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서 긴장이 완화되지 않은 채 올해로 6·25 전쟁 72주년을 맞는다. 최근 북한은 지속적인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등으로 위협을 증폭시켜왔고,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는 주변국과의 갈등 요인으로 작동해 우리나라에 대한 다양한 경제보복조치와 함께 국제사회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휴전이 된 지 벌써 두어 세대가 경과했지만 아직도 북한은 끊임없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
전쟁, 테러, 재난 등 모든 국가적 안보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상비 전력뿐만 아니라 예비 전력의 역할도 중요하다. 모든 안보 역량을 결집해 포괄적 안보 태세를 확립하는 것은 시대적 요청이다. 현재 저출산에 따른 병역 자원의 감소와 국방개혁에 따른 상비 전력의 단계적 감축, 그리고 현역병 복무 기간 단축 등으로 예비 전력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은 예비 전력 강화에 주력한 결과 현역의 두 배가 넘는 46만여명의 정예 예비군을 운용한다. 우리 동원 예비군 부대가 운용하고 있는 전투 장비의 대부분이 내구연한을 초과한 상태인데, 이 중 105mm 견인포는 제2차 세계대전 때 사용되던 화포다. 우리나라 예비군은 전 세계 예비군 보유 국가 가운데 교육 및 훈련 일수가 가장 적다. 우리 동원 훈련은 연간 2박 3일인데, 대만은 30일, 미국은 38일, 북한은 40일이고 이스라엘은 무려 55일에 달한다. 예산 문제도 열악해 2021년 예비군 예산은 2346억원으로 전체 국방예산의 0.4%에 불과하다.
현재 275만명인 예비군은 ‘인구 절벽’ 시대를 맞아 2030년대 말 이후 대폭 감소가 불가피하다. 병역 대상자 감소 추세를 감안한 2040년 예비군 총자원은 94만여명으로 추정되며, 현재보다 무려 170만여명 이상이 적은 규모로 감소된다. 그동안 병역 자원 감소에 따른 현역 병력 감소 문제는 쟁점화 됐지만, 예비군 감소 문제는 별로 주목을 받지 못했다.
예비 전력 정예화는 대규모 병력 감축과 복무 기간 단축에 따른 우리 군의 전력 약화를 보완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대안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미국, 이스라엘 등의 군사 강국은 공통적으로 우수한 예비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에는 예비 전력 정예화에 더욱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이는 출산율 저하에 따른 병역 자원의 감소와 지속된 낮은 경제성장률에 따른 국방 재원의 제한, 그에 따른 상비군의 규모 축소라는 현상에 직면하게 됐기 때문이다.
미국의 예비군 발전 사례는 예비 전력 정예화를 추진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두 가지 조치 사항을 말해 준다. 미국은 제1차 세계대전 후 1920년 ‘국가방위법’을 제정하면서 정규군과 주 방위군, 연방 예비군으로 구성되는 군 조직 체계를 확립했다. 이는 서로 다른 역사적 배경에서 창설되고 발전해온 정규군과 주방위군, 연방예비군이 일원화된 조직 체계를 이루는 동시에 예비군이 정규군과 보완적 관계로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뿐만 아니라 1973년에 도입한 ‘총체 전력 정책’에 의해 예비군은 일원화된 조직 체계의 구성 요소가 됐고, 실제 전력상으로도 정규군과 함께 총체 전력의 구성 요소로서 위상이 정립됐다. 이로써 예비군의 역할과 중요성이 높아지고 예비군에 배분되는 자원 비율이 높아지는 선순환 구조가 자리잡기에 이르렀다.
요컨대 국가방위법 제정과 총체 전력 정책 도입은 미국의 예비군 발전을 이끈 결정적 계기가 됐다. 국가방위법 제정은 예비군이 일원화된 군 조직체계속에 들어올 수 있도록 한 법적 차원의 조치였고, 총체전력정책 도입은 예비군이 총체전력의 구성요소로 실질적인 전투력 발휘가 가능하도록 한 대책이었다.
미국 예비군의 발전 사례를 살펴볼 때, 우리나라 예비 전력의 정예화를 위해 상비군과 예비군이 국군에 포함돼 일원화될 수 있도록 법적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 평시 훈련 소집으로도 일부 예비군원이 국군의 구성원으로 포함되도록 ‘국군조직법’을 개정해야 한다. 아울러 총체 전력 정책을 도입해 일부 예비군이 총체 전력의 실질적인 구성 요소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통해 미래에 예상되는 병역 자원의 감소와 국방 예산 제한에 따른 상비군 축소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현재 시험 운영 중인 ‘예비역 평시 복무제도’를 확대 시행해야 한다. 동원 위주 부대의 전시 주요 직위를 선별하고, 예비역 간부를 선발해 동원 지정한 후 평시부터 비교적 장기간 그 직위에서 복무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미국의 상근 예비군 제도와 유사한 개념으로 관련 제도 운영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한 후 직무의 중요도와 연간 복무 일수를 판단해 운용 직위를 최종 결정해야 하며, 제도 시행 시 동원 위주 부대의 전투 준비 태세 제고와 인건비 절감 등의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208개 시·군 단위로 산재된 예비군 훈련장을 과학화 훈련장으로 개선해야 한다. 영상모의사격장, 실내사격장, 분대 교전장비를 활용한 시가지 훈련장 등으로 구성해 기상에 의한 영향과 소음에 따른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정비해야 한다.
국군의 예비 전력은 동원령 선포 후 전장에 투입돼 현역 수준의 전투력을 갖춘 전장의 주역으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정예화해야 한다. 국군에 상비군과 예비군이 포함된 일원화된 조직 체계가 될 수 있도록 국군조직법 개정 등의 법적 정비가 절실하다. 예비군 훈련 및 보류 제도 개선, 예산 실질적 대폭 증액 등 예비 전력 정예화를 위한 획기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아울러 군은 예비 전력 내실화를 위해 동원 예비군 규모를 최적화하고, 예비군 장비·물자 조기 현대화, 과학화 훈련장 건설과 예비군 평시 복무제도 확대, 예비군 훈련 보상비 인상 등을 병행 추진해야 한다. 육군 동원전력사령부 중심의 동원 체계를 구축해 전방 군단과 지역방위사단으로 분산 관리되는 동원 위주 부대들의 지휘 체계를 일원화해야 한다. 동원 자원의 관리와 훈련을 강화해 국가 총체적 전쟁 수행 능력을 극대화해야 유사시 육군의 지상 작전 승리를 보장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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