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땅] 그들의 기도가 하늘에 닿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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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옥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3-19 06:30:56

▲ 때아닌 북극 한파로 서울에 역대 가장 늦은 대설주의보가 내려진 18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주변에서 전국에서 몰린 윤 대통령 지지자들과 탄핵을 반대하는 시민들이 내리는 눈을 맞으며 은박 담요로 몸을 감싼 채 밤샘 농성을 이어 가고 있다. 이종원 기자 ⓒ스카이데일리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은 평온한 일상과 거리를 둔 지 오래다. 지난밤 때아닌 폭설 속에서도 여전히 많은 사람이 자리를 지키며 밤을 새웠다. 이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하며 기도하고 구호를 외친다. 추운 날씨와 눈보라로부터 몸을 보호할 수 있는 것이라곤 우산 하나와 보온을 위해 몸을 감싼 알미늄 호일 몇 장뿐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기꺼이 자리를 지키며 자유민주주의와 헌법 질서를 지켜 달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밤새 맞잡고 있던 주름진 그들의 손은 얼어붙었고, 눈물이 맺힌 얼굴은 떠오르는 햇빛을 받아 차가운 눈송이처럼 반짝인다. 그럼에도 그들은 기도한다. ‘탄핵 기각’을,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기도하는 그들의 모습은 순교자인양 성스럽기까지 하다. 이들이 밤새 불침번을 서며 기도하는 이유는 단 하나, 나라가 위기에 처해 있을 때 나와 내 아이들, 그리고 그 아이들의 아이들이 살아갈 나라의 미래를 스스로 나서서 지켜야 한다는 무거운 책임감 때문이다.

누군가에게는 단순한 정치적 의견 차이가 다른 이에게는 생사의 갈림길일 수 있다. 어쩌면 이들은 정치적 분열이 가져온 혼란 속에서 그저 대한민국의 미래를 걱정하며 그들의 기도가 하늘에 닿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렇게 헌재 앞을 지키고 있는지도 모른다. 폭설 속에서 밤을 지샌 어르신들의 모습을 보며 젊은이들은 나라를 위해 앞장서 준 이들에 대한 감사와 미안함에 두 손을 내민다. 과연 윤석열 대통령의 ‘계몽령’은 이렇게 세대의 통합을 이뤄 내기도 한다.

어쩌면 이들의 기도는 단순히 탄핵 기각을 바라는 기도가 아닐 수도 있다. 그들의 기도는 그 어떤 논리와 이념을 넘어 ‘이 나라가 다시 평화와 화합의 길로 나아가기를’ 바라는 진정한 기도일 것이다.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다시 제자리를 찾기를, 분열된 국민이 다시 하나로 뭉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의 표현이다.

그러므로 그들의 기도는 단순히 물리적인 공간을 지키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것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헌신이자, 이 나라가 진정으로 평화로운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의 울림이다. 아침마다 헌재 문을 통과해 출근하는 재판관들에게 바란다. 헌재 앞에서 밤을 지새운 이들의 기도가 하늘에 닿았을 때 하늘의 응답은 과연 어떤 것일까, 한 번쯤 마음 깊이 생각해 주기를….

박선옥 논설실장

박선옥 기자 sobahk@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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