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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찬식의 콜드브루] ‘한·중·일 교육 삼국지’의 불안한 미래
세계 최상위 중국과 회복 나선 일본의 약진
한국은 상대적 약세로 ‘제로섬 게임’에 밀려
홍찬식 필진페이지 + 입력 2023-12-20 06:31:30
 
▲ 홍찬식 언론인·칼럼니스트
OECD가 주관하는 2022년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결과가 최근 발표되자 각국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큰 충격을 받은 나라 중 하나는 핀란드다. 첫 PISA 평가가 치러진 2000년부터 2003년·2006년 세 차례 연속 1위를 차지하면서 세계의 주목을 받았던 핀란드는 이번에 수학 20위·읽기 14위·과학 9위에 머물렀다(OECD는 표본 오차를 고려해 순위를 5-9위 같은 범위로 매기지만 여기서는 원 점수 순서대로 정리함).
 
핀란드 교육부의 안나 헨릭손 장관은 “코로나19의 영향도 일부 있었지만 핀란드 학생들의 학력이 하향세에 접어든 건 분명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한때 ‘교육의 성지’로 추앙받던 핀란드의 추락을 보면 상승과 하락의 순환 사이클은 교육도 예외가 아니라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PISA는 세계 주요국들의 15세 학생들(중3 또는 고1)이 참가해 3년마다 수학·읽기·과학 세 과목에 걸쳐 치러진다. 여러 논란이 있긴 하지만 각국 지도자들이 ‘미래 국력의 지표’로 자주 입에 올릴 만큼 공신력을 인정받고 있다.
 
상위에 오른 나라들은 반가운 표정을 감추지 않고 있다. 수학 5위·읽기 3위·과학 2위를 기록한 일본의 모리야마 마사히토 문부과학상은 “지금까지의 노력이 성과를 거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코로나19 사태 때 교사들의 헌신을 높이 평가했다. 한국의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한국 학생들이 수학 6위·읽기 4위·과학 5위의 성적을 거둔 것으로 나오자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비교적 선방을 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이번 평가가 시사하는 핵심적인 내용은 다른 곳에 있다. 한국·중국·일본 세 나라 사이에서 벌어지는 교육 경쟁이다.
 
중국이 이번 평가에서 빠졌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중국은 지난해 강력한 코로나19 봉쇄 정책으로 PISA를 치를 형편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전까지 중국은 발군의 성적을 올렸다. 이번에도 참가를 했다면 1위를 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전교 1등을 빼고 치러진 시험이나 다름없었다.
 
중국은 PISA 초기에는 참여하지 않다가 2009년부터 중국 전체가 아닌 상하이 한 지역으로 나섰다. 상하이 학생들이 거둔 성적에 세계는 긴장했다. 수학·읽기·과학 전 영역에서 1위를 차지했는데 더 놀라운 것은 2위와의 격차였다.
 
수학의 경우 상하이 학생들의 평균 점수는 600점으로 2위를 차지한 싱가포르의 562점(싱가포르는 2022년 평가에서 수학·읽기·과학 세 과목 모두 1위를 차지한 나라)보다 38점, 4위를 차지한 우리나라(546점)보다는 54점 높았다. 전문가들은 한국 학생들이 중국 학생들보다 2년 뒤처진 셈이라고 분석한다.
 
상하이라는 중국에서 잘 사는 곳의 예외적인 성적이라고 평가절하 할 수도 있지만 이후 중국은 상하이·베이징·저장성·장쑤성 4곳으로 확대 참여한 2018년 평가에서도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상하이 인구가 2500만 명, 베이징이 2100만 명, 저장성이 5400만 명임을 감안하면 그 대표성을 무시할 수 없다.
 
일본도 고삐를 다시 조이고 나섰다. 일본은 2000년대 초반 초·중·고교의 학습량을 크게 줄이는 ‘유토리 교육’이 부작용을 빚으며 PISA 순위가 크게 하락했다. 이른바 ‘PISA 쇼크’다. 2007년 43년 만에 전국학력고사를 부활시키고 교과서 두께를 50~60% 늘렸다. 일본은 2018년 평가부터는 수학·과학에서 한국을 넘어섰고, 이번에는 읽기에서도 한국을 추월했다.
 
최근 PISA에서는 동아시아 국가들이 유럽과 미국을 누르며 최상위 리스트를 독점하고 있다. 중국이 맨 앞에 서고 싱가포르·대만·홍콩 등 중화권 나라들이 ‘교육 강국’으로 함께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일본은 뒤질 수 없다는 듯 따라붙고 있다. 한·중·일의 ‘교육 삼국지’다. 한국은 2010년대 좌파 교육감 시대가 시작된 이후 이 치열한 경쟁에서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동아시아 지역의 세력 경쟁은 일정한 역사적 패턴을 보여 왔다. 중국 대륙이 분열되지 않고 통일된 체제에서는 한국과 일본이 힘을 쓰지 못했다. 이런 시기가 지난 수천 년의 역사에서 대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중국이 혼란에 빠지면 한국과 일본에게 기회가 열렸다. 19세기 아편전쟁 이후 중국이 휘청거리자 일본이 아시아 맹주 자리에 올랐고, 20세기 중국이 공산주의 실험에 빠져 있을 때 한국은 경제 발전의 호기를 잡았다. 한국은 이 시기에 역사상 처음으로 중국보다 잘사는 시절을 보냈으며 국민소득 격차는 아직 유지되고 있다. 그 밑바탕에는 한국 교육의 힘이 있었다.
 
중국 청소년들의 세계 1위 학력은 시간이 흐르면서 상위 연령층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세계 대학 순위에서 중국 대학들이 아시아 지역의 맨 꼭대기에 올라 있는 건 익숙한 풍경이 됐다. 지난해 세계 SCI 논문 등재에서는 중국이 미국을 누르고 1위에 올랐다. 동아시아의 ‘제로섬 게임’에서 한국의 불안한 미래가 바싹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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