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대전역에서 만난 ‘비건‘들을 생각하다, ‘맥’ 여름호에 실린 신주희 작가의 ‘선데이 소울’에 기억이 미쳤다.
장편소설 ‘친애하는 나의 종말’의 작가, 목하 자신의 성장 지대 이태원을 무대로 장편소설 분량 200자 원고지 200장을 쓰고 있다는 작가다. 상상력도 좋지만, 이 작가는 무엇보다 삶의 구원을 찾는다는 점에서 관심을 지속해 갈 만하다.
‘선데이 소울’의 주인공은 프랭크라는 이름의 개. 종이 퍼그란다. 이 프랭크는 그냥 개가 아니다. 인간 세계를 관찰하기 위해 지구에 와 퍼그의 몸으로 살아가는 외계인이다.
소설은 영화 ‘맨 인 블랙’을 환기한다. 이 영화에 출연해 유명세를 누렸던 프랭크는 보호자 스티브 한과 여러 나라를 떠돈다. 인간들 관찰하기에 좋은 기회였다.
그러나 한국에서 열린 반려견 행사에서 자신과 똑같이 생긴 퍼그들이 상품처럼 복제되고, 진짜 프랭크 대신 다른 개가 무대에 오르는 일을 겪으며 그는 더 이상 필요 없는 존재가 된다. 그날 밤 스티브는 프랭크의 목줄을 풀어준 뒤 항구에서 사라지고, 프랭크는 사실상 버려진 채 떠돌게 된다.
이 소설은 주유의 알레고리 느낌을 자아낸다. 지폐나 고양이가 인간 손길을 타고 돌아다니며 인간의 본질을 발견하는 것이다.
길 위에서 프랭크는 양계장에 사는 외계인 닭 ‘킨’을 만난다. 킨은 인간의 단백질 생산 체계와 윤리를 관찰하면서, 원래 삼십 년을 살 수 있는 닭들이 삼십 일 만에 죽어 삼계탕이 되는 현실을 이야기한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나는 오래된 기억을 까맣게 잊고 닭이 5~10년을 사는 종이라고 썼건만.)
프랭크는 양계장 노동자 남자와 함께 살게 되고, 그 남자가 만난 틱토커 여자와도 가까워진다. 여자는 프랭크를 ‘돈 찍어내는 개’로 만들어 짧은 영상에 등장시키며 조회수와 수익을 얻는다. (여기서 작가는 노동 아닌 틱톡의 수익과 노동 수익의 부조리를 시사한다.)
여자의 욕망은 과격해진다. 프랭크를 옥상 난간에 세우고, 폐건물에 방치하고, 도로 위 로드킬 당할 뻔한 장면까지 연출한다. 결국 프랭크는 자동차에 치여 다리가 부서진다. 치료비 명세서를 받아든 여자는 프랭크를 상자에 넣어 양계장 근처에 버린다. 그러나 돌아온 양계장은 텅 비어 있고 킨도, 남자도, 닭들도 모두 사라졌다.
프랭크는 절뚝거리며 다시 길을 나서지만 이미 목숨이 경각에 달려 있다. 편의점 앞 박스 더미에 몸을 누인 프랭크는 지나가는 아이들이 또다시 자신을 사진 찍는 모습을 보며, 평생 스스로 ‘행인’처럼 대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 말없이 따뜻한 물을 내어놓는다. 눈이 내리고 세상의 소음이 잠잠해진 순간, 프랭크는 “여기는 지구, 나는 개. 나는 프랭크, 여기는 지구”라고 자신의 존재를 확인한다.
이어 강렬한 빛이 그를 덮치고 호흡과 감각이 사라져 간다. 그 빛이 고향으로 돌아가는 신호인지 죽음인지 작품은 분명히 밝히지 않은 채, 프랭크가 마지막까지 눈을 뜨려 애쓰는 장면에서 끝난다.
인간은 다른 인간, 권력과 이념, 가진 재화의 크기가 다른 인간을 적대할 뿐 아니라 다른 동물 종에게 극히 잔인하다. 인간은 잔인한 종이다. 집에 기르는 고양이와 앵무새들을 잘 대해 줘야겠다. 육식을 절제하고 식물의 씹는 맛에 더 익숙해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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