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는 뭔가를 모으는 게 좋았다. 종이인형도 모으고 구슬도 모으고 우표도 모았다. 수집에 필수적으로 동반되는 가지런함이 좋았고 무엇보다 나의 재산이란 게 생긴 것 같아 가슴 뿌듯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일부러 수집하지 않아도 무언가가 내 곁에 계속 쌓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책장에는 책이 쌓였고, 옷장에는 옷이 쌓였고, 이불장에는 이불이 쌓였고, 신발장에는 신이 쌓였고, 그릇장에는 그릇이 쌓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책과 옷이 장을 탈출해 거실을 잠식해 갔고 옷과 신발이 소파를 차지하고 앉아 있었으며 그릇이 흘러넘쳐 온 싱크대를 점령했다.
날을 잡아 정리해 보지만 어느새 물건은 원 상태로 불어나곤 했다. 대체 누가 밤새 몰래 물건을 쌓아 놓고 간단 말인가.
당연히 범인은 나다. 책 한 권 들어갈 구석 없겠어? 옷 한 벌 못 집어넣겠어? 컵 하나 놓아둘 데 없을까 봐? 이러면서 야금야금 사들인 물건들….
결국 나는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이제 물건을 사지 않겠어!”
하지만 꼭 봐야 하는 책이 소셜미디어(SNS) 피드에 뜨고, 전부터 사고 싶었던 옷이 쇼핑몰 쇼윈도에 걸리고, 10년을 찾아 헤매던 운동화가 매대에 놓이고, 세상에 다시 없을 깜찍한 디자인의 컵이 신상 코너에 등장하는데 어떻게 안 살 수 있단 말인가.
주변에서는 기다렸다는 듯 선물을 보내온다. 매일 바꿔 착용해도 100년은 거뜬 없을 양말·손수건·장갑·브로치·지갑·양산에 판촉물로 제작된 숱한 머그컵과 캔버스백들…. 필요한 사람에게 나눠 줘야지, 하고 포장을 뜯지 않고 갖고 있어 보지만 나는 안다.
그 물건이 필요한 사람은 이미 없다는 것을. 다들 나처럼 물건이 넘쳐난다는 것을…. 누구나 필요한 물건 정도는 그때그때 구입하며 살고 있는 것이다.
다들 사정이 비슷한지 모임에 가면 이구동성으로 제발 선물은 참아 달라고 사정한다. 주려거든 소모품으로 달라고 한다. 향수나 화장품·와인으로 달라고 한다.
그렇다. 가장 좋은 선물은 누구나의 취향도 저격할 만한 최고급 향수와 화장품·와인이다. 그런데 그런 것을 남에게 선물한다고? 나도 못 갖고 있는 것을?
소설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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