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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프리즘] 빗썸의 비트코인 61조 착오송금
맹세희 필진페이지 + 입력 2026-02-10 00:02:40
▲ 맹세희 산업2부장
 
최근 후배 기자가 한국거래소 근처에서 호두과자를 산 사람이 실수로 300만 원을 송금한 사고가 있었다고 해 기사를 써보라고 했었다. 착오송금은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실수라서 그럴 경우 대응법을 중심으로 쓰자고 했다. 기사는 대박이 났다. 
 
그런데 최근 실제로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 직원이 이벤트 당첨자 249명에게 2000원~5만 원을 지급하려다, 단위를 원화가 아니라 비트코인(BTC)으로 착오 입력하고 송금하는 재앙이 발생했다. 62만 원이 아닌 총 62만 개에 달하는 비트코인이 지급됐다. 전 세계 유통 비트코인 2000만 개의 3%가 넘는 ‘유령 코인’이 생겨난 것이다. 당첨자들은 대부분 비트코인 2000개씩 받았는데, 이는 1명당 약 1970억 원어치라고 한다.
 
빗썸이 위탁 보관하고 있는 고객의 비트코인이 4만6000개 정도인데, 보유 물량의 12배 넘는 ‘유령 코인’이 살포된 것이다. 잘못 지급된 비트코인 중 일부는 현금화돼 거래소 밖으로 유출되고, 한때 거래소 내 비트코인 가격이 폭락했다. 그러나 이상 거래로 분류돼 지급이 즉각 정지되거나 거래 차단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하루 1조 원 안팎 돈이 거래되는 국내 2위 거래소의 내부 통제 시스템의 허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빗썸은 이 같은 오류를 사건 발생 20분 뒤인 오후 7시 20분쯤 인지하고, 오후 7시35분에 입출금을 차단한 뒤 회수 조치를 진행했다. 입금이 잘못된 계정들에는 로그인을 차단했다. 빗썸은 7일 오전까지 전체의 99.7%인 61만8212개가 회수됐다고 밝혔다. 약 1700억원에 해당하는 1788개는 당첨자들이 매도했는데, 이 중 빗썸은 93%를 추가로 회수했다. 이에 따라 현재 약 125개(약 123억원) 상당의 비트코인은 아직 회수하지 못한 상황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워낙 피해 금액 규모가 크기 때문에 사건을 심각하게 보고 있으며, 철저히 사고 경위를 파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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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고는 우발적 사건으로 보이고 그렇게 처리되고 있다. 그러나 다른 경우, 만약 사고가 아니라 누군가 사고를 가장한 고의로 이런 일을 저질렀다고 치자. 그로 인해 발생하는 혼란은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생각할수록 황당한 일이다.
 
우연을 가장한 고의사고는 인간의 심성에 악한 면이 내재되어 있는 한 언제든 일어날 수 있고, 또 정치적 이해나 목적에서 그리고 국제질서 교란을 목적으로 얼마든지 실수나 관리부실을 핑계로 일어날 수 있다.
 
건조한 계절 실수를 빙자한 방화가 없으란 보장이 없다. 요즘 잦은 대형산불에도 의심의 눈길이 가는 세태다. 누군가 만약 바람이 심한 주유소 주변에 담뱃불을 켰다가 떨어진 휘발유에 옮겨붙기라도 한다면, 산행 중 담배를 핀다고 라이터불을 당겼다 나뭇잎에 옮겨붙기라도 한다면, 이를 실화나 실수로 치부할 수 있을까. 그 경제적 피해가 얼마며, 그 피해자들의 고통의 눈물은 또 얼마나 아플 것인가.
  
실수라는 이름으로 위장되는 사건사고라도 철저히 분석해보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절이다. 미필적 고의도 고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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