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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은 무너지기 전 분명 신호를 보냈다. 매일 밤 느껴지던 진동, 불안한 흔들림. 그러나 그 신호를 감지할 제도는 없었다.
7월31일 밤 10시50분,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양덕동의 한 2층짜리 건물이 무너졌다. 50년 가까이 자리를 지킨 노후 건물이었다. 2층 주택에서 잠자던 일가족 3명은 순식간에 바닥으로 추락해 부상을 당했고, 1층 식품점을 운영하던 50대 남성은 잔해에 깔려 끝내 숨졌다.
구조대는 4시간에 걸쳐 콘크리트 더미를 파헤쳐야 했다. 생활용품, 가구, 흙더미가 뒤엉킨 현장은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었다. 무엇보다 “추가 붕괴 위험이 계속되었다”고 소방당국은 전했다. 건물 주인은 최근 들어 “집에 가면 저녁마다 땅이 울리고 건물이 흔들리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 진동은 건물의 구조가 한계에 다달았음을 말해주는 무언의 경고였다.
해당 건물은 1978년에 준공된 조적식 구조물이다. 조적식은 벽돌이나 블록을 하나하나 쌓아 올려 벽을 만들고 이 벽이 건물 전체를 지탱하는 방식이다. 과거 저층 주택이나 상가에서 흔히 사용됐다.
조적식 건물은 시간이 지나면 벽돌의 접합부를 메운 시멘트가 약해지기 쉽다. 그래서 지진이나 강한 횡풍과 같은 옆에서 가해지는 충격에 취약해진다. 또한 하중이 고르게 분산되지 못하고 특정 부위에 집중돼 붕괴 위험이 커진다.
창원의 이 건물 역시 그러했다. 구조적으로 위험한 노후 건물이었지만 어떤 점검도 받지 않았다. 법적으로 점검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현행 건축물관리법은 사용승인 후 30년 이상 지난 소규모 건축물 가운데 지방자치단체 조례에 따라 일정 조건이 충족될 경우에만 안전점검 대상으로 규정한다. 창원시는 이 조례에서 3층 이하, 연면적 1000㎡ 이하 건축물 가운데 ‘건축구조전문위원회 자문’을 통해 점검 필요성이 인정된 경우만 해당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붕괴 사고 후 제도의 사각지대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점검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받기 전까지 누구도 이 건물이 위험하다고 말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점검 신청은 소유주의 몫이지만 현실은 복잡하다. 소유주가 자비를 들여 전문가를 부르고 정밀진단을 받는 일은 부담스럽기 때문에 방치로 이어진다. 차일피일 미루는 사이 위험은 조용히 자라고 이번처럼 어느 날 갑자기 무너지는 게 다반사다.
같은 법령 아래에서도 서울은 좀 다르다. 서울시는 사용승인 30년 이상, 10층 이하, 연면적 1000㎡ 이하의 조적식 건물이라면 누구든지 무료 점검을 신청할 수 있도록 열어두고 있다. 위원회의 판단을 거치지 않아도 되고 점검 결과 위험성이 있다면 정밀 진단까지 연계된다. 이천시도 사용승인 30년 이상 2층 이하, 500㎡ 미만의 소규모 건축물을 대상으로 무료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신청 기반의 실질적인 예방 체계가 작동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창원처럼 ‘전문가가 먼저 위험하다고 판단해야 점검할 수 있는’ 체계는 본말이 전도된 구조다.
이번 붕괴도 전형적인 후진국형 사고로 기록될 수밖에 없다. 세계경제 10위 대국으로서 창피스런 일이다. 걸핏하면 발생하는 후진국형 사고가 언제까지 계속될 건지 심히 우려된다. 작은 건물이라 해서 그 안의 생명도 작아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 곁의 작은 건물들도 지금 어딘가에서 흔들리고 있을지 모른다. 그 흔들림을 제도가 먼저 감지할 수 있도록 하루빨리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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