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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21세기 벽두
100세 장수 해인시대(海印時代)에 들어선 그대, 자유대한이여!
졸지에 이 어인 일인가.
캄캄한 야밤이 덮쳐들더니
눈앞은 물론 가슴까지 다 캄캄했다.
마치 저 일제 병탄의 말발굽 소리 요란하고
6.25 꼭두새벽 남침의 포성 소리 귓전을 때리듯
벼락같이 터져버린 계엄과 탄핵, 체포와 구속…
어안이 벙벙했다, 어지러웠다.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흔들리고 사람이 놀라고
산과 들의 날짐승 길짐승 마을 반려견이 움츠리고
풀벌레 산천초목마저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깊은 어둠의 나락은 전혀 앞을 내보이지 않았다.
정당 무리와 사정기관들은 온통 내란 몰이로 광분했다.
옥중 대통령의 담화와 자필 편지로 내막을 알고서야
정신 줄을 놓지 않으려고 애쓴 우리 자신들을 돌아보았다.
이것은 숫제 세상 이념전쟁의 서막이요 예고편이었다.
총칼만 없을 뿐, 보이지 않는 실상은
자유 대 통제, 민주 대 독재, 정의 대 불의
나아가 진짜 대 가짜 사이의 전쟁판이었다.
깨어나야 한다, 우리 국민이여!
일어나야 한다, 자유대한이여!
그대는 총칼 없는 21세기 문민의 사상격전지.
알면 알수록 서막이 아닌 장기 격전 상태인걸
왜 이제야 이런 충격요법을 놓았는가.
시방은 일제 암흑천지 한가운데요
6.25 당시 낙동강 전선만 남은 상태나 다름없다.
바람 앞의 등불이요 난세 중 난세가 아닌가.
이처럼 격렬한 참과 거짓의 한판 대결은 없다.
저 ‘1956년 동유럽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한겨울 밤
살얼음 진 다뉴브강가 길거리, 소련제 탄환에 바서진 머리
목통에서 흐른 피가 바닥을 적셨던 13살 소녀의 죽음과
6·25 때 한강 모래사장의 말 없는 모래알을 움켜쥔 채
영문도 모르고 죽어간 동년배 한국 소녀의 죽음에는
한 송이 꽃도, 흰 깃의 한 마리 비둘기도 날지 않았다’고
시인 김춘수는 목 놓아 울었다.
‘1969년 사람 가까이에서 사람과 함께
사랑과 평화를 즐기던 김광섭의 ‘성북동 비둘기’도
자유와 사랑, 평화의 사상까지 낳지 못하는
쫓기는 새가 된‘ 지 퍽으나 오래되었다.
이 시대, ‘압사와 분신 열사’들의 원한이 오버랩 되면서
붉은 피눈물이 되어 마구 쏟아짐을 어이하랴.
자유는 죽음으로도 맞바꿀 수 없다.
목숨을 넘고 넘어 자유는 자유로워야 한다.
가짜는 가라, 구속과 독재는 어림없다.
그간 참 캄캄한 밤이요, 깊은 어둠 구렁이었다.
탄핵과 특검 남발, 국회 예산삭감과 입법 독재…
이른바 반국가세력들이 저지른 선관위와 관련된 일들
종중·종북(從中·從北)부정선거카르텔 일소가 비상계엄의 본뜻이었음을
우리는 알기 시작했다, 부정은 온통 가짜세상을 양산했다.
그대여, 그토록 크나큰 아픔을 겪었다니…
그대 그 분통함을 어찌 말로 다 할 수 있으랴!
깨어 있어야 한다, 우리 국민이여!
일어나 있어야 한다, 자유대한이여!
아무렴, 이 불온한 야밤도 참된 세월만은 당해 낼 수 없다.
밤이 깊을수록 되레 새벽은 오고야 만다.
드디어 실낱같은 빛줄기가 얼비쳐오는 조짐들
풀벌레 산천초목이 하나둘 고개를 들고
반려견과 물고기, 날짐승 길짐승이 속속 기지개를 켜고
하늘이 시나브로 노하고, 땅이 솟구치고
우리네 사람들마저 일어나기 시작했다.
난세에 영웅이 난다더니 이름 없던 청춘들이 일어났다.
앞서 민초들을 이끌었던 장년 영웅들에 더하여
연일 방방곡곡에서, 급기야 이 대학 저 대학 각 대학에서
보통 사람들과 이삼십 대 청년들이 노도처럼 들고일어났다.
성명 발표와 시국선언들이 들불처럼 번져났다.
마치 임진왜란 때 백성 의병들이 자발적으로 일어났듯이
쓰리지면 일어나고 넘어지면 또 일어난다.
일어난 국민 모두가 제각기 영웅들이다.
6·25 때 목숨 바쳐 낙동강 전선을 지킨 것처럼
자유는 하나뿐인 생명보다 더 소중한가 보다.
아직껏 총칼 없는 체제·사상전쟁을 음모론으로 외면한다면
영영 가짜세상 위선자들의 노예 신세가 되고 말 것.
깨어나라, 우리 국민이여!
일어나라, 자유대한이여!
지난 선거에서 다발로 쏟아지던 빳빳한 투표뭉치 영상은
어찌 저 1960년 3.15부정선거의 판박이 데자뷰일까.
그 지워지지 않는 그리메가 짓밟히는 와중에도
어언 새벽을 지나 점점 아침이 밝아온다.
머잖아 대통령이 돌아와 정좌하고
살아온 충신들이 국정운영의 주춧돌이 되리.
국제적 부정선거카르텔이 근절되고
불의와 불공정에 항거하다 투옥된 청년들이 풀려나리.
한낮 찬란한 태양 광명이 온 세상을 비추고 말리.
하늘과 땅, 물뭍에 사는 고래 떼 길냥이 떼 참새 떼들
풀벌레 산천초목들이 다 함께 덩실덩실 춤을 추리.
거리마다 반려견이 꼬리치며 반겨들고
집집마다 사람들의 웃음꽃이 만발할 때
가짜는 사라지고 진짜 세상이 되리.
사시사철 새가 울고 꽃 피는 나라
이야말로 샹그릴라요 이 시대 맞이할 낙원이런가.
자유와 민주, 사랑과 평화는 그저 얻어지는 게 아니다.
이제 오랫동안 참았던 눈물을 쏟아도 좋다.
감격의 카타르시스, 서로 얼싸안고 울어도 좋다.
이 눈물은 슬픔인가 기쁨인가.
그대 자유대한이여, 위대하여라!
일어나 세계로 우주로 달릴지어다!
자유여 대한이여, 참이여 사랑이여, 민주여 평화여!
아, 감격스런 자유대한이여!
다가올 선진 인류국가여!
◆ 김락기 시인
아호는 산강(山堈). 자유시인·시조시인·기호일보 객원논설위원, 경기데일리 칼럼니스트, 현 한국시조협회 고문, 전 한국시조문학진흥회 이사장, 세계문학상, 역동시조문학상 등 수상.
저서로 시집 ‘황홀한 적막’ 등 3권, 시조집 ‘복사꽃은 그리움 끝에 핀다’ 등 6권, 시조평설집 ‘허경영 시조평설’ ‘한자와 한글의 아름다운 동행’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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