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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안토니 디쉴드의 한국영국 두 나라 이야기
결혼식 부케로 연상된 스코틀랜드 시인 ‘로버트 번즈’
‘번즈의 밤’에 즐기는 음식 하기스의 독특한 등장 의식
‘£2.50 pp, ‘BYOB’’… 콜키지 비용 1인당 2.50 파운드
이진 필진페이지 + 입력 2023-02-15 10:44:56
 
 
▲ 이진·안토니 디쉴드 작가·화가
 새해가 지난 후 이맘때면 스코틀랜드에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이름이 있다. ‘번즈의 밤(Burns’ Night)’으로 그의 탄생을 기념하는 시인 로버트 번즈다. 애칭으로 라비 번즈(Rabbie Burns)라고 불리기도 한다. 번즈는 2009년 한 스코틀랜드 텔레비전 방송을 통해 국민이 뽑은 ‘가장 위대한 스코틀랜드인’ 1위에 오른 적이 있는데, 이는 그의 대중적 인기를 말해준다.
 
번즈의 시들은 이상과 사상을 열변하기보다는 일상 삶에서 경험한 순간의 영감을 솔직하게 적어내 대중의 공감을 사로잡는다. 하루는 번즈가 쟁기질을 하다가 생쥐의 집을 갈아엎게 되자 즉각 ‘생쥐에게’라는 시를 지었다고 한다. 교활하지만 겁많은 생쥐가 얼마나 놀라 가슴이 뛸까 하는 염려로 시작하여 자신의 암울한 현실과 비교해 생쥐의 처지가 낫다며 8연의 시를 마친다.
‘번즈의 밤’은 캐나다·미국·오스트레일리아 등에 정착한 스코틀랜드인들 사이에서도 기념일로 지켜져 주위의 흥미와 관심을 끈다. 세계 속에 이색적 문화로 이목을 집중하는 이유는 ‘번즈의 밤’의 저녁 식사 주메뉴와 연관된다. 한국의 설날 떡국을 먹듯이 번즈의 밤 저녁식사에는 ‘하기스’를 먹는데 독특한 스코틀랜드식 하기스 등장의식을 거행하기 때문이다.
 
하기스는 양의 간·심장 등 내장을 갈아 양파·오트밀·소금 등과 섞어 속을 만든 뒤 그것을 다시 양의 위장에 넣고 3시간 정도 푹 끓여서 익혀먹는 음식이다. 때로는 이야기로 전해지는 상상 속 동물을 가리키기도 한다.
 
하기스 요리가 등장할 때는 우선, 은쟁반에 높이 올려진 하기스가 스코틀랜드 전통의상을 입은 사람들의 행렬과 백파이프 연주 속에 행사의 주인공인 양 입장하게 된다. 다음으로, 단검을 든 사람이 번즈가 작시한 ‘하기스 환영 연설’을 낭송한 후 식탁 위에 놓인 하기스를 갈라 하객들의 접시에 나눠 놓는다.
 
번즈가 시를 통해 하기스를 극도로 추앙했던 만큼 스코틀랜드 사람들 사이에서 하기스는 대화의 주제가 되기도 한다. 스코틀랜드에는 하기스에 관한 이야기가 무수하다. 실제 상상 속 하기스가 어떻게 생겼는지를 천차만별로 묘사할 뿐만 아니라 어디를 가야 볼 수 있는지에 대한 정보도 가지각색이다. 또한, 하기스 사냥철이 되면 하기스가 어떻게 도망하고 숨으니 무엇으로 어떻게 잡는가에 대한 비법들 저마다 한마디씩 한다. 그러나 사냥의 황금원칙에 관한 한 일치하는 점이 있는데, 그것은 하기스를 발견했을 때 정면으로 바라보는 것을 절대 금한다는 것이다. 대신 못 본 체하고 뒤로 돌아서 사냥을 해야 한단다. 얼마 동안 듣다 보면, 날개 달린 말을 탄 중세의 기사가 달에 가 마법의 약병을 가져왔다는 소설 이야기만큼이나 허황하게 들린다. 그러나 하기스에 관해 이야기를 할 때면 진실보다 더 진지하게 열변을 토하는 것이 스코틀랜드식 정서이므로 실제 미국에서 온 관광객의 30% 이상이 사실로 믿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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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티이미지뱅크)
 
 
우리 부부의 경험으로 말한다면, 시인 번즈는 또한 한국의 한 영문학자에게 있어 ‘빨간 장미’와 뗄 수 없는 불가분의 연상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느 해 6월 학교 교정에는 조촐한 결혼식을 위해 단상과 의자들이 준비되었다. 제자의 결혼식 주례를 맡은 스승은 교정에 잠시 나왔다가 제자가 한 아름 들고 있는 붉디붉은 장미 부케를 보자 부리나케 안으로 들어가셨다. 신랑 신부가 입장하고 하객이 주목하는 가운데 주례가 시작되자 스승은 로버트 번즈의 ‘붉디붉은 장미’를 낭송하기 시작했다. “나의 사랑은 마치 6월에 갓 피어난 빨간 장미 같아, 바다가 다 마를 때까지 내 사랑은 여전하리.” 이때 영국인 신랑은 전혀 예기치 않았던 주례사를 들으며 감정이입의 감동이 휘몰아쳐 오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청년 시절 읽었던 번즈의 시 ‘붉디붉은 장미’의 열정이 다시 살아나 곁에 선 신부를 향한 세레나데가 되는 순간이었기 때문이었다.
 
‘£2.50 pp, BYOB’ -‘2.50파운드 Per Person, Bring Your Own Bottle (or Booze)’이라는 문장의 약자어구로, ‘손님이 술을 가져오시면 1인당 2파운드 50펜스의 서비스비용을 내고 식사와 더불어 마실 수 있다’는 뜻이다. 한국에서 요즘 ‘콜키지(Corkage)’로 불리는 서비스와 같다. 영국·스코틀랜드·웨일즈에서는 술을 판매하려면 면허가 따로 있어야 한다. ‘번즈 저녁식사 (Burns Supper)’ 메뉴에서 술을 빼놓을 수 없으니 술 판매 면허가 없는 한 레스토랑에서 메뉴 밑에 덧붙여 넣은 광고이다.
 
‘R.V.S.V.P.’-프랑스어에서 유래한 표현으로 영어로는 ‘Please reply as soon as possible. 가능한 한 빨리 답장 주십시오’라는 뜻이다. 초대장 끝에 덧붙여 초대에 응할 수 있는지를 묻는 약자어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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