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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영의 아트&컬처
지상의 꿈, 천상으로 잇다
김평호 대전시립무용단 예술감독 부임 첫 공연
단재 신채호 중편 ‘꿈하늘’, 무용미학으로 담아
인물 통해 시대-역사를 바라본 무대예술의 창
이주영 필진페이지 + 입력 2021-12-03 09:20:46
 
▲이주영 공연칼럼니스트・문학박사
대전시립무용단 ‘천몽(天夢)’
 
단재의 꿈을 그리다. 서사 무용극 ‘천몽(天夢)’은 지역과 역사, 인물을 입체적으로 조명한 작품이다. 단재는 충남 대덕(현 대전 중구)에서 출생했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이자 사학자, 언론인인 단재(丹齋) 신채호를 무대로 이끌어낸다. 11월 12~13일, 대전시립연정국악원 큰마당에서 개최된 ‘천몽(天夢)’은 김평호 대전시립무용단 예술감독 부임 첫 공연으로 주목받았다. 첫 무대인 정기공연에서 무엇을 선보일까 예술감독으로서 고민이 깊지 않을 수 없다. 그 고민을 안무자로서 자신과 인연이 깊으면서도 대중과 교감도를 높일 수 있도록 ‘단재’를 중심에 세운다. 단순히 인물만 소환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를 관통해 오늘에 이르게 하는 힘을 무대미학으로 보여줬다.
 
안무자는 1997년 전국무용제에서 ‘꿈하늘’이란 작품으로 단체 최우수상, 신채호 역으로 개인 연기상을 수상한 바 있다. 각인될 수 밖에 없는 작품이다. 이를 이번 공연에서 모티브이자 제재(題材)로 활용했다. 단재 신채호의 중편 ‘꿈하늘’을 시대 앞에 고뇌와 번민의 삶을 영위할 수밖에 없었던 뜨거운 일대기를 춤 언어로 재해석해 오늘을 마주했다. 그 마주함과 바라봄은 미래를 향한 창이요, 현재를 담는 자양분이 되리라 본다. 인물을 조명하는 게 쉽지 않은 무대예술 특수성을 감안할 때 과감하게 돌진함은 안무자의 예술철학이 선명하기 때문이다.
 
▲대전시립무용단의 서사 무용극 ‘천몽(天夢)’ [사진=필자제공]
 
이 작품은 프롤로그를 시작으로 6장, 에필로그로 구성된다. 각 장은 장마다 하나의 키워드가 단단하게 자리 잡고 있다. 1장_고(苦), 2장_의(義), 3장_전(戰), 4장_청(靑), 5장_옥(獄), 6장_몽(夢)이다. 이루지 못한 꿈은 결국 천몽(天夢)이 돼 꿈을 이루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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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조명 아래 눈을 씻기운다. 이 장면은 작품 중간 중간에 배치된다. 하늘을 열고, 꿈꾸게 한다. 꿈을 이루고자 하는 숭고한 제의(祭儀)라 할 수 있다. 1936년 2월 21일 생을 마감한 신채호가 소환된다. 비장한 음악이 흐른다. 방아쇠가 연발 당겨진다. 항거의 손짓이 무대를 긴박하게 오르내린다. 여자 주인공 박자혜 역의 서예린은 그리움, 회상을 담아낸다. 위로와 아픔이 공존하다. 움직임이 부드럽게 펼쳐진다. 시대 앞에 어쩔 수 없는 지식인의 고뇌, 조국을 향한 애국심의 발로에 따뜻한 손을 내민다. 박자혜 여사를 통해 포근하게 드리워지는 순간이다.
 
 
군무 장면이 끝나고, 2인무가 시작되다. 플루트 연주가 이어지는 가운데 펼쳐지는 듀엣이 싱그럽다. 현악 챔버(Chamber) 연주가 분위기와 상황을 효과적으로 처리해준다. 조국 독립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불태우는 단재(이현수)와 그의 분신 역인 천관(김창은)의 호흡은 이 작품에서 비중이 크다. 분신이 지닌 의미처럼 대신자 역할도 있지만 일체 그 자체다. 지상의 꿈이 천상의 꿈으로 이어지길 소망하는 꿈지기 역할이다. 하늘에 매달린 꿈, 하늘을 유영하는 꿈은 자신의 삶을 다 주어도 아깝지 않기 때문이다.
  
 
결기어린 군무의 일사불란한 움직임이 이어진다. 무대를 깊이 쓴다. 공간의 힘을 팽창시킨다. 검(劍)을 바닥에 내리꽂다. 붉은 매듭처럼 아래로 흘러내린다. 영상 처리가 좋다. 여자 무용수 5명이 무대 왼쪽에 엎드려 있다. 특별출연한 신미경의 칼이 큰 호흡으로 날을 세운다. 장검 이후 복면 쓰고 단검을 지닌 무용수들이 좌에서 우로 이동한다. 장검의 손놀림 또한 분주하다. 현대의상 입은 검무 군무진은 장면 밀도를 높이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 결기 가득하다.
 
 
호루라기 소리 난다. 세 개의 사각형 세트 속에 단재가 앉아 있다. 옥에 갇힌다. 여자 주인공이 큰 그릇을 들고 나와 얼굴을 씻는다. 슬픔의 해방을 향한 외침이요, 안녕을 기원하는 무한한 비나리가 된다. 영어(囹圄)의 몸을 그리워하는 2인무가 펼쳐진다. 큰 깃발이 무대 후방에서 나부낀다. 비상의 몸짓이다. 군무진 앞으로 이동하며 서서히 공연이 마무리된다.
 
역사라는 것은 ‘아(我)와 비아(非我)의 투쟁’이란 말로 유명한 단재 신채호. 감옥에 갇힌 것이 고통이 아니라 조국의 독립을 위해 싸우지 못하는 현실이 더욱 슬프고 괴로움을 강렬히 분사했다. 단재의 혼이 돼 하늘을 자유롭게 날 수 있는 분신역의 천관은 눈물을 닦아주고, 손도 잡아준다. 인상 깊은 연출 처리다. 인물을 통해 시대와 역사를 바라보게 한 ‘천몽(天夢)’. 꿈하늘을 제대로 대전에서 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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