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우(자유기고가)
18일, 세계일보는 보도했다.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인턴 성추행 의혹 사건은 메트로폴리탄 워싱턴 경찰청(MPDC)의 ‘성폭행과’(Sex Assault Unit) 수사관들이 전담 수사를 하고 있다고.
인터뷰에 의하면 미(美) 경찰청 조지프 오 형사과장은 “수사가 공식적으로 시작됐기 때문에 진행 상황을 담당 경찰관과 그의 직속상관, 워싱턴 경찰청장 이외에는 누구도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또 “경찰청이 성범죄를 수사하는 데 통상 1개월∼1년 소요된다. 특정 사건에 대한 수사를 빨리 매듭지어야 할 필요가 있을 때도 수사를 완료하는 데 최소한 1∼3개월이 걸린다”라고 표현했다.
현재 미국 경찰의 수사가 본격화 되고 있는 가운데 윤 전 대변인은 일주일째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철저하게 규명되지 않은 진실은 오리무중(五里霧中)이다.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을 만큼 앞길이 멀다.
불현듯, 고발 영화 ‘돈 크라이 마미’(Don't Cry, Mommy. 감독 김용한)가 떠오른다.
2004년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다. 개봉 전부터 ‘제2의 도가니’라는 평을 받았다. 날이 갈수록 극악무도해지는 성범죄와 미지근한 처벌, 공포에 휩싸인 피해자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아내면서 어처구니없이 펼쳐지는 현실에 경종을 울린 영화다.
당시 김용한 감독은 이렇게 밝혔다.
“우리는 모두 어느 엄마의 딸이거나 아들이다. 이 영화를 세상의 모든 엄마가 울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만들었다. 성폭력은 피해 당사자는 물론 가족들까지도 피눈물을 흘리게 만든다. 제발 이 세상에서 성폭력이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이 영화를 세상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라고.
성범죄에 대한 인식이 매우 강경한 박 대통령도 지난해 11월, 대선 후보 시절 이 영화를 본 뒤 “성폭행은 한 아이의 인생을 망치고 그 가족들한테 말할 수 없는 엄청난 피해와 고통을 주는 범죄다. 사형까지 포함해 아주 강력한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아울러 박 대통령은 지난 대선 기간 동안 모든 유세 현장에서 ‘4대 악(惡)’을 척결하겠다고 공언했다. ‘4대 악(惡)’은 성폭력과 가정파괴범, 학교폭력, 불량식품 등이었다.
그런데? 윤 전 대변인이 성추행 의혹으로 박 대통령의 행보에 오점을 남기고 말았다. 그가 박 대통령의 뒤통수를 친 꼬락서니가 됐기 때문이다.
사실 윤 전 대변인은 야당과 시민사회의 격한 반발도 무릅쓰고 박 대통령이 ‘1호 인사’로 강행한 인물이다.
그러할진대 그가 성추행 의혹 파문의 장본인이라니, 참으로 기(氣)가 막혀(塞) 정신이 끊어질 듯한(昏絶) 상황이다.
덩달아 예전에 그를 지지했던 보수 논객들도 비난을 받고 있다. 조갑제 대표(조갑제닷컴)와 변희재 대표(미디어워치)가 그들이다.
조 대표는 지난해 12월 “윤창중 등용은 국가 정상화 신호탄이다. 종북과 좌파 연합세력이 윤창중 등용을 막는 것은 다른 이유다. 그가 대한민국의 역사적 정통성과 이념적 정체성을 열심히 지켜온 탓이다”라고, 변 대표는 “윤창중 같은 의병의 노력으로 간신히 대한민국을 지켰다”고 떠들어댔다.
다시금 생각해도 가당치도 않은 발언이다.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말이 전혀 사리에 맞지 않는’ 언즉시야(言則是也)다. 아니 ‘쓸데없는 말’을 의미하는 한언어(閒言語)였음이 명명백백(明明白白)하다.
‘트라우마’(trauma)라는 의학 용어가 있던가.
