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에게는 못할 말도 가족 간에는 쉽게 꺼낸다. 우리나라에서도 요즘엔 외모로 남을 평가하는 게 금기시되어 있지만 여전히 가족 간에는 ‘살쪘다’ ‘못생겼다’ ‘돼지’… 무슨 말이건 나오는 대로 다 한다.
사회에서는 남에게 밥 한 끼 얻어먹는 것조차 빚으로 남지만 가족끼리는 서로의 등골을 빼먹어도 미안함이 없다. 가족 중에 누가 한 명 크게 성공하면 온 가족이 거기 기대어 산다.
집안에서 연예인이라도 한 명 나오면 이건 중소기업이 하나 세워지는 거다. 가족은 물론 사촌까지 줄줄이 하던 일 때려치우고 그에게 매달린다. 자살한 연예인의 내막을 살펴보면 소녀 가장으로 외롭게 성장한 예가 많다.
그들도 사람인지라 어려울 때가 있고 기댈 사람이 필요할 때가 있다. 그런데 부모와 형제가 자기에게 경제적으로 기대고 있다? 경제적으로 자립하지 못한 사람은 사람이 아니라 아기다. 위치가 관계를 만든다. 아무리 힘들어도 아기에게 기댈 수는 없는 일.
그래서 이런 사람은 이성이 조금만 잘해 줘도 쉽게 마음을 연다. 또 흔한 이별을 못 견뎌 하고 우울증에 빠진다. 기댈 데 없는 사람이 찾는 게 술이다.
물론 다 그렇다는 건 아니다. 가족 가운데 누가 성공했어도 묵묵히 자기 일에 열심인 예도 많다. 우리가 잘 아는 사람 중에 세계 최고의 갑부 일론 머스크가 있다. 그의 어머니 메이 머스크는 모델이자 영양사로 일흔이 넘은 지금도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머스크의 형제 중 남동생인 킴벌 머스크는 드론 사업가이자 셰프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고 여동생인 토스카 머스크는 성인영화 플랫폼을 운영 중이다. 테슬라에 빨대 꽂지 않고도 다들 잘산다.
카프카의 유명한 소설 ‘변신’은 여동생과 부모를 먹여 살리기 위해 영업 사원으로 일하던 주인공이 어느 날 아침 벌레가 되는 이야기다. 그가 일을 할 수 없게 되자 아버지를 포함한 가족들은 제각기 일을 시작한다. 주인공은 쓸데없이 혼자 고된 노동을 해 왔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가족들은 자립심을 잃은 그를 벌레 보듯 한다. 실제로도 벌레이긴 하다.
정신과 의사들은 가족 내 호구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가족과의 관계를 ‘구조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금전을 제공하는 한도와 방법 그리고 연락하는 방법에 대한 원칙을 세우라는 것이다. 돈은 일정 한도 내에서만 제공하고 가족이 아무 때나 연락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일상을 지켜야 내가 산다.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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