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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월환의 시사저격] 윤석열과 한동훈은 공생공멸 관계다
여당 분열 더 커지기 전 관계 회복이 가장 시급
한동훈이 받는 압도적 지지는 누구도 막지 못해
대통령 탄핵 등 중대 사태 초래될 지도
구월환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4-24 06:31:30
 
▲ 구월환 대한언론인회 주필‧관훈클럽 39대 총무
인간 사회에서는 순리가 중요하다. 정치에서는 더욱 그렇다. 민주주의 체제하에서는 민심을 이기는 길이 없기 때문이다. 독재체제에서는 잠시 민심을 이길 수 있으나 그마저도 시간문제다. 역사는 민심을 이기는 권력의 유효기간이 그렇게 길지 않다는 것을 수없이 보여 주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최근 총선 참패 후 정부·여당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태는 정말 큰일이다. 총선 참패로 초상집이 되어 온 국민이 대통령의 일거일동을 주시하고 있는 가운데 대통령이 총선을 총지휘한 집권 여당 대표(한동훈)를 만나지 않고 일개 지방자치단체장(홍준표)을 만나 정국 수습과 인사 문제 등을 논의했다니 이것은 보통의 상식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그 지방자치단체장은 대통령과 4시간이나 만나 내각개편안까지 건의했다고 까발리며 힘자랑을 했다. 여당 대표가 총선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면 응당 그를 불러 위로라도 한마디 하는 것이 제1의 순서일 텐데 무슨 연유에선지 대구시장을 불러 중요한 밀담을 나눴으니 이것은 순리에서 벗어나도 한참 벗어난 처사다.
 
한동훈은 본인이 올해 1월 선거전에 나서면서 “앞으로 100일간 소진하겠다”고 선언한 그대로 정말 홍길동처럼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죽어라고 뛰었고 놀랍게도 어디를 가나 그를 보려고 몰려든 인파에 휩싸였다. 이 기세만 갖고도 비명횡사 사천 파동으로 반란 사태를 빚은 이재명의 더불어민주당을 어렵지 않게 이길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그러나 한창 기세가 올라가고 있던 차에 청천벽력 같은 제동이 걸렸다. 대통령이 비서실장을 통해 “물러나라”고 한 것이다. 민심을 우습게 본 권력자의 치명적 오판이었다. 그런 사약(賜藥)을 들고 온 비서실장은 경제부처 공무원 출신이었다. 승진 출세주의에 길든 사람은 “대통령님, 저는 이런 것 못 하겠습니다”는 말을 할 수 없는데 윤석열 대통령 주변에는 이런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이 사건은 선거전에서 치명적인 타격이었다. 이미 그때 패배는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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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홍준표라는 존재가 무엇이길래 이런 기상천외한 대통령 ‘독대’가 이뤄졌나. 그는 하이에나처럼 어슬렁거리다가 선거 참패 결과가 나오자마자 한동훈을 향해 막가파 같은 말을 퍼붓기 시작했다.
“정치를 모르는 애가 들어와 선거를 망쳤다”고 했다. 선거를 총지휘한 집권당 대표에게 ‘애’라니! 눈이 멀어도 정도가 있지. 대권 놀음이니 셀카 찍다 말아먹었다느니 온갖 저속한 망언을 연일 늘어놓았다. 심지어 배신자라느니 주군에게 대들다가 폐세자가 되었다느니 하는 부분에 이르러서는 그가 어느 시대에 살고 있는 사람인가를 의심케 했다. 본인은 물론 국힘마저 수구 꼰대 이미지로 덧칠해서 웃음거리로 만들었다.
 
당 대표와 대통령 후보까지 지낸 사람이 철없는 애라도 해서는 안 될 짓을 한 것이다. 이번 일로 확실해진 것은 차기 대권은커녕 그의 장래가 매우 어렵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일로 윤 대통령에 대한 문제가 또 불거졌다. 지금은 검찰적 권위주의가 통하는 시대가 아니다. 한동훈과 충돌한 가장 예리한 지점으로 알려져 있는 김건희 여사 문제도 실은 이래서 해결이 안 되고 타격만 커진 것이다.
 
보수 여당권에서 최고의 지지를 받고 있는 한동훈 배제는 바로 순리와 민심에 대한 정면 도전이다. 난데없는 홍준표 사태로 정권의 장래는 더 어둡게 되었다. 윤·한, 두 사람이 빨리 수습되지 않고 적대적 마찰을 빚게 되면 필연적으로 당이 분열되고 이는 곧바로 결정적인 정권 위기로 연결될 것이다. 총선 패배에도 한동훈의 인기는 여당권에서 압도적이다. 선거 패배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가를 다 알기 때문이다. 한동훈 책임이라는 홍준표의 주장이 모함이라는 것을 다 알고 있다. 지금은 이순신 모함이 통했던 조선시대가 아니다.
 
아직 채워야 할 여지가 많지만 그래도 지금 보수 여당권에서 한동훈 이외의 대안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통령 권력으로 좌우할 수 있는 단계는 이미 벗어났다. 무리한 현상 변경 시도 자체가 엄청난 역풍을 불러올 것이다. 한국은 대통령이 입맛에 맞는 후계자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나라가 아니다. 특히 지금처럼 여야가 극단적 상태에 있는 정치 상황에서 두 사람은 공생공멸의 운명이다.
 
두 사람의 반목으로 108석 여당 의원들이 흔들리면 정권 유지 자체가 큰 위협을 받는다. 이 틈을 이용하여 이재명과 야당은 탄핵이든 개헌에 의한 임기 단축이든 자진 사퇴든 간에 대통령의 도중하차를 압박할 것이다. 벌써부터 민주당에서는 그들이 요구해 왔던 ‘협치’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총선 대승의 여세를 몰아 ‘대화’가 아니라 ‘힘’을 쓰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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