사전적 의미로 외상(外傷)을, 심리학에서는 ‘정신적 외상’ 또는 ‘영구적인 정신 장애를 남기는 충격’을 뜻하지 않던가.
그렇다면 윤 전 대변인이 ‘분탕(焚蕩)질’한 이번 사건에 대해 박 대통령은 과연 정국 전반에 끼치고도 남을 이 ‘트라우마’를 과연 어찌 극복해야만 할까? 역시 오리무중(五里霧中)이다.
배반낭자(杯盤狼藉)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술잔과 그릇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다’는 뜻이다. 사기(史記)의 골계열전(滑稽列傳)을 보면 춘추 전국시대 제(齊)나라 위왕(威王)과 해학가 순우곤이 전쟁을 승리로 이끈 후 축하연 자리에서 오간 대화에서 비롯된다.
내용인즉, 순우곤은 이렇게 이야기했다.
“날이 저물어 술도 거의 떨어져 취흥이 돌면 남녀가 무릎을 맞댄다. 서로의 신발이 뒤섞이며, 술잔과 그릇들이 어지럽게 흩어진다(杯盤狼藉). 술이 최고조에 달하면 어지러워진다. 또 즐거움이 극에 달하면 슬퍼지는데 만사가 모두 그와 같다(酒極則亂 樂極則悲 萬事盡然)”
이 말이 의미하는 바는 ‘달도 차면 기울듯이 모든 사물이 그와 같으므로 나라의 운세도 이와 같다’는 의미이다.
이후 제나라 위왕은 순우곤의 진솔하고 충직함을 깨닫고 철야로 주연을 베푸는 것을 삼갔다고 한다. 또 순우곤을 왕실의 주연이 있을 때는 꼭 곁에 두고 술을 마셨다고 한다.
그렇다.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로 과도하게 술을 마셔 몸과 마음을 해치는, 나아가 사회적 분위기가 혼탁해지는 경우가 비일비재(非一非再)하다. 이를 경계하는 의미에서 배반낭자(杯盤狼藉)라는 고사성어는 윤 전 대변인의 성추행으로 벌집을 쑤신 듯한 요즈음, 우리에게 던져주는 의미가 적지 않다.
태산압란(泰山壓卵)이란 성어도 있다.
‘태산처럼 무거운 것으로 달걀을 눌러 깨뜨린다’는 뜻으로 아주 쉬운 일, 또는 역량에 현격한 차이가 나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강자가 약자에 대해 압도적인 우세를 보임을 지칭하는 말이다.
‘모기를 보고 칼을 뺀다’는 견문발검(見蚊拔劍)과 같이 엄청 과장스런 비유법이다. 하지만 힘센 자가 힘이 약한 자를 깔아뭉개는, 돈 많은 자가 없는 자를 인간 이하로 괄시하는 목불인견(目不忍見)의 세상이다 보니 태산압란(泰山壓卵)이란 말이 윤 전 대변인의 성추행 추태(醜態)와 전혀 무관하지가 않다. 일맥상통한다.
성추행(性醜行)의 ‘추(醜)’자가 ‘못되고 저급한 귀신(鬼神)이 술에 취해 미쳐 지랄을 한다’는 의미가 아니던가. 이럴진대 당연 윤 전 대변인은 가히 ‘사람의 탈을 쓴 귀신 ’인면귀(人面鬼)라 손가락질을 받아도 이젠 아무런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에이. “나무 인형을 깎을 때 코는 크게 하고 눈은 작게 시작하는 게 좋다. 큰 코는 작게 할 수 있지만 작은 코를 크게 할 수는 없다. 작은 눈은 크게 할 수 있지만 큰 눈을 작게 할 수는 없다. 무슨 일이든지 바로잡을 수 있는 방책이 있어야 실패를 줄일 수 있다”라는 한비자(韓非子)의 진언(眞言)을 또 다시 되뇌며 ‘혼탁하기 그지없는 세상사’를 안주 삼아 막걸리나 쭈욱 들이켜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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