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이 헌법재판소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법적·정치적 공방이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헌재는 14일 국회가 제출한 탄핵소추의결서를 접수하고 사건번호 ‘2024헌나8’을 부여했다.
청구인은 국회, 피청구인은 윤 대통령으로,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소추위원으로 심판 절차를 이끈다. 헌재는 16일 재판관회의를 열어 주심 재판관과 수명 재판관을 지정하고 변론 준비 절차와 심리 일정을 논의할 예정이다.
현재 헌재는 재판관 9명 정원 중 6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헌법재판소법 제23조는 재판관 7명 이상의 출석을 요구하고 있지만, 헌재는 해당 조항의 효력을 정지한 상태로 심리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탄핵 결정에는 재판관 6인의 찬성이 필요해 만장일치에 실패할 경우, 공석인 재판관 3명이 새로 임명된 이후에야 심리가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 국회는 공석인 헌법재판관 3명의 후임자를 추천한 상태다. 국민의힘은 조한창 변호사를, 더불어민주당은 정계선 서울서부지방법원장과 마은혁 서울서부지법 부장판사를 각각 후보로 제안했다.
이들 후보는 인사청문회를 거쳐 본회의 임명동의안이 처리되면 대통령의 임명 절차로 이어질 예정이다. 그러나 대통령 직무가 정지된 상황에서는 임명권이 국무총리에게 넘어가게 되며, 과거 황교안 국무총리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헌법재판관을 임명했던 전례를 참고할 가능성이 높다.
대통령실과 여권은 헌재법 제51조를 주목하고 있다. 이 조항은 ‘탄핵 사유와 동일한 사유로 형사소송이 진행 중일 경우, 헌재가 심판 절차를 정지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이 내란·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기소될 경우, 헌재 심판이 형사 재판 선고 시점까지 연기될 가능성이 있어 여야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민주당은 헌재의 심판이 내년 3월 말 이전에 결론에 도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내년 4월이면 문형배 재판관(현 헌재 소장 직무대행)과 이미선 재판관의 임기가 만료돼 헌재 구성에 변화가 생기기 때문이다. 2025년 4월 이후에는 대통령과 대법원장이 추천하는 3명의 재판관을 교체해야 하기 때문에 민주당이 탄핵 정족수를 확보하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결과적으로 헌재 심판이 내년 3월 말까지 결론에 도달하지 못하면, 민주당의 탄핵 전략은 무산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민주당은 신속한 결론 도출을 요구하며 헌재의 결정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여권은 헌재법 제51조를 활용해 탄핵 절차를 연기하고 여론 변화와 정치적 유리함을 확보하려는 전략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헌재의 결정 기일이 180일까지 보장된 만큼 최대한 시간을 끌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대법원 확정 판결을 헌재 결정 이전에 이끌어 낸다는 전략이다.
헌재 판결이 법리적 판단을 넘어 정치적 상황과 밀접하게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이번 탄핵심판은 여야의 정치적 셈법과 갈등 속에서 결론을 향해 나아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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