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헌재 ‘윤석열 탄핵 인용’에 아쉬움 컸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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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반대파 국민 고개 끄덕일 논증 제시 못 해
삼권분립·헌정질서 흔들리고 전체주의 우려 커져
글로벌 무역전쟁 대응·북 공세 등 외교 강화 절실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4-07 00:02:02

윤석열 대통령이 4일 탄핵됐다. 헌법재판소는 윤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발동에 대해 국회의 탄핵소추를 재판관 8명의 전원일치로 인용했다.

아쉬움이 크다. 헌재가 국민 통합의 역할을 하려면 탄핵반대파 국민도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 만큼의 논증을 제시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예컨대 가장 논란이 많은 내란죄 문제는 결정문에서 거의 언급을 찾아보기 어렵다. 내부적으로 의견이 모이지 않자 ‘계엄령 자체가 불법’이라는 방향으로 전환한 것으로 보인다. 소수 병력 투입만으로 계엄이 현실화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다수 국민에게 납득할 만한 설명이 부족했다.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와 해제는 헌법 77조에 의거해 합법적인 절차로 진행됐다. 그런데 헌재는 계엄이 단시간 내에 해제됐다는 사실이 이미 발생한 탄핵 사유를 되돌릴 수는 없다는 논리로 계엄 선포 자체를 불법으로 간주했다.

특히 탄핵소추권을 남발해 온 국회에 대해서는 소추권이 남용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하면서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서는 직권을 남용했다고 봤다. 누가 보더라도 납득하기 어려운 편향적인 판단으로 보인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할 수밖에 없었던 정황에 대해서는 헌재가 대통령이 제시한 이유를 가지고 판단하기 보다는 주관적인 관점을 앞세워 국회의 줄탄핵 사태와 부정선거 의혹 등 문제적 상황에 대해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진단했다는 인상을 떨치기 어려웠다. 또 헌재의 탄핵 심판 과정에서 11차 변론기일에 이르기까지 큰 논란거리가 됐던 곽종근 회유와 홍장원 메모 등과 관련된 내용은 전혀 고려되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처음부터 답을 정해 놓고 재판을 진행했던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 윤 전 대통령 판결로 재판관들의 정치 성향이 재조명되고 있다.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을 심리한 재판관 8명 중 5명은 좌파 법관 모임 ‘우리법연구회’ ‘국제인권법연구회’와 인연을 맺고 있는 게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하지만 법치를 중시하는 윤 전 대통령 측은 헌재의 결정에 승복했다. 이제는 ‘헌재의 시간’을 지나 ‘국민의 시간’이다. 헌재 심판이 명쾌하지 않지만 법치주의 원칙에 따라 그 결과를 차분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헌재의 결정이 또 다른 갈등을 촉발하지 않고 상처를 치유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이제 시대정신인 국민 통합의 시간이 돼야 한다. 성숙한 자세로 우리가 다시 하나가 된다면 이번 위기도 능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가장 큰 위험은 우리가 합의한 민주주의 제도가 다 무너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삼권분립과 헌정질서가 모두 흔들리고, 포퓰리즘 정치를 넘어 전체주의 정치가 등장할 수 있다는 우려의 소리가 크다. 정치지도자들이 자유민주주의에 입각한 국가관을 확고히 세우는 일이 우선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분열로 치닫고 있는 국민 통합을 위해 책임을 다해야 할 책무가 무겁고도 크다.

또 다른 문제는 윤 전 대통령 탄핵으로 급변하는 글로벌 경제질서에 뒤처지거나, 한미동맹을 비롯한 한·미·일 군사 협력이 흔들릴 수 있는 개연성이 커졌다는 점이다. 현실화된 미국 발 ‘관세 폭탄’으로 촉발된 글로벌 무역전쟁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게 국리민복을 위하는 길임을 직시해야 한다.

우리 사회의 혼란을 틈타 김정은의 북한이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에 접근해 남한과는 대화를 봉하고 미국과 직접 소통하는 ‘통미봉남’ 전략을 시도할 수도 있다. 우방과의 협력을 기반으로 외교안보 강화에 최선을 다하길 당부한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과 여야 지도자들이 빠른 시일 내 국정안정을 위해 힘을 모아 주길 기대한다.

스카이데일리 skyedaily@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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