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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백수오’ 파문으로 코스닥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올해 들어 꾸준한 상승곡선을 그리며 7년 만에 720선을 돌파한 코스닥지수는 22일 무려 5% 넘게 폭락하며 680선 아래로 떨어졌다가 장 마감 직전에 간신히 700선을 회복했다. 23일에는 장 초반 반등하는가 싶더니 금세 700선을 내주고 전날보다 약 11포인트 빠진 692.48로 장을 마감해 여전히 불안감에 휩싸인 모습이다.
코스닥 급락의 주범은 홈쇼핑 대박상품 ‘백오수궁’으로 유명한 바이오기업 내츄럴엔도텍이다. 가짜 백수오를 판매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이 회사의 주가는 21일 종가 8만3200원에서 22일 7만3700원으로 깎였고 23일에는 6만2700원까지 주저앉았다. 이틀 연속 하한가를 기록하면서 내츄럴엔도텍의 시가총액은 약 4000억원이 증발했다. 증권가에서는 대장주인 내츄럴엔도텍의 하한가 직행으로 촉발된 매도세가 전 종목으로 확산된 것이 코스닥 시장을 요동치게 한 원인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코스닥을 혼비백산하게 만든 사태는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비롯됐다. 한국소비자원은 22일 서울 서부지방검찰청, 경기도특별사법경찰단과 공동으로 시중에 유통 중인 32개 백수오 제품의 진위를 조사한 결과, 실제 백수오만을 원료로 사용한 제품은 3개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나머지 29개는 백수오와 겉모습만 비슷한 이엽우피소를 사용하거나 DNA가 남아있지 않아 성분 확인이 불가능한 제품이었다. 이엽우피소는 간독성·신경 쇠약·체중감소 등의 부작용을 유발한다는 연구보고가 있고 식품원료로서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작물이다. 재배기간(백수오 2~3년, 이엽우피소 1년)이 짧고 가격은 1/3 수준이어서 이를 백수오로 둔갑시킨 것이다.
칼날은 이엽우피소 혼입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6개 제품의 원료를 납품한 내츄럴엔도텍으로 향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내츄럴엔도텍은 자사에서 제조한 ‘백수오등복합추출물’을 이들 6개 업체를 포함한 국내 31개 업체에 공급 중이었고, 해당 업체들은 이를 원료로 완제품을 제조한 후 TV 홈쇼핑, 온라인 쇼핑몰 등의 유통채널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이에 한국소비자원은 경기도특별사법경찰단과 함께 내츄럴엔도텍 이천공장에 보관 중인 가공 전 백수오 원료를 수거해 시험 검사를 실시했는데 이엽우피소가 검출됐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올 들어 주가가 90% 넘게 오르며 코스닥 시가총액 10위 안에 입성한 내츄얼엔도텍의 주가는 급속히 빠지기 시작했다.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은 내츄럴엔도텍은 22일 서둘러 보도자료를 내고 “소비자원의 검사 방식은 식약처의 공인된 검사 방식을 무시한 것”이라며 “소비자원이 분석한 백수오 샘플은 지난 2월 식약처가 유전자검사를 한 결과 이엽우피소가 검출되지 않았던 샘플”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한국소비자원이 23일 재반박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 내츄럴엔도텍의 주장은 신빙성을 얻지 못하게 됐다. 한국소비자원은 “내츄럴엔도텍이 사실관계에 맞지 않는 허위사실을 계속 유포해 실험결과의 정확한 사실관계를 알려드린다”며 “식약처 공인 검사방법인 대한민국약전생약규격집에 등재되어 있는 시험법(유전자검사법)과 농림부 IPET을 통해 개발된 시험법(유전자검사법) 등 2가지 방법으로 진행된 외부·내부 시험검사 결과 내츄럴엔도텍 원료(원물)에서 이엽우피소가 검출되는 동일한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이어 “자발적 회수·폐기를 거부하고 있는 내츄럴엔도텍이 이엽우피소가 검출된 시료를 제품제조에 이용하거나 해당 사실을 숨기기 위해 다른 원료와 바꿔치기 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어 검찰수사를 의뢰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내츄럴엔도텍은 앞서 지난해 11월 한 종편보도로 인해 사재기 의혹에도 휩싸인 바 있다. 홈쇼핑 방송 시간대에 직원들을 바람잡이로 동원해 자사 제품인 ‘백오수궁’을 구입하도록 시켰다는 것이 주 내용이었다. 전(前) 직원이 직접 제보했다는 점에서 충격을 줬는데 이 보도가 나간 다음날 내츄럴엔도텍의 주가는 6% 가까이 떨어졌다.
결론적으로 해당 보도는 한바탕 해프닝으로 수그러들었지만 내츄럴엔도텍의 대응 방식에 대해서는 말들이 많았다. 직원가 혜택이 없어 임직원들조차 홈쇼핑을 통해 개별적으로 구입하는 것을 해고된 직원이 비꼬아 매체에 제보했다는 해명을 뒤늦게 내놨는데, 당시 담당자는 “회사 규모가 작다보니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인식을 못했다”고 털어놨다.
이런 전례 때문인지 내츄럴엔도텍은 이번 ‘가짜 백수오’ 논란에 대해서는 즉각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줬다. 반박 보도자료를 낸데 이어 한국소비자원을 상대로 민·형사소송도 제기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내츄럴엔도텍이 반전에 성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아무래도 공정거래위원회 산하 정부기관 발표에 더욱 무게가 실리고 있는 탓이다.
아직까지는 속단하기는 어렵지만 만약 한국소비자원의 시험검사 결과가 사실로 판명 날 경우 내츄럴엔도텍은 회생 불능의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것이 불 보듯 뻔하다.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로 대중들의 강한 도덕적 비난에 시달리기도 하겠지만 내츄럴엔도텍이 원료를 제공한 제품들을 섭취한 소비자들이 집단 소송에 돌입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자였을 때 공약으로 내세운 4대악 근절에는 불량식품도 포함돼 있다. 돌아가는 분위기로는 내츄럴엔도텍이 그간 성폭력, 가정폭력, 학교폭력 등에게 우선순위에서 밀려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불량식품 근절의 본보기가 될 모양새다. ‘성완종 게이트’로 특검 대상이 된 친박 실세들의 비리 수사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조금이라도 희석시키기 위해 이 사건을 확대시킬 것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웰빙 시대를 맞아 건강식품 소비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짜 백수오’ 파문은 반드시 명백하게 시비를 가려야 될 사안이다. 굳이 4대악 근절 차원이 아니더라도 유해한 먹거리로 치부하는 비양심적인 행태가 검찰수사를 통해서 드러난다면 단호하게 처벌해 그 사례를 남기는 것도 전체 불량식품 사범에게 던지는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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