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에는 유달리 눈이 많이 내렸고 그만큼 주변에서 골절 소식도 많았다. 필자도 예기치 않게 그 대열에 동참했다. 폭설 때문이 아니라 집 안 욕실에서 미끄러져 사고가 났다. 방심하고 서두른 탓이다. 두 달 동안 발 깁스와 한 달이 넘는 재활의 시간을 보내며 온 몸이 발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뼈아프게’ 절감했다.
발이 건강하지 않으면 몸 전체가 위태로워진다. 발은 전신 피부 표면적의 고작 5%로 나머지 95%를 받치고 있다. 면적 당 뼈 개수도 가장 많다. 26개의 뼈와 30개의 관절, 107개의 인대로 구성되어 있다. 뼈와 주변 결합조직을 포함하면 몸 전체의 4분의 1을 차지할 정도다. 근골격계 측면에서 우리 몸은 발 위에 차곡차곡 쌓여 있는 생체 구조물인 셈이다.
자기돌봄 프로그램의 수강생들과 ‘발 요가’를 해 보면 연령대에 따라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연령이 높을수록 지도하는 대로 발가락을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발끝으로 원을 그리며 발목을 돌리는 간단한 움직임조차 어려워한다. 발목 관절의 가동성이 떨어져서 회전 운동이 안 되고, 마음 같지 않게 발이 거의 좌우로만 왔다갔다 한다.
많은 사람들이 발을 신발에 가둬놓고 제대로 돌보지 않는다. 이는 평발·무지외반증·족저근막염·지간신경종 등과 같은 발 관련 질환의 원인이 된다. 발의 기능이 떨어져서 종아리 근육을 과하게 쓰게 되면 소위 ‘알통’이 밉게 커진다. 발을 대신하여 다른 부위가 열일 하느라 무릎이나 골반에서 문제가 생기기도 쉽다.
심지어는 목의 통증이나 두통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우리 몸은 개별 근골격으로 분리되어 있는 게 아니라 근막·힘줄·골막 등이 모두 연결된 유기체이다. 때문에 발에서 시작된 문제가 머리 부위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부상이나 노화로 둔화된 발의 기능을 되찾아야 전신 건강을 기대할 수 있는 건 당연한 이치다.
발의 ‘건강 스위치’ 켜는 법
발이 유연하고 탄탄하려면 자주 발을 귀찮게(?) 해야 한다. 즉, 틈틈이 자극하고 움직이는 것이 기본이다. 첫째, 테니스 볼 사이즈의 공이나 홍두깨 닮은 막대기 등으로 발바닥을 굴려서 지면에 접촉되는 부분부터 부드럽게 풀어 준다. 발을 풀면 전신의 피로가 풀린다.
서 있을 때는 발을 한 발씩 교대로 들고 흔들듯이 털어 준다. 손이든 발이든 몸을 터는 행위는 사지 끝까지 신경과 혈관 통로를 열어 주는 가성비 높은 방법이다. 선 자세에서는 한 발씩 들고 털기 때문에 전신의 균형감을 깨워 준다. 인체 중심 근육인 코어를 단련하는 ‘한발로 서기’ 운동 효과가 덤으로 따라온다.
둘째, 앉아 있거나 누웠을 때 틈만 나면 발끝을 당겼다 밀었다 하여 발과 종아리·정강이 전체를 자극한다. 이 움직임을 습관으로 만들면 하지 정맥류와 같은 혈류 문제 예방을 할 수 있는 꿀팁이자 종아리를 ‘제 2의 심장’으로 만드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세 번째는 일명 ‘발가락 가위바위보’다. 먼저 ‘바위’는 다섯 발가락을 모두 모아서 최대한 구부리며 움츠리는 것이고, ‘보’는 반대로 발가락 사이사이를 벌려서 옆으로 최대한 펼치는 것이다. ‘가위’는 엄지발가락을 몸 쪽으로 향해 당기고 나머지 발가락은 몸 반대쪽으로 뻗어 내어 만든다. 이를 양 방향 교대로 반복하면 발과 종아리에 뻐근하게 힘이 들어가며 운동이 된다. ‘발가락 가위바위보’가 잘 안 되면 발 근육과 관절이 빨리 늙는다.
마지막은 체중을 이용하여 발가락에 압력을 주는 방법이다. 무릎을 꿇고 앉아서 발등이 아닌 발가락 바닥 부분이 지면에 닿도록 한다. 손을 짚고 자세를 잡아 보면 발가락을 구부리는 것과는 반대 방향으로 발가락이 꺾이는 모양이 된다. 발바닥도 스트레칭 되고 신발에 눌리는 발가락을 펴 준다. 이 자세에서 골반을 좌우로 천천히 반복해서 움직이면 엄지부터 새끼발가락까지 골고루 풀고 자극할 수 있다. 이때 손은 손바닥보다는 열 손가락 끝으로 바닥을 짚는 게 좋다. 몸이 덜 숙여지므로 허리가 굽어지지 않고, 손끝에 압력이 들어가 악력을 기르는 기회도 얻는다.
한 가지 더 추가한다면 손가락과 발가락을 서로 깍지 껴 주는 것이다. 발가락 사이사이에 손가락을 하나씩 넣는 것만으로도 시원한 느낌을 받는다. 그 자세로 발을 잡고 돌리거나 젖혀주면 굳은 발목이 부드러워진다. 발가락 부위 혈자리들이 지압되는 효과도 있다.
발은 99세까지 팔팔하게 살 수 있는 ‘건강 스위치’로도 불린다. ‘안티 에이징’을 원한다면 발을 자주 건드리고 귀찮게 하자. 발가락 하나도 맘대로 움직이지 못하기 전에 발을 자주 꼼지락거리는 것이다. 유연하면서도 힘 있는 발은 온 몸의 생기와 활력의 원천이다. 만물이 새롭게 살아나는 봄날, 발이 우리를 좋은 곳으로 데려가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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