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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기의 시사&이슈] 명예롭지 못한 자들이 통치하는 나라
법관의 명예는 양심과 법의 지배 원리 실현에서
한 정파가 국가 운영 좌우하는 정당 체제는 위험
최재기 필진페이지 + 입력 2025-02-04 00:02:59
▲ 최재기 한반도연구소 연구위원
있는 것은 있다 하고 없는 것은 없다 하는 자를 ‘양심’이 있는 자라 한다. 옳은 것은 옳다 하고 그른 것은 그르다 하는 자를 ‘용기’가 있는 자라 한다. 어느 사회든 ‘양심’과 ‘용기’를 가진 자에게 명예가 주어지는 법이다.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은 오로지 돈과 권세에 따라 명예가 주어지는 나라가 된 듯하다. 이재명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때에는 50억 원을 들여 대법원에서 판결을 뒤집었다고 하여 ‘50억 클럽’이라는 말이 떠돌았다. 그러나 최근 대법관급을 로비하는 데는 80억 원 또는 200억 원이 든다는 소문이 떠돈다. 조만간 ‘200억 클럽’이라는 말이 생길 듯하다.
 
입법부와 행정부는 주기적인 선거로 권력 위임을 받지만, 사법부는 그런 위임을 받지 않는다. 선거라는 국민의 심판으로 견제받지 않는다면 사법부 공직자를 무엇으로 견제할 수 있을까. 즉 심판자는 누가 심판해야 할까. 어려운 문제다. 그래서 여러 나라에서 국민의 평판으로 이루어지는 명예를 사법부 공직자에 대한 주요 견제 기제로 활용한다.
 
법관들은 돈이나 권세가 아니라 민주공화국 헌법 정신을 충실히 파악하는 실력과 있는 것은 있다 하고 없는 것은 없다 하는 양심에 따른 심판으로 ‘법의 지배’ 원리를 실현함으로써 국민으로부터 명예를 얻는다. 명예가 없는 법관 계급이 통치하는 나라는 ‘앙시앵레짐(ancien régime·프랑스 혁명 이전의 구제도)’이다.
 
3권분립의 대통령제 국가는 국가기관 간 ‘견제와 균형’을 통해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해 권력 분립의 일환으로 사법부를 구성했다. 입법권을 의회에, 집행권을 대통령에게 부여하는 것처럼, 사법권을 법원에 부여한 것이다. 우리 헌법에는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법관과 법원이 함께 규정돼 있지만(헌법 제101조), 미국 헌법에는 사법권이 권력 분립의 일환으로 대법원과 그 하급법원에 속한다는 점이 명확하게 규정돼 있다.
 
“합중국의 사법권은 하나의 연방 대법원에(속하고), 그리고 연방 의회가 수시로 제정·설치하는 하급법원들에 속한다.”(미국 헌법 제3조 제1절). 즉 사법권은 법관 개인의 권한으로 부여되는 것이 아니라 사법부라는 조직에 부여된 권한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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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탄핵 심판 과정에서 사법권이 각급 법원별로, 법관 개개인별로 그 기준이 다르게 행사되는 듯하여 국민의 불신이 깊어지고 있다. 이중 기준의 법 집행은 ‘법의 지배’ 원리를 무너뜨리는 지름길이다. 사법권이 부여된 국가기관인 대법원(장)은 산하 법원과 법관들이 민주공화국의 헌법정신에 맞추어 권한 행사를 하도록 엄정히 규율하여, 독립된 사법부를 지킬 책임이 있다.
 
지금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은 정상 작동되지 않고 있다. 그렇게 된 배경에는 사법부의 책임도 크다. 이에 대통령 탄핵 심판 사건의 배경으로 고려해야 할 사실들을 적시한다.
 
첫째, 미국은 정당의 당직과 공직을 철저히 분리한다. 정당은 유권자연합을 조직하고 정강을 세우는 등 자체 운영되는 정치의 주체 조직이다. 의원 등 공직자는 당직을 맡을 수 없고, 공직 후보자 추천권은 정당에 있다.
 
그런데 한국은 주사파와 같은 조직된 정파 세력이 정당을 쉽게 장악할 수 있고, 국회의원이 당직을 겸직할 수 있다. 국회의원이자 당대표인 자는 그 정당의 모든 공직 후보자를 추천할 권력을 갖고 있어, 자기 권력을 무한히 재생산할 수 있다. 그런 정당이 국회 다수당이 되면 사실상 한 정파가 국가 운영을 좌우할 수 있는 위험한 정당 체제를 갖고 있다.
 
둘째, 현행 헌법은 국회에서 탄핵 소추만 되어도 해당 공직자의 권한 행사가 정지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권력분립 원칙을 저버린 잘못된 헌법 규정이라 하겠다. 따라서 다음 개헌 때까지 민주공화국을 정상 작동하게 할 책무는 사법부, 특히 헌재에 달려 있다.
 
국회는 방송통신위원장을 취임 이틀 만에 탄핵했는데, 그 이틀 동안 그가 얼마나 헌법과 법률을 위반할 수 있었는지 의문이다. 해당 공직자의 권한 행사 정지를 노리고 탄핵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헌재가 이런 탄핵 소추를 즉시 기각하였더라면 29번이나 이루어진 탄핵의 남용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민주공화국의 입법부는 다른 국가기관을 견제(check)하는 기관이지 통제(control)하는 기관이 아니다.
 
셋째, 부정선거 문제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과거 자신도 부정선거에 당했다고 판단하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권은 중공당(CCP)이 개입한 전 세계에 걸친 부정선거 문제를 그냥 넘기지 않을 것이다. 조만간 미국은 캐나다·필리핀·한국과 베네수엘라·콩고 등 일대일로 국가들의 부정선거에 중공당이 개입한 자료를 공개할 것이다. 미국은 최근 부정선거에 개입한 베네수엘라 대법관들과 선거관리위원회 위원들의 출입국 허가(visa·비자)를 취소하고 자산을 동결하는 등 개인별 제재에 착수했다.
 
부정선거 문제에 다른 대처 수단이 없어 대통령이 국가긴급권을 행사했다면 탄핵 사유는 없다. 명예를 지키는 헌재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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