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삭(東方朔)은 전한(前漢)의 인물이다. 전설 속 ‘미친 짓의 대명사’가 됐으나 ‘신의 경지’에 오른 라이벌을 만나 최후를 맞게 된다.
사기(史記) 등에 따르면 동방삭은 출사코자 무제(武帝)에게 글을 올렸다. 글의 분량이 무려 ‘목간 3000개’였다. 무제는 장장 두 달 만에 다 읽고 동방삭을 불러들였다.
동방삭은 어전(御前) 식사가 끝나면 남은 고기를 품속에 구겨 넣어 돌아가곤 했다. 자연히 고깃국물이 줄줄 흘러 몰골은 엉망이 됐다. 미인을 아내로 맞고는 얼마 못 가 이혼하기를 반복하기도 했다. 새로 장가들면 그 여자에게 모든 재물을 줘 버렸다. 그리고 결별 후엔 봉급날까지 손가락을 빨았다. 보다 못 한 누군가가 “너 미쳤다더라”고 귀띔했다. 동방삭은 뜬금없이 “난 세상을 피해 조정에 은거하는 은자(隱者)라네”라고 부르짖었다.
동방삭의 기행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후대에 ‘전설’로 각색됐다. 박물지(博物誌) 등에 의하면 무제 앞으로 어느 날 서왕모(西王母)의 천도(天桃)가 배달됐다. 이 복숭아를 먹으면 불로불사(不老不死)를 이룰 수 있었다. ‘사짜’ 동방삭은 간사한 술책으로 천도를 훔쳐 먹는 데 성공했다. 이후 그는 삼천갑자(三千甲子)나 사는 불멸의 존재가 됐다.
달아난 동방삭은 죽지도 늙지도 않으면서 천하 각지를 누비고 악행을 일삼았다. ‘18만 년’이나 미친 짓을 저질렀으니 범죄에 도가 튼 건 필연이었다. 우리나라 강림도령(降臨道令) 설화에 따르면 폭발한 염라대왕은 검거를 명했다. 강림도령은 이 위장·도주 전문 ‘돌아이’를 어떻게 잡을까 궁리했다. 마침내 아이디어를 떠올린 그는 행동에 착수했다.
어느 날 강림도령은 냇가에 퍼질러 앉아 시커멓게 탄 숯에 물을 뿌리고 열심히 문질렀다. 행인들이 “뭐하냐?”고 묻자 ‘동바(동네 바보)’는 해맑게 웃으며 “숯을 씻어 하얗게 만들려고요”라고 답했다. 사람들은 “저런 미친놈”이라 욕했다.
한참 뒤 냇가를 지나던 동방삭도 이 신기한 풍경에 넋이 나가 “너 뭐하냐”고 물었다. 강림도령은 콧물을 줄줄 흘리며 “하얗게 만들려고요”라고 답했다. 천하의 동방삭도 놀라 나자빠져 외쳤다. “나보다 더한 미친놈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마침내 동방삭을 찾아낸 강림도령은 쇠고랑을 채워 저승으로 연행하는 데 성공했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최근 “‘양아치’를 잡으려면 거칠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정희 대통령은 “미친 개에게는 몽둥이가 약”이라 말한 바 있다. 날뛰는 미친 개를 잡으려면 그보다 더 미쳐야 한다. 이건 진리다.
오주한 정치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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