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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안토니 디쉴드의 한국·영국 두 나라 이야기
‘픽트족’ 왕국의 새해 전통 ‘클라비 통 불태우기’
각 가정 벽난로에 들어가는 행운의 불씨가 되어
행운을 기원하는 손가락 사인 ‘Fingers Crossed’
이진 필진페이지 + 입력 2023-01-20 10:15:47
 
▲ 이진·안토니 디쉴드 작가·화가
스코틀랜드의 에딘버러와 글래스고 북쪽 지역에는 ‘픽트’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살았었다고 한다. 이 픽트족의 존재는 이들을 침략했던 고대 로마인들에 의해 역사에 기록으로 남겨지게 되었고 픽트족의 분포도도 지도에 표기되기에 이르렀다. 
 
로마인들은 픽트족을 미개한 야만족이라고 평하면서 그들이 특이하게도 몸에 문신을 새긴다고 전한다. 그래서 로마인들은 그들에게 ‘몸에 그림(picture)을 그린 사람들’이란 뜻으로 ‘픽트들(pics)’이라는 이름을 붙여 놓았다. 이와 더불어 픽트족이 존재했던 지역에서는 의미를 알 수 없는 형상들이 새겨진 비석이나 석판들이 어김없이 발굴된다. 픽트족에 관한 자료는 지극히 한정되어 있으므로 더 이상의 자세한 이야기를 하려면 상상의 나래를 펼쳐 보는 수밖에 없다.
 
스코틀랜드 동북부 지방에는 벅헤드(Burghead)라는 마을이 있다. 이 마을에는 원래 고대에 삼중의 방어 흙벽을 갖추고 철 교역을 주도한 픽트족의 왕국이 자리 잡고 있었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19세기 초에 마을이 재건되면서 픽트족 왕국의 삼중 방어벽이 절반 이상 파괴되었다. 이 마을에서는 매년 1월11일이면 17세기 이래로 전래되는 ‘클라비(통) 불태우기(The Burning of the Clavie)’라는 새해맞이 행사를 해 오고 있다.
 
그런데 새해 첫날이 아니라 열흘도 더 지난 후에 새해맞이 행사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클라비 전통이 그레고리 식 달력으로 바뀌기 전 사용하던 율리우스 식 달력에 따라 새해 전날에 행해지는 의식이기 때문이다. 스코틀랜드에서 새 달력 체계를 채택했을 당시 이전 달력보다 열흘 일찍 새해를 맞게 됐다. 그래서 갑자기 잃어버리게 된 시간을 보상하기 위해 일종의 픽트 식 저항 정신에서 발발한 전통이 아닐까 상상해 본다.
 
올해도 율리우스력에 따라 새해 전날 저녁이 되자 벅헤드 마을에선 두꺼운 옷으로 단단히 무장한 사람들이 모두 한 방향으로 걸어간다. 클라비 태우기가 시작되는 거리로 모이기 위해서다. 특별히 신이 난 어린이들의 목소리가 거친 1월의 바람을 잠재운다. 이윽고 경찰들이 등장하고 클라비와 붉게 달아오른 타르(Tar) 덩어리가 등장한다. 클라비 통 속에 붉은 타르와 나무를 채우면 검붉은 연기 속에 불똥을 튕겨 내며 클라비가 활활 타오른다. 그러면 주변을 에워싼 사람들이 모두 “해피 뉴 이어!”를 외친다.
 
▲ 스코틀랜드 벅헤드에서 매년 1월11일에 진행되는 새해맞이 행사 ‘클라비 통 불태우기’. [사진제공=필자]
 
그런 다음 클라비 수행원들이 불타는 클라비 통을 앞세우고 픽트족의 옛 마을을 한 바퀴 돈 다음 픽트족 왕국 산성으로 향한다. 산성 정상에 세워진 클라비는 얼마 지나지 않아 사방으로 불똥을 튀기며 바닥으로 무너져 내린다. 이제 벌겋게 단 재 덩어리는 마을 사람들에게 선물로 주어지는데, 이 재 덩어리는 새해 첫날 각 가정 벽난로에 들어가는 행운의 불씨가 되어 새해 가정의 행운을 기원한다.
 
‘Fingers Crossed’ (행운을 빌다)
 
손가락으로 기독교의 십자가 모양을 만들어 닥쳐 오는 재난을 막고자 하는 바람이 담긴 몸짓으로, 대화에서 ‘행운을 기원함’ 이란 뜻의 어구로 쓰인다. 혹은, 선의의 거짓말을 해야 하는 경우 벌을 받지 않게 해 달라는 심정으로 몰래 손가락 십자가를 만들어 ‘행운의 사인’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It’ll be the ‘Burghead Burning of the Clavie’ on the day after tomorrow! We shall go there!” (내일 모레가 벅헤드 클라비 태우기 날이야! 우리 거기 꼭 가야지.)
 
“But the weather forecast said there will be storm on that day! And it can be canceled.” (그렇지만 일기예보에 의하면 그날 폭풍이 분다고 했어! 그러면 행사가 취소될 수도 있지.)
  
“We can only keep our fingers crossed for a calm weather. (바람 없는 날씨가 되도록 행운을 비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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