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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문의 영화세상] 예측 가능한 세상에 살고 싶지 않은가
영화의 반전은 보는 재미를 극도로 끌어올린다
탄핵 인용이라는, 기대에 어긋난 대반전 드라마
현실의 반전은 그 사회가 비정상이라는 걸 방증
조희문 필진페이지 + 입력 2025-05-08 00:02:55
▲ 조희문 영화평론가·前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
예상하던 진행을 벗어나 결론에서 전혀 다른 상황을 연출하는 반전(反轉) 영화들은 관객을 놀라게 한다. 선한 줄 알았더니 실제로는 치명적인 배신자였다거나 죽은 줄 알았더니 멀쩡히 살아 있더라는 식의 반전은 보는 재미를 극단으로 끌어올린다. 능청스러운 눈속임을 하면서도 팽팽한 긴장감이 있고 지금까지의 상황을 순식간에 뒤집는 짜임새까지 갖춘다면 금상첨화다. 
 
살인범으로 몰린 주인공이 결국 무죄선고를 받아 이야기가 마무리 되나 보다 하는 순간 180도 상황이 변하는 ‘정부’(1957·원제 ‘검찰 측 증인’)는 반전 영화의 원조로 꼽힌다. ‘노웨이아웃(1987)’ ‘유주얼 서스펙트(1996)’ ‘식스센스(1999)’ 같은 영화들도 기억에 남는 반전을 보여 주었다.
 
대법원이 재판을 받고 있는 이재명 피의자에 대해 유죄 취지로 2심을 파기하고 고등법원으로 사건을 돌려보낸 것은 반전이고 신선한 충격이었다. 판결이 나오기 전에는 워낙 비정상적이고 황당한 일이 수시로 일어나는 상황이라 대법원의 결론도 별 게 있겠느냐며 시큰둥한 반응이 대부분이었지만 결론은 정신이 번쩍 나게 만들었다. 이재명이나 주변 추종자들에게는 날벼락이었고 그가 법의 단죄를 받기를 바라던 쪽은 환호했다.
 
이런 일은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도 이미 겪었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에 담긴 의미가 무너지는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려는 것이었다는 사실을 이해한 우파 국민들은 들불같이 일어나 ‘탄핵 각하’를 외쳤지만 헌재는 재판관 전원일치로 탄핵을 인용했다. 그야말로 기대에 어긋나는 대반전이었다. 우파 국민은 절망했고 좌파 세력은 환호했다. 좌파의 일방적인 승리로 보였다.
 
그러나 반전은 끝나지 않았다. 대법원은 이재명의 상고심 선고에서 유죄 취지의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고등법원으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이재명 측도 놀라고 우파 국민들도 귀를 의심했다. 더불어민주당 주변은 발작했다. 
 
더불어민주당 주변에선 소금 뿌린 미꾸라지가 몸부림치듯 법원을 비난하는 말과 행동이 쏟아지고 있다. 헌법재판소 심판은 당연하고 대법원의 판단은 사법부의 정치 개입이라고 우긴다. 재판을 선거 후로 미루라며 겁박을 서슴지 않는다. 입법 권한이 사법 권한보다 세다고, 재판관들을 탄핵하겠다고 큰소리까지 친다. 사법부도 압력에 굴복했는지 재판을 대선 이후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반전의 연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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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반전은 드라마틱하지만 현실에서의 반전은 그 사회가 비정상이라는 걸 방증한다. 그동안의 우리 현대사를 보면 예상하지 못한 사건 사고는 간단없이 일어났을지라도 상식을 뒤엎고 법치를 무시하는 일들이 생기진 않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전에 보지도 못했고, 법치국가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들이 연달아 일어나고 있다.
 
반전의 시작은 특정당이 압도적 다수 의석을 차지한 21대 국회 때부터다. 이때부터 입법 권력은 소수당과의 협의를 건너뛰고 여론의 흐름에 상관없이 일방적인 폭주를 시작했다. 그래도 여론의 눈치를 살피는 척은 했다. 국회의장을 가져가는 당은 법사위원장을 내주는 식의 최소한 균형을 유지했고 특정한 상임위원회의 경우 전반기·후반기로 나누어 맡기도 했다.
 
22대 국회에서는 이전에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야당 독재가 시작됐다. 반전의 반전이다. 대통령은 바뀌었지만 야당이 국회 의석을 압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거칠 것이 없었다. 21대 국회에서 경험한 자신감(?)이 작용했는지 22대에서는 참외밭에서 말 달리는 격으로 마구잡이로 입법 쿠데타를 자행했고 결국 행정을 무력화하고 사법을 유린했다.
 
이 과정에서 등장한 ‘대깨문’이나 ‘개딸’은 여론 선동과 조작의 대명사가 되었다. 특정인을 무작정 추종하거나 비판 세력에게는 집단 이지메를 퍼붓는 행동을 계속했다. 흔히 중국 문화혁명 시대에 세상을 공포에 몰아 넣었던 홍위병을 무차별 폭력집단의 대명사처럼 이야기 하지만 우리나라의 ‘개딸’은 그보다 더하면 더했지 조금도 밀리지 않는다. 홍위병은 남녀를 가리지 않는 젊은이들이지만 개딸은 40·50 중년의 아줌마 부대로 알려져 있다.
 
피끓는 젊은이들은 생각과 경험이 미숙해서 혈기에 따라 거친 행동을 할 수 있다 해도 중년의 연배에 이른 사람이라면 사리판단에 따른 분별력이 성숙할 때다. 사상의 자유가 있는 나라에서 어느 쪽을 선택하고 지지하는가의 문제는 개인의 선택이다.
 
하지만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구분하는 것은 가치관의 문제이고 상식의 영역이다. 좌파들이 입버릇처럼 떠들어대는 ‘모두가 평등한 사회’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 ‘차별없는 두레 세상’ 같은 것들은 함께 어울려 사는 세상을 지향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우리편이 아니면 모두가 적이고, 아예 없애버리고 말겠다는 저주와 살기만 가득하다. 반전의 내용이 무엇이든 예측 가능한 세상이 되기를 기원한다. 순리와 상식이 가득한 세상 말이다. 반전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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