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순방 중 비속어 논란 보도를 놓고 야당이 외교참사로 몰아 정치공세를 펼치고 대통령실과 여당이 이를 받아치며 온 나라가 전쟁터를 방불케 하고 있다. 논란의 본질은 뒷전이고 언론의 자유와 국가이익을 놓고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죽기 살기로 치고받는 형국이다.
더불어민주당의 대통령실 비판은 문재인 정권의 외교참사를 기억하는 국민을 어리둥절하게 하고 있다. 가히 적반하장 견강부회의 향연(饗宴)이라 할 만해 여야의 합의점 도출은 요원해 보인다. 헌법 제21조는 언론의 자유 보장을 그리고 제37조 2항에서는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해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게 규정하고 있다.
국제정치학자 한스 모겐소는 국가이익을 ‘상대적이지 않고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모든 외교정책의 가이드’라고 정의했다. 너무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개념이나 국가존립과 안위(安危) 관련 핵심가치인 정치·군사·경제와 더불어 국가 위상·신인도까지도 국익에 포함시키는 게 일반적이다. 작금의 논쟁 이슈인 언론의 자유와 국가이익 중 우선시해야 할 가치는 무엇인가.
정부와 언론은 상호 이해가 상충하는 관계로 갈등이 불가피한 면이 존재한다. 언론은 국민의 알권리 충족이라는 본연의 사명과 함께 기업으로서의 이윤추구라는 상업적 속성으로 특종에 목매고 동종 업계와도 치열한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는 특성이 있다. 더욱이 기사 전문성 결여, 지나친 선정주의, 왜곡 보도 같은 부조리의 확대·재생산 가능성도 늘 안고 있다.
사실을 왜곡하지 않고 진실만 보도하여 독자의 냉철한 판단과 공감을 이끌어 내는 정보제공 역할이 말처럼 쉽지 않은 여건이다. 그럼에도 이번 MBC의 보도 행태는 일면 수긍을 하면서도 부실한 사실검증과 자막 조작, 그리고 제작진의 미필적 고의가 어우러진 결과가 아닌가라는 의구심이 든다.
국내외 여론을 국익에 유리하게 유도하고 국가안보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 보도가 그만큼 어렵다는 것이다. 아울러 정부의 과도한 기밀 분류와 제3자에 의한 견제장치가 없는 현실도 문제다. 자유롭되 책임 있는 언론으로서의 자리매김을 위해서는 언론계와 정부의 기존 인식과 태도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수적이다.
한편 정부는 비속어 논란에 뒤늦은 사실 확인과 어설픈 해명으로 불신과 추측성 보도 확대를 자초한 측면이 없지 않다. 참모진은 ‘그때그때 달라요’류의 임기응변식 대응으로 사태를 키웠다. 이처럼 세련되지 않은 대응은 대언론 위기 유형별 매뉴얼 부재와 관련 참모의 능력 부족, 그리고 정치리더십 부재의 결과물로 추정된다.
국가위기관리는 당면한 위기의 악화·확산을 막기 위해 가용한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사태를 통제·수습하여 원상회복을 통해 국익보호를 추구하는 행위다. 위기관리의 성패는 조직구성원이 위기의 본질을 정확하게 지각하고 신속한 대응전략 결정을 하는 것, 그리고 발 빠른 대처 여부에 달려 있다.
이 과정에서 위기관리커뮤니케이션을 누가 어떤 내용과 방법으로 하느냐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위기발생 시 대응전략 메시지는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면 참모진보다 조직의 수장이 이해상관자(Stakeholder)를 상대로 직접 전달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다. 당연히 어설픈 사과나 변명은 금물이다. 타는 불에 기름을 붓는 꼴이므로 주의해야 한다.
추후 정부와 언론계는 보도의 정확성과 언론자유 보장 그리고 국익보호를 위한 취재보도 기본준칙을 변화된 언론보도 환경에 부합하도록 개정·보완할 필요가 있다. 특히 정부는 적을 이롭게 하거나 국가안위에 관련된 기밀공개 제한을 언론계에 요구하고 위반 시 엄격한 제재방안 모색도 필요해 보인다. 또한 국익보호를 빌미로 언론을 통제하려는 유혹에서 벗어나 전향적으로 정보공개 수위와 기준을 재설정해야 한다.
언론 또한 기존 보도관행에서 벗어나 진지한 성찰과 지혜를 모아 사실 보도와 국가이익 사이에서 우선순위를 합리적으로 판단하여 정론직필 보도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정부의 언론통제와 언론의 부정확한 보도는 진실왜곡과 유언비어 확산의 단초가 되기 때문에 양측은 한시도 긴장을 멈추어서는 안 된다.
국가 없는 언론은 상상하기 어렵다. 개인이나 집단이익보다 국익을 우선시하는 문화가 자리매김해야 국가공동체의 안녕이 담보될 수 있다. 여야 정치권은 자해적 내분과 정쟁을 멈추고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경기침체·사회 양극화 같은 발등의 불부터 꺼야 한다. 타협정치의 DNA를 되살려 ‘희소가치의 권위적 배분’이라는 명제를 구현할 때이지 가십거리에 목숨 걸만큼 한가한 때가 아니다.
정치지도자는 자신의 과오를 시인할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대업을 이룰 수 있다. 여름 매미는 봄가을을 모른다는 장자(莊子)의 경구는 지금도 의미심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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