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미국 순방 중 비공식 자리에서 한 발언을 두고 MBC는 “바이든 쪽팔려서 어떡하냐”는 자막을 삽입했다. 공식 회담도 아닌 뒷말에 자막을 입히고 ‘막말 외교 참사’라는 프레임을 덧씌웠다.
미국 정부는 별다른 반응도 보이지 않았지만 MBC는 스스로 미국의 대리인인 양 “국제 망신”이라며 대대적으로 몰아붙였다. 정파적 의도를 의심받을 수밖에 없는 선택적 분노였다.
그 MBC가 이번에는 놀라울 정도로 조용하다. 이번 이슈는 단순한 말실수에 대한 것이 아니라 국가 간 외교 합의의 핵심 내용을 둘러싼 정면충돌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번 한·미 무역협상에서 한국이 쌀을 포함한 모든 농산물을 전면 개방했다고 공개적으로 말했다.
반면 이재명정부는 “(그것은) 오해”라고 해명했다. 이는 단순한 언어 해석이나 전달 착오가 아닌, 국가 신뢰와 국격이 흔들리는 심각한 외교적 충돌 사안이다. 더욱이 트럼프는 현직 미국 대통령이며, 협상의 직접 당사자다. 협상장을 주재했고 발표도 본인이 했다.
반면 이재명 대통령은 협상 내용이 공개된 이후까지도 전면에 나서지 않고, 민간 기업과 실무진 뒤에 숨어 있는 모양새다. 외교적 논란이 커져도 직접 설명하거나 진상을 규명하려는 태도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런데도 MBC는 트럼프 대통령 발언의 진위 확인, 미국 측 공식 입장 질의, 외교적 파장화 보도 등에 있어 2022년 윤석열 당시 대통령의 사례와 비교해 확연히 소극적이거나 아예 하지 않고 있다. ‘굴욕 외교’ ‘국격 추락’과 같은 프레임도 사라졌다. 정권에 따라 비판 수위와 문제 제기 방식이 달라지는 이중잣대에 대한 비판이 이번 사안에서도 분명한 근거를 얻는다.
물론 일부는 “트럼프의 일방적 발언일 뿐”이라며 MBC의 소극적 보도를 옹호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트럼프는 지금 미국 대통령이며, 이 협상의 주체였고 직접 내용까지 발표한 당사자다. 오히려 이재명정부가 애매한 ‘오해’라는 말만 남기고 구체적인 반박도, 국민 대상 설명도 없이 빠져 있는 것이 더 큰 문제다.
게다가 협상 기간 중 이재명정부는 미국·일본·프랑스·영국 등 주요국 대사를 일괄 귀국시켰고, 후임자도 지명하지 않았다. 협상이 진행 중인데 상대국 고위층과 소통할 외교관조차 없었다는 얘기다.
외교적 무능이자 방기다. 그런데도 MBC는 오히려 “트럼프가 급했다” “쌀과 쇠고기를 지켜 냈다” “외신도 놀랐다”는 식의 국정홍보처 같은 보도를 내보냈다. MBC는 정파적 편향을 넘어서 이제 보도 선택 자체로 이재명 정권을 옹호하고 있다.
외교적 치욕, 투자 폭탄, 관세 인상, 농산물 개방 논란 모두를 덮고, “이재명이 트럼프를 압도했다”는 환상적 내러티브만 반복한다. 윤석열정부 당시 자막 한 줄로 대통령의 국격 훼손을 비판하던 그 날카로움은 어디로 갔는가?
언론이 정권을 감싸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언론이 아니다. 언론이 감시견이 아닌 방패막이가 되는 것은 국민을 배신하는 것이다. MBC는 ‘공영방송’이라는 명패를 내려놓든지, 아니면 지난 정권에 대해서와 같은 기준으로 현 정권을 감시해야 한다. 정파의 편에 서는 순간 언론의 윤리도, 국민의 신뢰도 함께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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