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핼러윈 축제를 앞두고 발생한 안전사고는 위험예지 및 상상력 부족이 초래한 비극적인 참사다. 행사 주체도 특정되지 않은 자생적 놀이행사라고 해도 그 지역 경찰과 지방자치단체의 안전대책은 직무유기와 다름없었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다수 군중 밀집·밀접에 인한 위기징후가 사고 전날에도 나타났지만 관할 당국의 안이한 인식과 경로 의존적행정, 그리고 기관장 위기양상 상상력 부족 등으로 포착하지 못했다.
이는 나비 효과를 유발하여 수백 명의 사상자를 낳고 야당과 일부 누리꾼들이 인재(人災)라며 정부를 헐뜯고 힐난하는 빌미를 제공한 모양새다. 그래도 아비규환 속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의 밤샘 악전고투로 위기대응 컨트롤 타워가 제대로 기능이 작동한 것은 여간 다행이 아니다. 높이 평가할 만하다. 다만 사고발생 초기에 사망·부상자 병원 이송, 실종자신고센터 운영, 유족 안내 등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제 엎질러진 물을 놓고 누구를 원망하고 탓하기보다 원인 분석과 유사 사고 재발방지책 마련에 지혜를 모아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몇 가지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우선, 지자체장의 위기 상상력 배양이다. 경영자의 위기양상 상상력 부재는 카카오 먹통 사태 당시 “이런 화재 발생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충격적인 최고경영자(CEO) 발언으로 증명됐다. 그는 전사적 위기관리책임자로서 공동체 이익은 내팽개치고 기업 이익만 추구했음을 은연중에 실토한 셈이다. 기관장의 위기 상상력 배양은 공짜로 얻어지는 게 아니다. 다양한 위기상황을 상정한 의사결정 연습과 재난현장 실제 훈련을 통해 습득하고 계발되는 것이다. 정부의 기관안전업무평가 결과를 언론에 공개해 기관장의 경쟁심 자극과 위기 상상력 배양을 강제할 필요가 있다.
둘째, 국민에게 자기보호 의무부과가 필요하다. 축제를 즐기려는 젊은이들은 SNS를 통해 야간에 다양한 업소가 즐비한 좁고 경사진 골목으로 10만여 명이나 집결시켰지만, 정작 중요한 자위(自衛)대책은 없었다. 행사 주체가 모호해 느슨한 통제와 무방비 속에 밀집사고 위험지역으로 내몰린 꼴이다. 안전을 도외시한 채 눈앞의 축제를 즐긴 대가는 너무나 크고 참혹했다.
국가가 무슨 일이든 다 해결할 수 있다는 국가만능주의로 정부의 대비대응을 질타만 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재난의 직접적 이해 당사자인 국민에게 최소한 자구책 의무부과가 필요한 까닭이다. 재난안전법의 국민의 책무 규정을 현실에 맞게 개정해야 한다.
셋째,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시대변화에 맞게 재해석해야 한다. 21세기 경영은 기업 존속과 직결된 이윤 추구 이외에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상생은 필수적이다. 초연결 사회는 제2의 물결시대와 달리 개인·부문별 복합적 상호 의존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필적 고의에 의한 기업의 재난사고는 곧 의무 방기로 평가하는 추세다.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자율적으로 이행할 경우 법인세 감면·정부계약 우선권 부여·세무조사 유예 등 인센티브를 부여해야 한다. 모 대기업이 이웃에 헌신한 사람에게 의인상을 수여하는 일은 존경받아 마땅하고 소비자는 ‘돈쭐’을 내주어 신바람 나게 하는 상생이다.
끝으로 안전문화 정착을 위한 제도 개선이다. 생애주기별 안전교육을 유치원에서 대학까지 필수과목으로 지정해야 한다. 교육훈련도 현재처럼 TV·동영상 시청, 사이버 중심 교육이 아닌 위기대응절차 숙달을 위해 100% 실제 훈련으로 전환해야 한다. 평시 생활안전수칙 준수와 비상시 국민행동요령 숙달에 필요한 주·야간 군중밀집 안전매뉴얼 작성은 물론이다. 체득훈련 없이 실효적인 위기 대응과 안전문화 정착은 공염불에 불과하다.
그 동안 역대 정권은 안전사고 후속조치 대책에 책임자 처벌·재발방지는 약방의 감초였지만 유사 동일사고·늑장대응·초기혼란 등 문제점은 여전하다. 현 국가재난안전관리 관련 법·제도는 여타 외국과 견주어 손색이 없다. 재난대응기구 업무 재조정, 중대재해본부 지휘통제체계 단일화, 지대본의 책임·의무 강화, 학교안전교육방법 등 운영체계 개선이 필요하다.
아울러 재난 대응 간 고위공직자의 전략적 유연성과 위기관리 리더십도 소홀하면 곤란하다. 여야 정치권은 조기 사태 수습과 재난관리체제 개선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 야당 일각에서 정파 이익에 눈이 어두워 반정부 선동성 가짜뉴스 유포행위는 자충수일 뿐 남는 장사가 아니다. 지금은 닥치고 희망의 벽돌 쌓기에 매진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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