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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4일 오전11시22분 대통령이 파면된 그 순간 부동산 정책도 함께 멈춰 섰다. 정권 공백 속에서 시장은 방향을 잃고 다시 안개 속으로 들어갔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주택 공급 확대를 골자로 했던 부동산 정책은 사실상 올스톱 상태다.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폐지,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 폐지 등 주요 정책들이 국회에서 발이 묶인 채 멈춰 버렸다. 정부와 여당이 밀어붙이던 법안들과 더불어민주당이 반대해 온 조항들 모두 다음 정권의 손에 맡겨지게 됐다.
문제는 다음 정권이 어떤 길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부동산시장의 판도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국민의힘이 재집권할 경우 기존 규제완화 기조를 이어 가겠지만 국회에서 입법 지원을 받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기대한 만큼의 정책 변화는 어렵다. 반면 민주당이 정권을 잡는다면 규제를 강화하고 시장에 개입하는 성격의 정책들이 다시 힘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시장은 이미 조기대선 결과에 따라 움직일 준비를 하고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이후 강남 아파트값이 들썩이는 움직임도 똘똘한 한 채 선호와 규제 피로감이 투영된 반사적 반응에 가깝다. 상승장이라기보다 불확실성에 대한 본능적 반응인 셈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와는 시장의 기류가 다르다. 당시엔 상승장 한가운데 있었고 정권 교체에 대한 기대감이 집값에 반영됐다. 하지만 지금은 금리 부담과 경기 둔화, 다주택자 규제의 후유증이 시장을 짓누르고 있다. 아무리 대선이라 해도 갑자기 상승장으로 전환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정권이 바뀌는 와중에 부동산 정책의 방향이 뚜렷하지 않으니 시장은 갈 길을 잃은 채 제자리에 멈춰 서 있다. 매수자도 매도자도 눈치만 보는 상황이다. 뭔가를 하자니 불안하고 가만히 있자니 기회를 놓칠까 걱정되는, 모두가 멈춰 선 혼란 그 자체다.
특히 지금 국회에 계류 중인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는 시장의 발목을 가장 강하게 잡고 있는 제도 중 하나다. 이 제도는 재건축으로 얻은 이익이 조합원 1인당 8000만 원을 넘으면 초과분의 최대 절반까지 국가가 환수하는 제도다.
과도한 개발 이익을 사유화하지 말고 사회적으로 공유하자는 취지지만 실제로는 재건축 추진을 지연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해 왔다. 도심 내 주택 공급을 막는 가장 큰 걸림돌이라는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 윤석열정부는 이를 폐지하려 했지만 민주당의 반대와 정권 공백이라는 변수 앞에 사실상 무산된 상태다.
결국 문제는 정책의 부재다. 혼란 속에서도 집을 팔 사람은 팔고 살 사람은 산다. 그러나 그들이 움직일 수 있게 만드는 건 명확한 시그널이다. ‘지금은 뭘 해도 위험하다’는 인식이 굳어지면 시장은 얼어붙는다.
중요한 건 시장과의 소통이다. 정책은 시장이 만든다. 급등장이든 급락장이든 시장이 흔들릴 때 정치가 개입해야 하는 것이지 정치가 흔들릴 때 시장이 눈치만 보게 해서는 안 된다. 더 이상 ‘집’이 정치의 희생양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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