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연도가 바뀔 때 우리가 주고받는 인사이다. 판에 박힌 덕담 같지만 그렇지만은 않다. 이 말을 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제각각 본인 위주로 담은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새해에 받고 싶은 복이 누군가에겐 취업, 누군가에겐 결혼, 누군가에겐 순산, 누군가에겐 내집 장만이 될 것이다. 그렇게 ‘복(福)’이 의미하는 것은 다양하다.
복이란 무엇일까? 한자를 분석해 보면 ‘시(示)’와 ‘복(畐)’의 회의문자이다. ‘시’는 하늘이 사람에게 자신의 뜻을 내려준다는 의미이고, ‘복’은 복부가 둥글고 빵빵한 단지라고 한다. 한자의 ‘복’은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는 행운이 넉넉하게 들어와 만족함을 의미한다. 고대 중국에서는 오복(五福)을 장수(壽), 풍족함(富), 건강과 평안(康寧), 덕을 즐겨 행함(攸好德), 임종을 성취함(考終命)으로 보기도 했다.
다섯 가지 복 중에서 가장 근원적인 복을 고르라면 대부분 건강과 평안, 즉 몸과 마음의 건강을 꼽을 것이다. 다른 복도 중요하지만 몸과 마음이 허물어지면 나머지 4덕을 누릴 수 없기 때문이다. 몸과 마음 중에서도 건강한 몸은 마음의 평안이 받쳐주어야 가능하다. 친구들 중에는 몸이 매우 불편해서 병원에서 온갖 검사를 받아보지만 어디가 나쁜지 알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는 마음의 평안이 깨진 것으로 본다.
마음은 상황에 따라 이리저리 요동친다. 모든 것이 마음먹은 대로 되면 행복하겠지만 인간은 여러 가지 한계에 부딪힌다. 그래서 감정에 휘둘린다. 감정의 폭풍은 마음의 평안을 흔들고 급기야 몸의 건강까지 위협한다. 마음을 지켜주는 원리는 무엇일까? 옛사람들은 그것을 ‘중용’이라고 했다. 그래서 먼저 ‘중’을 꽉 붙잡으라고 했다. ‘중(中)’은 상황과 처지에 적합한 생각과 행동을 가리킨다. 살아있는 생명체인 우리는 시시각각의 변화 속에서 산다. 무심하려 해도 잘되지 않는다. 슬프면 울고 기쁘면 웃는 것이 ‘중’이다. 이러한 감정의 발산은 적중(的中)해야 한다. 종류와 정도가 상황에 딱 들어맞아야 한다. 이것을 시중(時中)이라고 하는데 영어로는 ‘timely right’으로 번역되었다. ‘때에 맞다’는 뜻이다.
살아간다는 게 내 뜻대로 안 된다는 것은 안타까운 사실이다. 우리는 이 현실 속에서 좌절하고 낙담한다. 오복을 원하지만 이루기는 힘들다. 그래서 새해의 다복함을 덕담으로 나눈다. 복은 한자의 뜻처럼 하늘에서 도와줘야 가능하다. 그 도움이 충족되지 않는다면 어떠한 소원과 노력도 허망해진다. 우리는 ‘때’가 우리에게 맞추어 주기를 원한다. 하지만 우리 인간은 ‘때’에 맞추어가며 살아야 하는 숙명을 지녔다. 시중(時中)에 실패하면 지구상의 어떤 생명체도 살아남기 힘들다.
그렇다면 용(庸)은 무엇일까? ‘용’은 일상이며 평상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장이며 순간이다. 매 순간 바뀌는 현실 속에서 감정의 발현을 적절하고 적합하게 하는 일, 이것이 ‘중용’이다. 중용은 오래된 책갈피 속에 숨겨진 것이 아니다. 살아 숨 쉬는 모든 생명체가 걸어가는 길이고 방식이다. 모든 동식물이 아는 듯 모르는 듯 지켜가는 규칙이다. 중용은 생명체의 유전자 속에 각인되어 있다. 그래서 그들은 ‘때맞추어’ 살아간다. 2026년, 현명하고 자연스러운 중용이야말로 우리를 지켜주는 천복(天福)이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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