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나 친지들과 한쪽 발로 서서 ‘누가 오래 버티나’ 내기(?)를 한두 번 해 보았을 것이다. 이 자세는 재미삼아 하는 ‘내기’에 그치지 않는다. 간단한 자세 속에 뇌 기능을 비롯해 전신 건강을 향상시키는 놀라운 효과가 숨어 있다. 일본 교토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눈을 뜨고도 한쪽 다리로 20초 이상 서 있지 못하는 사람은 뇌경색이나 치매 위험군이다.
한쪽 발로 버티는 능력은 수명을 예측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2022년 영국스포츠의학저널(BMJ of Sports Medicine)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10초간 한 발로 서지 못하는 중·장년층은 잘하는 사람에 비해 7년 내 어떤 이유로든 사망할 위험도가 84% 높았다. 그뿐 아니라 제 2형 당뇨병이 두 배나 많았고 비만과 고혈압·심장질환의 비율도 높았다. 이렇듯 한발서기는 신체나이를 측정하는 중요한 지표가 되고 있다.
또 한발서기로 근육량이나 뇌의 나이를 가늠할 수 있다. 한쪽 발로 안정되게 서 있으려면 신체의 무게중심을 유지하며 균형을 잡는 근력과 평형 능력이 필요하다. 평형 능력은 기본 근력을 바탕으로 뇌와 다른 신체 간의 긴밀한 소통의 결과에서 나온다. 이 힘이 약하다는 건 몸도 뇌도 늙었다는 증거다.
이렇듯 한발서기가 중요한 이유는 발부터 머리까지 전신이 동원되기 때문이다. 몸이 넘어지지 않으려고 모든 관절과 근육의 센서가 뇌와 실시간으로 대화를 주고받는다. 이때 신체 각 조직 간에 협업 능력이 강화되고 뇌 기능이 활성화된다. 이 과정에서 뇌와 여러 감각기관 및 관절과 근육들을 잇는 신경에 새로운 연결망이 생긴다.
한발서기는 누구나 할 수 있는 하체 근력운동이기도 하다. 허벅지에서 발목·발까지 하체를 강하게 자극하지만 무릎에 부담은 적다. 오히려 무릎관절 환자를 위한 필수 운동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쪽 발로 중심을 잡는 동안 무릎 주변 근육들이 강화된다.
특히 걸을 때 비틀거리거나 이석증으로 인한 어지럼증으로 고생한 적이 있는 분에게 한발서기 운동을 적극 추천한다. 꾸준히 하면 하체 근육과 관절의 안정성이 높아지고 균형감각이 빠르게 개선된다. 척추를 잡아 주는 코어(core)근육이 단련되어 낙상의 위험도 줄어든다.
낙상은 고령층의 건강을 위협하는 대표적인 생활 사고다. 차를 타고 내리거나 계단을 오르내릴 때, 바지를 입을 때와 같이 한쪽 다리로 자세를 유지해야 하는 경우에 많이 발생한다. 60세 이후부터 균형감이 급격히 떨어지는 게 원인이다. 넘어지면서 허벅지·골반 뼈가 골절되고 관련 합병증이 생겨 사망하기도 한다. 한발서기는 이런 문제를 예방할 수 있다.
45세 이상은 눈 감고 15초 이상 버텨야 정상
한발서기는 간단한 자세이지만 주의할 사항이 있다. 하체 근력이 약하거나 나이가 60세 이상인 사람에게는 안전한 공간이 필수다. 평소에 걸음걸이가 불안정하고 무릎이 불편하다면 한 손으로 붙잡을 데가 있는 곳에서 연습해야 한다. 벽에 붙어서 해도 좋다.
처음엔 한쪽 무릎을 구부려 발을 뒤로 든 자세로 시작한다. 그 다음 차츰 구부린 다리를 앞쪽으로 내밀어서 들고 해 본다. 이런 자세로도 10초 이상 유지하기 어렵다면 한쪽 발을 완전히 들지 않고 발끝을 바닥에 살짝 대고 해도 좋다. 하체에 힘이 붙고 균형감이 살아나면 점점 더 다리를 높이 들 수 있다. 허벅지가 바닥과 수평이 될 정도까지 들어 올리는 걸 목표로 한다.
한발서기 운동에서 가장 큰 변수는 눈을 뜨고 하느냐, 감고 하느냐이다. 눈을 감고 하면 시각이 차단되어 근육 신경과 다른 감각기관들이 열일하게 된다. 특히 ‘고유수용감각(운동감각·평형감각·내장감각 등 신체 내부의 감각)’이 능력을 최대치로 발휘해야 하는 순간이다. 이 감각은 눈을 감고도 음식을 먹을 수 있고 팔·다리 등의 신체 부위가 어디에 있는지를 알며, 균형감을 잃지 않고 움직이게 해 주는 감각이다. 이렇듯 ‘눈 감고 한발서기’는 고유수용감각을 활성화시켜서 낙상 사고를 예방하는 데 더없이 좋다.
요가에서도 한쪽 발로 서는 ‘나무 자세’를 주요 자세로 꼽는다. 한발서기를 어렵게 할수록 운동 효과가 높아진다. 접은 수건이나 쿠션 위에서 한 발로 서거나 아령을 들고 하면 집 안에서 한 평도 안 되는 공간도 헬스장이 된다. 만 45세 정도라면 눈 감고 15초 이상 버텨야 정상이라고 한다. 눈 감고 40초 이상이면 근력과 뇌의 나이를 20·30대로 볼 수 있다.
몸의 노화는 20대 중반부터 진행된다. 균형감 좋은, 안전하고 건강한 장·노년기를 맞으려면 한발서기 운동을 무조건 하고 볼 일이다. 간단하게 코어근육을 기르고 균형감을 유지시켜 주는 최고의 운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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