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 2026-09-28 20:33
뉴스 > 연재기획
[조희문의 영화세상] 드론 영상 스펙터클이 만든 ‘뉴스의 민주화’
조희문 필진페이지 + 입력 2025-03-06 00:02:55
 
▲ 조희문 영화평론가·前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
 
장엄하다는 말 외에 보탤 게 더 있을까. 드론 영상으로 보는 서울의 3·1절 탄핵반대 집회는 인파 또 인파로 넘쳤다. 광화문 네거리와 여의도에서 열린 이 행사는 고정된 위치에서 전경을 다 담는다는 건 카메라 렌즈의 사각(寫角) 만으로는 불가능할 정도였다. 드론이 날면서 포착하는 영상이 전체 규모를 가늠하게 했다. 앞서 열린 부산·대구·대전 집회의 스펙터클도 마찬가지였다. 남녀 노소가 자발적으로 모여든 우파 국민의 거대한 집회 장면은 민심의 폭발을 확인하는 생생한 증거 그 자체다. 사진이나 영상은 현장의 모습을 담을 수는 있지만 하늘을 날면서 상황 전체를 보여주는 드론 영상은 최근에 등장한 눈높이 변화의 혁신이다.
 
영화가 뉴스 현장에 나간 것은 1904년에 일어난 러·일전쟁 때가 처음이다. 당시 프랑스의 ‘쁘띠 주르날’이란 신문이 영화촬영단을 전투 현장에 파견한 것인데, 이들은 만주의 전투 지역으로 출동하는 러시아 군을 촬영했다. 이후 제1차 세계대전이나 러시아 내란을 수록한 영상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당시 영화 장비들은 작은 여행용 가방만큼이나 부피가 큰 데다 크랭크를 돌려서 촬영하는 수동 방식이라 카메라의 위치를 겨우 이동시킬 수 있을 뿐 손으로 들고 촬영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삼각대 위에 카메라를 고정시키고 크랭크를 돌려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 방식으로나마 뉴스 현장을 찾아 사건을 기록했다.
 
그럴다가 러시아에서 ‘지가 베르토프’라는 감독이 주도한 ‘키노 프라우다’ 운동이 뉴스 영화의 시작을 열었다. 세계적으로 미국은 할리우드를 중심으로 상업영화가 대량으로 만들어져 산업화되는 단계였고, 러시아에서는 정치 선전을 위한 프로파간다 영화가 주류를 이루고 있을 때였다. 키노 프라우다는 가공되지 않은 뉴스를 있는 그대로 알린다는 기치를 내세웠지만 대상의 어느 부분에 주목하는가는 철저히 감추었다. 특정한 사실이라 하더라도 어느 부분을 강조하는가에 따라 보는 사람의 판단은 크게 달라진다.
 
 
 
광고
시위 현장에서 시위대들이 경찰 통제라인을 넘어 경찰관을 폭행하거나 기물을 부수며 폭력시위를 한다면 보는 사람은 이날의 시위를 불법·폭력이라 여길 것이고, 경찰이 시위대를 과잉 진압하거나 무차별 체포한다면 공권력의 권한 남용이라고 여길 가능성이 높다. 어느 쪽을 선택하고 강조할 것인지는 만드는 사람의 인식에 따라 달라진다. 최근 탄핵 정국을 두고 좌파 언론들이 철저하게 대통령의 정당한 계엄령 발동을 ‘내란’으로 몰아가고 있는 상황도 자신들의 의도에 맞추어 재단하고 조작해 선택적 사실만을 강조하는 것에서 빚어진 것이다. 비상계엄의 의도나 그것을 발동하게 된 배경이 된 야당의 폭주에 대해서는 모른 척하면서 비상계엄이 위법한 행위였다고 왜곡하는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엔 미국의 ‘벨 앤드 호웰’이라는 회사가 획기적으로 크기를 줄인 휴대용 영화 카메라를 개발했는데, 16mm 카메라는 ‘필모’, 35mm는 ‘아이모’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전장을 누볐다. 현재 전해지고 있는 대부분의 기록은 이 카메라 덕분이다. 태엽으로 구동되는 간편함과 한 사람만으로 휴대할 수 있는 편의성을 갖춘 덕분이다. 베트남전에서는 더욱 개량된 ‘아리플렉스’나 ‘볼렉스’ ‘아통’ 같은 카메라들이 전쟁 상황을 뉴스로 전했다.
 
