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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문화 문법', '아내와 길을 가는데 갑자기 “저 사람 참 비위가 좋다”고 한다. ...'))
아내와 길을 가는데 갑자기 “저 사람 참 비위가 좋다”고 한다. 무슨 뜻인지 알지만 갑자기 왜 비위(脾胃)가 ‘아니꼽고 탐탁지 않은 일이나 거리끼는 사물에 대하여 견디는 힘’을 이르는 말인지 궁금해졌다. 필자는 비위가 강한 편이라 평소에는 이런 생각을 해 보지 않았다.
비위가 들어간 예문으로는 “이 영화는 어지간한 비위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잔인한 장면이 많이 나와” 같은 것이 있다.
한의학사전을 찾아 보니 비위(脾胃)는 ‘음식물을 소화하고 기와 혈을 생성하는 중요한 장기’라고 나와 있다. 비위가 약해지면 소화불량·복통·체력 저하 등이 나타날 수 있다고 한다. 비위가 제대로 작용하지 않으면 체내에 불필요한 열이 쌓여서 모든 병이 이로부터 발생한다고도 했다.
그러니까 비위의 한의학적 의미가 우리 언어에 영향을 주어 다양한 의미로 확장된 것이다. “그 모임에 가면 비위 상하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야.” “부장님 성격이 그러니까 비위를 잘 맞춰 드려야 해.” “그는 그런 대우를 받으면서도 질기게 그 자리에 앉아 있을 만큼 비위가 대단한 사람이다.” 등과 같이 의미가 다양함을 알 수 있다.
중부대 한국어학과 명예교수·한국어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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