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위기’의 삼성… 조직 안정성 속 변화 택한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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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램 반도체 설계 변경 등 경영진의 ‘결단’ 필요
10년 평균 자본이익률 19.1%서 13.3%로 하락
李회장 사법리스크 벗고 경영 전념토록 해야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4-11-29 00:02:01

삼성전자의 정기 인사에서 ‘2인자’ 정현호 부회장을 비롯한 핵심 수뇌부가 모두 유임됐다. 문책성 인사는 반도체 부문의 사업부장을 일부 교체하는 것에 그쳤다. 앞서 삼성전자 최고경영진이 직접 ‘위기’를 거론하며 인적 쇄신을 시사한 점을 염두에 두면 조직 안정성 가운데 변화를 택했다고 하겠다.

삼성은 특히 반도체 사업 중심으로 변화의 바람이 요구되고 있다. DS부문의 올 1~3분기 합산 영업이익은 12조2200억 원으로 같은 기간 15조3845억 원을 달성한 SK하이닉스에 밀렸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최근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과 관련한 항소심 결심공판 최후진술에서 “삼성의 미래에 대한 우려가 매우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지금 저희가 맞이하고 있는 현실은 그 어느 때보다도 녹록지 않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재용 회장이 공식적으로 위기를 인정한 삼성은 내우외환에 싸여 있다. 세계 1위 메모리 기업 삼성전자의 경쟁력을 둘러싼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애플 아이폰에 주도권을 넘겨 줬고 중국 업체의 저가폰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 인공지능(AI) 반도체에서는 엔비디아 공급망 합류를 기다리고 있고, 파운드리(위탁 생산)에서는 세계 1위 대만 TSMC와의 기술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 그 사이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모든 자산을 장부가치로 청산한 ‘청산가치’ 밑으로 떨어졌다. D램 설계 변경 등 경영진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여기에 트럼프 2기 미국에서도 발목을 잡힐 우려에 휩싸이고 있다. 미국 정부가 지급하는 반도체 보조금을, 당초 계획된 금액만큼 받지 못할 수도 있어서다.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에 지급할 것으로 예상되던 보조금은 64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9조 원이다. 마이크론보다 3억 달러 많고, SK하이닉스의 14배 규모다.

삼성전자의 어려움은 ‘실적’이 잘 보여 주고 있다. 삼성전자의 재무제표 20년 치 분석에 따르면 회사의 10년 평균(당해 포함 최근 10년) 자본이익률이 2013년 19.1%에서 지난해 13.3%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자본이익률이란 회사의 자본 대비 연간 순이익 규모를 가리킨다.

이는 최근 거론되는 삼성전자의 ‘위기’가 실은 오래전부터 진행돼 왔음을 보여 준다. 삼성전자의 덩치(자본)는 꾸준히 커 왔지만, 반도체와 스마트폰을 비롯한 주요 사업에서 낸 이익은 지난 10년간 업황에 따라 오르락내리락했을 뿐 추세적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 주진 못했다. 경쟁사가 부단히 성장해 온 것과는 대비되는 결과이기도 하다. TSMC의 10년 평균 자본이익률은 같은 기간 23.6%에서 27.3%로 올랐다. 그러면서 티에스엠시와 삼성전자 간 격차는 4.5%p에서 14.0%p로 벌어졌다. 최근에는 TSMC 이익률이 삼성전자의 두 배를 넘는다.

결국 이재용 회장이 이끌기 시작한 뒤 삼성전자의 경쟁력이 꾸준히 악화한 셈이다. 이는 목표 달성 지상주의 분위기에 매몰된 나머지 현장에서의 문제가 있어도 윗선 보고에선 이를 미뤄 두고 긍정적 전망만을 보고하며, 추후 뒤처리하는 방식의 조직 문화에 원인이 있다는 지적이다.

주목되는 바는 이재용 회장이 2016년 국정농단 사태 이후 9년째 사법 리스크 탓에 제대로 된 경영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회장은 2021년 4월부터 총 106회 열린 1심 공판에 대통령 해외 순방 동행 등을 제외하고 총 96번 출석했다. 삼성전자는 힘든 시기에 처해 있다. 삼성전자는 한국 경제, 한국인이 갖는 자긍심의 상징이다. 이 회장이 사법리스크 ‘족쇄’를 조기에 벗고 경영에만 전념토록 함으로써 한국 경제의 활로를 여는 조타수가 되게 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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