1991년에 시작된 걸프전은 미디어가 전쟁 상황을 라이브로 중계한 최초의 사건이다. 포탄이 터지고 총알이 쏟아지는 장면을 TV로 지켜보면서 전쟁의 참상보다는 마치 게임을 보는 듯한 ‘전쟁의 오락화’의 시작이기도 했다. 이런 영상들은 생생하기는 했지만 상황의 전체적인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높은 곳에서 낮은 곳을 향해 촬영할 수는 있어도 눈높이 수준을 벗어나기 어려웠다. 촬영하려는 대상과 같은 눈높이이거나 얕은 사다리를 놓고 내려다 보는 정도의 높이가 고작이었다. 드론 영상은 이 한계를 무한대로 돌파했다. 머리 위를 날 수도 있고 사진 카메라의 촬영 범위를 벗어나 비행할 수도 있다. 부산·대구·대전을 비롯 서울 광화문과 여의도에 얼마만큼의 인파가 모였는지를 보여준 장면은 거대한 스펙터클이었다. 거짓도 과장도 끼어들 틈이 없는 오로지 사실 그 자체만을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 가능했다.
 
숨막힐 듯 장쾌한 모습에 모두가 압도당하며 감동했고 여론은 요동쳤다. 눈높이 영상에서는 카메라가 잡을 수 있는 범위 안에서만 대상을 보여주기 때문에 집회의 규모가 다르더라도 비슷한 것처럼 조작도 가능하고 우길 수도 있다. 하지만 비행하면서 보여주는 드론 영상은 가감없는 사실을 전한다. 사실의 규모가 달라지면 그것이 담고 있는 내용도 달라진다. 개인도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가격과 간단한 조작이 가능한 드론 영상은 누구도 왜곡할 수 없는 사실성을 확보하며 ‘뉴스의 민주화’를 이루었다, 이 또한 대한민국에서는 처음 보는 일이다. 애국 국민의 결집이 얼마나 큰가를 보여주는 드론 영상은 대한민국의 민주화를 지켜보는 눈이기도 하다.
 
후원하기
  • 정기 후원
  • 일반 후원
  • 무통장입금: 하나은행 158-910019-39504 스카이데일리
  • 스카이데일리는 공공성에 기반해 독자가 만들어 가는 언론을 지향합니다. 정기 또는 일반 후원시 맞춤형 뉴스, 독자에게 할당하는 지면 서비스, 동행하는 홍보, 유상증자시 참여기회 제공(법인에 한함)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7
좋아요
1
감동이에요
1
화나요
0
슬퍼요
0
댓글 : 0
방문수(PC&모바일)
오늘(실시간) 129,699 ▶
어제 140,329 ▶
최근 7일 ▶
대한민국 명사들
대면 기회를 가져보세요.
팬클럽 가기
오늘자 스카이데일리



주요 섹션 기사
주소 : 서울시 서초구 방배천로2안길 82(방배동 463-18) 청송빌딩 3,4층 | 전화 : 02-522-6595~6 | 팩스 : 02-522-6597
종합일간지 등록번호 : 서울시 가50131,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시 아01703, 등록일 : 2011년 7월 18일
발행·편집인: 민경두, 편집국장 : 주경준, 사업자 번호 : 214-88-81099 후원계좌 : 158-910019-39504(하나은행)
copyrightⓒ2011, All rights reserved. Contact : skyedaily@skyedaily.com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진강
본지는 한국신문윤리위원회의 서약사로서 신문윤리강령을 준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