 2020년대 들어서는 2010년대에 비해 산불 피해 면적이 10배 늘었다.

발생 원인 또한 다양해져 산불 예방 및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2014∼23년에 이르는 최근 10년 평균 원인별 산불 발생 현황은 총 566건 중 입산자 실화·농산 부산물 소각·쓰레기 소각·담뱃불 실화 순으로 나타났다.

그런 만큼 산불의 원인별 대책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그동안 대형 산불이 있을 때마다 대책을 수립해 왔다. 대형 산불 방지 대책은 이미 나와 있다. 관건은 그 대책을 적극 추진해 나가는 것이다.

소방 장비와 대응 인력 부족도 여실히 드러났다. 현재 산림청이 보유한 헬기는 총 50대인데 그중 담수 용량이 8t인 대형 헬기가 7대뿐이다. 그나마 2대는 정비 중이다. 산지 화재 진압 전문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60대 이상인 산불진화대원들이 장비도 갖추지 못하고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 평소 대비하지 않았던 구조적 문제가 총체적으로 드러난 것 아닌가.

산불 진화용 헬기는 1대 가격이 550억 원에 달해 비싸지만 국가 안보를 지키고 사회 재난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 아울러 고성능 산불 진화 차량 등 산불 진화 장비를 대폭 확충해 나가야 한다. 산림청이 현재 29대를 보유하고 있는데 적어도 100대 이상은 확보해야 한다.

이와 함께 전문 산불 진화 인력을 늘리고 산불 진화 임도(林道)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도는 나무를 벌채해 수송하거나 삼림의 관리를 위해 만든 도로를 말한다. 특히 이번 산불에서 임도가 산불 진화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게 증명됐다.

그동안 임도 개설이 부족했던 것은 환경단체의 반대 영향이 컸다. 2023년 당시 윤미향 의원(무소속)도 임도가 산사태의 원인이 될 수 있다면서 임도 확충을 반대한 바 있다. 임도 부족으로 산불 피해가 컸다는 것이 확인된 지금 이들이 어떤 궁색한 변명을 할지 궁금하다.

재난 대응 예비비와 관련해서도 여야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재난에 대응할 수 있는 예비비를 대폭 삭감했다고 비난하면서 재난 예비비 추경 편성에 협조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민주당은 예비비가 부족해도 다른 방식으로 돈을 끌어쓰면 되지 않느냐는 한가한 소리를 하면서 국민의힘 주장을 ‘정쟁’이라고 몰아붙이기에 바쁘다.

우리나라의 1ha(3000평)당 임도 밀도는 약 4m로 산림 선진국의 10분의 1 수준이다. 폭 5m 이상의 산불 진화 임도를 산불 취약지역을 중심으로 대폭 확대해야 한다. 임도 확보를 비롯한 산불 대응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 국가 재난 안전과 국가안보 차원에서 초당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스카이데일리 skyedaily@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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