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우라늄 확보 가시화… 몽골, 러·중 의존도 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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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럽 대세 탈원전과 선긋고 '원전 강국'으로 재도약
어용에르덴 "제3의 이웃과 협력해 투자·고용 창출할 것"

임명신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12-29 17:47:34

▲ 작년 몽골을 방문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오흐나 후렐수흐 몽골 대통령 영접을 받고 있다. EPA=연합뉴스

프랑스의 몽골 우라늄 광산 개발이 실현 단계에 도달했다고 28일(현지시간) 프랑스 일간 르몽드가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전날밤 몽골의 롭상남스라이 어용에르덴 총리는 프랑스 원자력 기업 ‘오라노’(옛 아레바)와 현지 우라늄 광산 개발을 위한 사전 계약을 맺었다며 “투자와 고용 기회를 가속화할 중요한 진전” “제3의 이웃과 협력하겠다는 의지의 강조”라고 밝혔다.

여기서 ‘제3의 이웃’이란 러시아·중국 및 그 세력권을 제외한 나라 즉 서방 세계를 가리킨다. 한때 인류 최대 제국을 건설했던 몽골이지만, 20세기 러시아와 중국의 공산 혁명 이래 지정학적 숙명(두 강대국 사이에 낀 내륙국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르몽드는 이번 우라늄 광산 개발 관련 계약을 몽골이 러시아·중국으로부터의 정치·경제적 영향력을 줄이며 국제적 입지를 모색하려는 노력이라고 짚었다.

몽골에 대한 생사여탈권이 사실상 이들 두 강대국에 있다. 러시아에 문제가 생기거나 최대 교역국이자 물류망을 좌우하는 중국 심기를 건드렸다간 당장 큰 곤경에 처한다. 실제 2023∼2024년 겨울 러시아의 전력공급 중단으로 정전 사태를 겪었으며, 티베트 영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와 가까운 인물이 몽골의 주요 공직에 오르자 중국 톈진 항에서 몽골행 화물 컨테이너 열차의 운송을 지연 당하기도 했다.

작년 5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몽골을 방문하고, 그해 10월 오흐나 후렐수흐 대통령이 프랑스를 답방하면서 마침내 광구 개발을 위한 의정서를 발표하게 됐다. 이번 계약이 최종 성사되면 오라노 그룹은 몽골 서남부의 주브치 오부 우라늄 광산 개발에 16억 달러(약 2조3000억 원)를 투자한다. 2027년까지 준비 작업을 거쳐 2028~2060년 최대 134억 달러(19조7000억 원)어치 우라늄을 생산하게 된다.

몽골의 우라늄 매장량은 13만1000t으로 세계 12위 수준이며, 오라노 그룹이 이번에 투자한 주브치 오부의 우라늄 광산은 아시아 최대 규모다. 프랑스 정부가 대주주인 오라노그룹이 1997년부터 몽골 고비사막에서 우라늄 탐사 작업을 진행해 2010년 주브치 오부 광구를 발견했다. 몽골 정부와의 협의가 길어졌으나 프랑스 측이 오래 인내심 있게 공을 들인 셈이다.

프랑스는 전력생산 내 원자력 에너지 비중이 약 70%나 될 만큼 원전 의존도가 높다. 그러나 작년 7월 프랑스 우라늄 수요의 15%를 공급해 온 아프리카 니제르의 군부 쿠데타 발생으로 기존의 양국 정부 관계가 무너져 공급망 불확실성이 갑자기 증대했다. 프랑스에게 몽골 프로젝트는 니제르의 빈자리를 메워 줄 절실한 계기다.

프랑스의 이번 우라늄 확보가 친환경·탈원전 주류의 서유럽 주요국 중 이례적인 행보인 점도 주목된다. 세계인의 선망 대상이던 영국·프랑스·독일 모두 지난 수십년 사회민주주의(사민주의)가 지배하면서 쌓인 부작용과 적폐 속에 대몸살을 앓고 있긴 하지만, 특히 고전 중인 독일과 상대적으로 양호한 프랑스 상황이 대비된다. 일찍부터 탈원전을 실현하고 러시아산 에너지에 의존한 끝에 우크라이나전쟁 이후 심각한 타격을 입은 독일과 달리, 프랑스에선 친환경 목소리가 높아져도 원전 강국 위치를 놓치지 않았다.

미국 주도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반발해 탈퇴했다 43년 만에 돌아온 것 또한 나토 창립멤버 프랑스의 특이한 이력이다. 2009년 자세를 굽히고 나토에 재가입했으나 여전히 일정 부분 독자 행보를 지속해 왔다. 우크라이나전쟁 이래 우크라 지원을 외치면서도 러시아와의 소통 채널을 열어 둔 것, 러·중 세력권인 몽골 투자 등이 최근 사례다. 그 배경엔 2차 세계대전 패전 후 미국에 의해 분단·부흥·통일된 독일과는 차별된 프랑스적 자의식이 엿보인다.

최근 파리 노트르담 성당 복원 기념식 덕분에 마크롱 대통령이 굽히고 찾아가는 대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을 초정해 만날 수 있었으나 서로 기싸움하듯 길게 강한 악수를 나눠 눈길을 끌었다. 영어의 세계공용어 위상에 끝까지 저항한 역사 역시 빼놓을 수 없다. 프랑스 관광지에서 영어가 당연히 통하게 된 것은 21세기 들어서다.

임명신 기자 imms@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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