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최재해 감사원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외 검사 2명에 대한 탄핵이 전부 기각되었다. 탄핵소추 사유가 워낙 부실해서 애초부터 기각이 예상되긴 했었다. 그런데 놀라운 점은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되었다는 점이다.
1월23일 선고됐던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소추 건도 기각되었지만 탄핵 인용과 기각 의견이 4대4로 팽팽히 나뉘었다. 취임 3일밖에 안 된 방통위원장에 대해 탄핵 의견을 낸 4인 재판관에게 관심이 쏠렸다.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3명(문형배·이미선·정정미)과 더불어민주당 추천으로 최상목 권한대행이 임명한 1명(정계선)이었다. 소위 ‘좌파 4인방’인데, 법의 한계를 초월해 당파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그래서 이들 4인방은 민주당이 발의한 탄핵소추 건이라면 ‘목에 칼이 들어와도’ 무조건 인용해 줄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이번 감사원장 등 탄핵 건의 경우 이들도 탄핵 기각 편에 선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이 건들은 윤 대통령의 12.3계엄과는 무관하고 MBC 사장 교체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방통위원장 건에 비해서는 정치적 중요성이 작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굳이 법의 한계를 넘어 당파성을 드러낼 필요를 못 느꼈던 것 같다.
그러나 여전히 유감이 남는데, 국회의 탄핵소추권 남용이라는 피청구인 검사 측 주장은 재판관 전원 일치로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회는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건을 불기소했다는 이유로 서울중앙지검장 등을 탄핵 소추했다. 그런데 이 사건은 문재인정부 검찰에서도 몇 년간 수사했어도 기소를 못 했던 건이다. 당시 검찰의 총책임자였던 서울중앙지검장이 지금 민주당의 이성윤 의원이다. 그럼 민주당은 자기 당 이성윤 의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이제 와서 검사들을 탄핵한 것은 적반하장이 아닐 수 없다. 탄핵소추권을 정치적 목적으로 남용한 것이다.
그런데도 헌법재판소는 야권 주도의 국회가 탄핵 소추한 배경에 정치적 목적·동기가 깔려 있다고 해도 “그러한 점만으로 탄핵소추권이 남용됐다고 볼 수 없다”고 피청구인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이유를 밝혔다. 이 정부 들어 민주당이 추진한 탄핵소추 13건 중 8건이 기각되었다. 12.3계엄과 무관하게 소추된 건들은 전부 기각된 셈이다. 그런데도 탄핵소추권 남용이 아니라면 민주당에 탄핵 면허라도 준 것이냐고 따져 묻고 싶을 정도다.
이를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견해도 있다. 대통령의 계엄 선포 이유 중에는 야당의 연쇄 탄핵으로 인한 국정 마비라는 게 들어 있다. 그런데 국회가 탄핵소추권을 남용한 게 아니라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도 계엄권 남용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도 기각되어야 한다는 것인데, 논리적으로 흠잡을 데는 없는 주장이다. 헌법재판소가 공평의 잣대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를 기각할지 두고볼 일이다.
그런데 일련의 탄핵소추 기각 결정을 보면 탄핵심판 제도를 이대로 두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금할 수 없다. 다수당이 정략적으로 이용하기 딱 좋을 정도로 피청구인에게만 불리하고 청구인 측엔 아무 부담도 없기 때문이다.
제일 큰 문제로 지적할 수 있는 것이 탄핵소추 시 헌법재판소 결정이 있을 때까지 피청구인의 권한 행사가 정지된다는 점이다. 헌법재판의 심판 기간은 훈시 규정이긴 하지만 180일이므로 나중에 기각되더라도 최대 180일간 해당 공직자의 손발이 꽁꽁 묶여 버린다. 피청구인에 대해 탄핵과 동일한 사유로 형사소송이 진행되면 그 결과를 보기 위해 탄핵심판절차를 정지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형사재판이 대법원 최종심에서 끝날 때까지 보통 2~3년간 직무가 정지되는 셈이다.
고발 사주 건의 손준성 검사의 경우가 딱 그렇다. 탄핵심판은 정지된 상태에서 형사 재판 진행 중인데 1심에서는 징역 1년 유죄였으나 2심에서 무죄가 선고되었다. 그러자 손 검사를 기소한 공수처가 대법원에 상고했다. 2023년 12월1일 탄핵 소추되어 현재까지 1년 4개월째 직무 정지 중인데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가 확정되면 탄핵소추도 기각될 것이 뻔하다. 그러나 국회는 아무 책임도 지지 않을 것이다. 검사장 인력을 썩힌 정부만 손해를 보게 된다. 그러므로 탄핵 소추되어도 직무 정지에 대해서는 별도의 재판을 거치도록 헌법재판소법을 개정해야 한다.
다음 문제로 변호사 비용을 꼽을 수 있다. 지금 언론에서도 이 문제를 지적하고 있는데 소추 측 대리인들에 대해서는 국회 예산에서 변호사 비용이 지불되고 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10일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개원한 지 1년도 안 된 22대 국회에서 탄핵소추 변호사 비용으로 무려 3억1724만 원을 지출했다고 한다. 변호사 1인당 평균 1000만 원이 넘는데 이들 대부분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이나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민주당 우호 세력이라고 한다.
이렇게 민주당이 제 돈 안 들이고 우군들 수입까지 올려 주고 있는 반면에 피청구인은 온전히 자기 돈으로 변호사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 경제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그런데 박용갑 민주당 의원은 탄핵소추로 직무 정지 시 보수 전액을 삭감하는 법안까지 발의했다. 탄핵이 기각될 경우 국회(실은 민주당)가 질 책임에 대해서는 한마디 언급도 없다. 이쯤 되면 너무 뻔뻔하다는 생각이 든다. 탄핵소추 시 국회 측이 지불한 변호사 비용만큼 피청구인에게도 법률 비용 등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국회 규칙 제정이 필요하다.
헌법재판소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가 50%에 못 미친다는 여론조사가 나왔다. 조사 결과가 이렇게 나온 가장 큰 이유는 불공정한 탄핵심판 제도에 있을 것이다. 제도 자체가 불공정한데 재판까지 불공정하게 진행했으니 더 이상 무슨 말을 하겠는가. 그래서 우선 탄핵당해야 할 것은 바로 탄핵심판 제도가 아닐까 한다. 지금의 무질서가 정리되고 나면 탄핵심판 제도에 대한 대대적인 손질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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